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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5인승 이상의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 재추진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ㆍ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 입력 : 2018/07/25 [15:18]

▲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ㆍ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 관련 주제는 항상 넘치고 관심 있는 분야다. 하지만 최근 관심 없이 지나갈 수 있는 내용 하나가 눈에 띈다.

 

2년 전 소방청이 추진하겠다던 5인승 이상 차량 내 소화기 탑재 의무화 정책을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고 현행 기준대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소비자로서는 그리 관심 없는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용 소화기는 차량 탑승자의 목숨과 관계된 비상용 용품인 만큼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비상용품 의무 탑재와 관련 교육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418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배가 넘는다. 정부는 올해 초 이를 2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으나 이는 항상 하던 외침으로 관심도 역시 떨어진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비상용품만이라도 제대로 탑재되고 사용됐더라면 여러 목숨을 구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2016년 국민안전처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현재의 7인승 이상의 차량용 소화기 탑재 의무화를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더욱이 국토교통부의 관련 법규를 소방법으로 이관해 소방안전을 도모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 등을 참고로 해 기존 관행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결과다.


핑계도 여러 가지다. 소화기 적재 공간이 없고 소화기 설치로 차량 중량이 올라가 연비에도 영향을 준다는 이유다. 되레 소화기가 흉기로 작용해 안전에도 위협을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다른 국가와의 무역마찰 문제도 언급됐다고 한다.


필자가 맡고 있는 에코드라이브 운동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3급 운전(급발진ㆍ급가속ㆍ급정거)으로 약 30% 이상 연료가 과낭비된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그토록 필요 없는 물건으로 꽉 찬 트렁크만 정리해도 한 사람 몸무게는 저감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소화기가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자동차 전문가의 얘기는 아닐 것이라 본다. 창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살상 무기가 된다는 것인지, 오히려 대시보드 위에 얹어놓은 물건이 흉기가 되고 안전운전만 하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고 명분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의심한다. 자동차 관리법에서 관련 항목을 소방청에 뺏기는 국토교통부 생각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메이커 로비에 의해 비용 부담만 되고 필요한 옵션을 판매하기 어려운 이익률 저하를 고민한 것인지를 말이다.


소화기는 간단한 물건이다. 필자는 이 장치의 의무화와 더불어 유리창을 깨는 비상 망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어릴 때부터 배워 그 필요성을 느끼고 차량에 다수의 비상용품을 탑재하고 있다. 의무 장착이 아니더라도 비상시 중요 수단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에 의무규정이 없다고 해서 우리 또한 의무화가 필요 없다는 것은 국가의 문화나 시스템을 모르고 단순 비교하는 무지라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하느라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해외의 선진국은 너도나도 하나씩 소화기를 꺼내 함께 소화하는 모습과 크게 비교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차량 화재는 연간 5000건이 넘는다. 하루 평균 13건 이상이다. 한두 번 운전하면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고 그만큼 위험하다는 얘기다. 단순히 부동산 다음으로 재산상 손실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요한 대상임을 나타낸다. 특히 다른 화재와 달리 자동차는 유류로 인해 화재 확대가 빠르고 크다.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초기 진화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소화기와 비상 망치는 트렁크가 아닌 비상시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운전석 주변 설치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비상용품의 의무 비치는 고사하고 면허 취득 때 비상조치 방법 등의 교육 자체도 없다. 관련 교육도 ‘무’이고 비상 장비 의무화도 ‘무’인 셈이다. 관련 사고가 나면 운에 맡기고 재수 없으면 죽어야 할 판이다. 전형적인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정책 추진 과정은 심각한 책임 회피다. 말 그대로 방임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생명 한 명 한 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았으면 한다. 차량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안전이 필요한 것이다. 차량을 구하는 게 아니라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전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다.


그렇기에 차량용 소화기와 비상 망치의 탑재 의무화는 당연히 재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선진국과 같이 안전 야광 조끼도 함께 구비된다면 더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ㆍ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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