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강보미, 정주혁, 이승우, 이민현, 서승재 학생 © 김혜경 기자
|
[FPN 유은영 기자] = “이제는 우리가 소방관에게 손을 내밀어 줘야 할 차례입니다. Resue Each Other, 서로가 서로를 지킬 때 우리는 더욱 안전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119REO 팀. 일상 속 영웅 소방관을 기억하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2016년 7월 결성된 소셜벤처다. 소방관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고 생명을 구한 옷인 폐방화복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 수익금은 공상 불승인 소방관에게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스토리 펀딩 등을 통해 모금된 기부금을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에 전달했다. 전남소방본부와 부천소방서, 의정부소방서의 공상 소방관을 찾아 소정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119REO 팀이 주로 만드는 제품은 ‘가방’이다. “소방관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일상 속에서 자주 마주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늘 갖고 다니고 쉽게 접할 뿐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가방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방관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 119REO 팀은 지난 5월 ‘현장의(衣) 기억’이라는 전시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
지난 5월 3일부터 5일까지 119REO 팀은 세운 대림상가 3층에서 현직 소방관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현장의(衣) 기억’이라는 전시회를 기획했다.
‘현장의(衣) 기억’은 ▲소방관이 직접 경험한 사건 속에서 느낀 현장의 보람 서술 ▲소방관이 재난현장에서 노출되는 유독가스 등의 정보 전시 ▲故 김범석 소방관 이야기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해 작품 만들기 등 총 네 개 세션으로 진행돼 큰 호응을 얻었다.
3일 건국대학교 앞 스타시티 야외공연장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소방관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3명의 현직 소방관이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도 개최했다. 이렇듯 119REO 팀은 제품 제작을 넘어 다양한 캠페인과 전시를 기획하고 후원하며 소방관을 기억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이 소방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단순한 궁금증이었다. 119REO 팀의 이승우 팀장은 “2015년 군대를 전역하고 간 미국 여행 중 시카고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소방관들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는 걸 봤어요. 시민과 함께 길에서 자신들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죠”라고 말했다.
이어 “2016년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국내 소방관의 장비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소방관을 직접 마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친구들과 함께 소방서를 찾아다니며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지 묻곤 했죠. 그러다 119복지사업단을 알게 됐고 최인창 단장님을 만나게 됐습니다”고 했다.
119REO 팀은 최인창 단장을 통해 소방관 실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다름 아닌 ‘故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다.
“김범석 소방관은 현장에 1021회 출동했었습니다. 화재 현장에는 수많은 유해물질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인과관계를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공상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죠. 또 이렇게 불승인을 받은 사례가 김범석 소방관뿐만이 아니라는 현실은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119REO 팀은 소방관 중 소방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중증 질병에 걸렸음에도 공상 불승인을 받은 소방관들을 돕고자 마음먹었다. 어떤 방식의 기부활동이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선택한 방법은 소방관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옷인 ‘폐방화복’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방화복 업사이클링을 하는 이유는 크게 사회적, 경제적 두 가지 의미입니다. 사회적 이유는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와 공상 불승인 소방관이 오버랩됐기 때문입니다. 장비는 용도를 다하면 교체하는 것이 맞으나 소방관은 장비가 아닌 사람인데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용도가 다한 장비처럼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19REO 팀은 조치원소방서 요청으로 요구조자용 반면마스크 수납가방을 디자인했다.
|
119REO 팀은 소방서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 3월. 조치원소방서는 화재 현장에서 요구조자 구출 시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 등의 피해를 줄이고자 요구조자용 반면마스크를 구매했다. 하지만 요구조자 수가 많은 현장에서 소방장비와 함께 반면마스크를 낱개로 나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이에 소방서는 119REO 팀에 요청해 요구조자용 반면마스크 수납가방에 대한 디자인을 함께 진행했다. 천으로 만든 가방은 주변 화염으로 불이 쉽게 옮겨붙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모든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승우 팀장은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119REO 팀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려울 것 같아 졸업을 미루고 휴학했다.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심 에서다.
“오는 9월 개최되는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와 11월 9일 소방의 날에 소방관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 중입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아닌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어요”
119REO 팀은 지난 3일부터 ‘어둠 속 빛이 되었던 김범석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카카오 스토리 펀딩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백만원을 목표로 오는 25일까지 23일간 진행된다. 동시에 와디즈 펀딩을 통해서도 '소방복으로 만든 가방, REO'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119REO 팀이 폐방화복을 활용한 가방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펀딩은 일상 속 가방과 소방관의 삶을 수평에 놓는 작업의 일부에요. 순수익의 50%는 언제나 그랬듯 공상 미인정 소방관분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의 참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승우 팀장은 119REO 팀의 행보를 통해 잊혀지는 소방관들을 기억하고 소방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든 발전은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소방도 마찬가지겠죠.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아닌 소방관이라는 사람으로서 보다 조명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 때 소방 조직과 처우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