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과 안 맞는데…” 소방호스 형식승인 논란

형식승인 기준 불일치 제품 ‘수두룩’ 케케묵은 기준이 문제
기술 발전 막는 기준 분명한데도… 업계는 “손해 볼까” 반발

최영 기자 | 입력 : 2018/09/10 [09:18]

▲ 꼬임방지 소방호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신개발 소방호스에 부여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형식승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규정과 맞지 않은 제품을 기술원이 잘못 승인해줬다는 업계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원은 문제 해소를 위한 기준 개정에 나섰지만 일부 업체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방치돼 온 해당 규정이 오히려 기술 개발을 억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새롭게 개발된 모 업체의 소방호스는 호스의 꼬임을 방지해 주는 신개발 제품이다. 다른 연결 금속구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호스 전개 시 발생되는 꼬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반영됐다.

 

이 호스는 개발 직후 소방관서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 소방호스에 더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서 현행 형식승인 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구조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소방용품은 최소한의 성능과 구조 등이 소방청 고시인 형식승인 기준에 맞아야만 승인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꼬임방지 호스는 형식승인 기준 내 일부 규정과 맞지가 않다. 

 

‘소방호스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 기술기준’의 별표 1에서는 나사식 연결 금속구 접합부의 구조ㆍ모양, 치수에 대한 상세 도면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도면과 비교할 때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소방호스의 연결 금속구에는 밸브와의 결합을 위해 한 쪽 방향에 회전축이 구성된다. 하지만 꼬임방지 호스는 다른 한 쪽에도 회전축이 형성돼 있는 형상을 띈다. 형식승인 기준에는 한 쪽 방향의 회전축만 그려져 있어 엄밀히 따지면 꼬임방지 호스의 연결 금속구는 이 기준에서 제시하는 도면과는 맞지 않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꼬임방지 기능의 소방호스를 찾는 소방관서 등에서 수요가 발생하자 경쟁 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들은 해당 소방호스가 형식승인 기준에서 제시하는 도면과 일치하지 않아 기술원이 승인을 잘못 내줬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기술원이 잘못 내준 승인 문제를 덮고 해당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기준 개정까지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술원은 지난달 중순 문제 해소를 위해 제조업체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기술원은 나사식 연결 금속구의 구조ㆍ모양, 치수표 등의 규정을 수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시하고 관련 업계와 협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의 반발로 결론 없이 종결됐다. 꼬임방지 기능을 가진 소방호스 제조업체가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점도 일부 제조사들의 반발 배경이 됐다. 기준을 개정하더라도 특허로 인해 개발 제품과 동일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기술원은 소방호스 연결 금속구의 형상 규정(도면)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방호스의 기본적인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면 기능 측면의 효율성이나 편의성을 고려한 신개발 제품을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기술원의 관계자는 “과거 정립된 형식승인 기준이 연결 금속구의 구조나 모양을 특정하고 있어 오히려 개발을 차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방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어 해당 기준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꼬임방지 소방호스를 개발한 업체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종래의 소방호스 연결 금속구 보다 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개발한 것인데도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관계자는 “기술기준의 개선으로 종래 소방호스 연결금속구 보다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소방호스들은 기존 연결금속구보다 생산 단가가 높아 꼭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만 구입해서 쓰고 있기에 종래 소방호스와의 경쟁 여부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취재 과정에서는 이 형식승인 기준이 이미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의 소방호스 형식승인 기준을 엄정한 잣대로 준용할 경우 대다수 업체의 형식승인 제품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행 기준 별표1에서는 스패너를 이용해 나사를 체결할 수 있도록 조임링과 차입구에 두 개의 돌출부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세 개의 돌출부를 가진 호스까지 형식승인을 받았다. 소방호스를 끼울 때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돌출부를 한 개 더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기준에서 제시하는 도면과 엄밀히 따져보면 대다수 업체 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재의 형식승인 기준이 오래전부터 현실과 맞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장기간 기준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술원의 관계자는 “형식승인 기준 별표에 돌출부가 두 개만 나타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준에 따라 모든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소방호스를 제조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의 등장으로 업계 내에서 갑론을박이 있는 것은 맞지만 냉정하게 따졌을 땐 새로운 기술 반영을 갈망하는 현실과 괴리가 큰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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