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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개인보호장비 구매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제안

이진규 PBI 포먼스 프로덕트 한국대표 | 입력 : 2018/07/25 [11:57]

▲ 이진규 PBI 퍼포먼스 프로덕트 한국대표

현재 개인보호장비 각 품목에 대해서는 인정기준(또는 기술기준)이 마련돼 있으며 품목 별 사정에 따라 MAS와 수의계약 또는 제3자단가계약 등의 방식으로 조달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특히 방화복에 대해서는 조달품질관리원이 최종제품에 대해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견 정상적으로 제도가 작동되면서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도가 의도하지 않았던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용자인 소방관들은 나름의 불만이 쌓여가고 공급사들은 공급사대로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양쪽의 불만이 무엇인지 그리고 불만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속도
방화복 이야기다. 주문한 방화복을 받지 못해서 소속 소방관에게 방화복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는 소방관서들이 많다. 장비담당자들은 소방관들에게 제품을 지급하지 못해서 진땀을 흘리고 있고 업체들은 지체상금 때문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큼직한 것들만 뽑아보자면 직접생산제도와 제품최종검사, 까다로운 기술기준을 꼽을 수 있다. 각각 한가지 씩 떼어놓고 보면 일리가 있고 수긍이 가는 제도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동시에 작용했을 때 돌아온 결과는 공급 차질이었다.


▲직접생산제도
방화복은 조달청 고시인 ‘국민안전 조달물자 품질관리 업무규정’에 따라 직접생산 대상이다. 이러한 직접생산 요구는 국민안전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제품의 품질 확보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 확보 측면에서 봤을 때는 품질을 확보하는 주된 역할은 제품검사의 몫이다. 방화복의 제조공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봉제인력의 고령화와 전문 인력 수급의 어려움 때문에 만들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은 양의 방화복을 공급하기로 한 업체들이 정말로 직접생산요건을 지켜가면서 방화복을 직접 자체적으로 제조하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유럽에는 자체생산을 하지 않는 유명한 PPE 대기업들이 있다. 국외에서 생산하는 이들에게도 시장참여의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


직접생산을 하는 업체들은 직접생산을 자기 회사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빠른 대응과 품질의 일관성을 홍보한다. 반면 직접생산을 하지 않는 회사들은 낮은 생산비용과 유연성을 무기로 삼는다. 하지만 어떤 공급업체가 품질과 속도, 비용 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는 본질적으로는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관리능력’의 문제다. “자체생산이 아니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장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과잉규제가 아닐까.


▲제품최종검사
최종제품검사제도는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품질확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 이상의 인력과 돈,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500벌을 한 개 로트로 10%에 해당하는 50벌에 대해 일반검사를 실시한다. 제품 포장을 뜯고 제품을 꺼내 치수를 재고 라벨을 확인하고 다시 넣는 과정을 50차례 반복하기 위해 공급사 직원 3~4명이 추가로 붙어야 한다.


직원들을 종일 제품 외관검사에 붙여둬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가울리 없다. 여러 번 언급됐지만 작은 로트 크기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긴 것도 문제다.


방화복의 완성도가 늘 논란이 되는 만큼 필요한 작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북미의 경우 품질경영시스템 도입과 품질보증 프로그램 운영을 제품인증 요건으로 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조사 내 재고품과 생산라인 상의 제품, 또는 납품되었으나 아직 포장을 제거하지 않은 제품을 무작위로 추출검사 하는 방식, 품질검사 탈락 시 인정 취소 및 제품 리콜, 연간 두 차례 이상의 불시 방문검사 등 보다 효율적인 조치를 통해서도 현재의 제도가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까다로운 기술기준
현행 특수방화복에 관한 기술기준은 높은 수준의 투습도와 열방호성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유럽 표준은 높은 수준의 투습도와 보통 수준의 열방호성능을, 북미 표준은 보통 수준의 투습도와 높은 수준의 열방호성능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이 요건들을 섞어 투습도와 열방호성능 양쪽 모두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취지 자체는 좋다. 문제는 모든 제조사들이 이 기준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제품을 만들어 보지도 않고 높은 기준의 도입에 찬성한 업계 일각의 책임도 작지 않지만 그들도 연이은 남품검사 탈락으로 성급함의 대가를 치뤘다.


이 기준을 그대로 두는 것 보다는 미국식이나 유럽식으로 추구하는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열방호성능이든 투습이든 기준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제조사가 있다면 그것은 그 제조사의 강점이 될 것이다.


▲제품을 보지도 못하고 하는 깜깜이 입찰
각 업체가 제공하는 PPE들은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실제로는 다른 경우가 상당하다. 장갑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현장 소방관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모두 KFI 인정을 받은 제품이지만 실제로 써봤을 때의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MAS 2단계 경쟁 입찰이나 제3자단가계약 방식의 구매는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MAS 2단계 경쟁 입찰은 1단계에서는 규격 통과 여부를 확인하고 2단계에서 가격 등을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단계에서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은 고려되지 않거나 아주 미미한 영향력만을 가진다.


상황이 이런데 업체들이 ‘표준이나 성능기준을 살짝 넘어서면서 원가는 최대한 절감한 제품’ 이외에 다른 것을 내놓기를 바랄 수 있을까?


이러한 폐단 때문에 각 시ㆍ도 본부 중 품평회를 도입하는 곳들이 많다. 좋은 변화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품평회가 아니라 해외처럼 시착(wear trial)을 추천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품평회가 도입돼도 여전히 총액 기준 1억 이상의 계약은 경쟁 입찰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구매금액의 규모가 작은 소방본부의 소방관들이 더 좋은 PPE를 쓴다는 것은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두 개의 검사기관, 두 개의 다른 결과
현재 방화복의 제품성능검사는 FITI와 KFI 두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몇몇 시험에서는 양쪽의 결과치가 매우 커서 이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종합평가를 통한 입찰평가가 이뤄졌을 때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A업체는 ㄱ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B업체가 ㄴ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했을 때 과연 C소방본부는 두 시험성적서의 성적을 그대로 비교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방화복 성능평가에 사용되는 표준시험들은 시험기관과 시험설비, 시험자에 따라 적지 않은 결과 차이를 보여준다. 이는 유럽에서 유럽 표준화 위원회(CEN)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A시험기관에서 인정을 받은 제품에 대해 B시험기관에서 시험성적서를 다시 받아서 오라고 요구를 했을 때 만약 B시험기관의 시험에서는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이 제품을 인정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러한 (가설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험기관 간의 조율 또는 인정ㆍ검사기관 제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
우리는 안정적인 PPE 공급과 품질ㆍ성능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기존의 ‘제한 강화’는 그 자체로는 타당해 보이는 접근이었지만 실행됐을 때 나타나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품질ㆍ성능 확보와 공급을 시장기능에 맡길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단순히 많은 양을 개별검사 하거나 성능의 최저기준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높이는 것 보다 더 좋은 제품이 선택되는 제도와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업체들이 스스로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품질관리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더 지속가능한 접근이 아닐까 한다.

 

이진규 PBI 퍼포먼스 프로덕트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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