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발언대] 국회 제연설비 토론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광고
조용선 소방기술사 | 기사입력 2018/12/03 [16:48]

[발언대] 국회 제연설비 토론회, 누구를 위한 것인가?

조용선 소방기술사 | 입력 : 2018/12/03 [16:48]

▲ 조용선 소방기술사    

지난 10월 29일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이 제연설비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다며 사단법인 한국소방기술사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은 일방적인 질의를 쏟아냈다.


당시 이 의원은 “화재 시 질식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제연기술을 소방기술사가 독점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며 “건축과 소방설비ㆍ감리, 공조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전문가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감에서 이진복 의원이 제연설비 문제점을 제기하자 소방분야에서는 “무언가 다른 의도를 갖고 소방기술사를 폄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내비쳤던 게 사실이다.


이런 우려는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방청은 이진복 의원 문제 제기에 따른 대책으로 소방기술사를 포함한 소방전문가 47명 규모의 ‘제연설비 성능개선 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 의원실은 오는 4일 ‘화재 질식 사상자 감소를 위한 전 방위적 개선책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며 소방기술사회에 발표를 요구해 왔다.


제연설비를 소방기술사가 독점하는 탓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이진복 의원실이 공조ㆍ설비 분야 전문가가 주축이 되는 토론회를 기획하고 소방기술사회에 참석을 요구한 의도는 굳이 토론회장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된다. 소방시설 중 하나인 제연설비를 공조ㆍ설비분야로 끌어가 소방기술사를 적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화재질식 사상자 감소를 위한 전방위적 개선 대책 모색’이라는 제목만 해도 그렇다. 제연이라는 단어를 빼 소방기술사들의 의견이나 기술적 전문성은 배제하겠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토론회 주최와 패널 등을 대부분 공조ㆍ설비 분야로 꾸리고 우리 소방기술사의 참석을 요구하는 것 자체 또한 소방기술사들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국제사회에서 분쟁으로 다루고자 할 때,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이기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폈다. 독도는 일본과 분쟁을 해야 할 대상 자체가 못되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조차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방청 주관의 제연설비 성능개선 TF는 이미 구성됐다. 이 상황에서 타 분야 전문가가 소방의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에 ‘과연 소방기술사회가 참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문은 과연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도대체 토론회는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화재 질식 사상자 감소를 위해 개선책을 모색하겠다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제연설비 관련 업무에 타 분야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명분 쌓기식 토론회 자리에 소방기술사회가 참석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이번 토론회 이후 소방기술사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 한다는 구실만 제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특별피난계단의 부속실과 비상용승강기의 승강장 부분에는 건축법에 따라 배연설비를 적용해 왔다. 그러다 1992년 7월 28일 제연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소방법으로 도입됐다. 1995년 5월 9일 ‘특수장소에 부설된 특별피난계단 및 비상용승강기의 승강장의 제연설비 설치에 관한 기술 기준’을 제정한 후 불합리한 규정에 대해 14번에 이르는 개정을 거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소방기술사의 업무영역으로 자리 잡은 제연설비의 완성을 위해 그간 선배와 후배, 동료 소방기술사들의 노력과 헌신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만일 이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소방기술사의 업무영역으로 자리 잡지도 못했을 일이다.


지금도, 그리고 훗날에도 제연설비 성능의 완성을 위해 혹한의 찬바람과 먼지가 흩날리는 현장에서 소방기술사들의 노력은 분명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특정인의 상술과 비전문가에 의한 업무영역 다툼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의 사업영역 확장에도 명분을 쌓아줄 이유조차 없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소방기술사의 전문성을 폄하할 뿐 아니라 소방기술사의 업무영역을 공조설비로 이관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단호한 대처를 내려야 한다. 더 이상 특정인의 상술에 의한 비합리적인 논리에 의해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의도가 불순해 보이는 비전문가 주도의 국회 토론회에 끌려가기보다는 소방기술사가 중심이 된 실제 제연분야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소방청 주관의 ‘제연설비 성능개선 TF'다. 소방기술은 공학이기에 공학은 전문가가 해결해야 한다. 결코 비전문가가 해결할 일도,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이다. 꾸준히 이어져 온 제연설비 논란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더 완벽하고 더 안전한 기술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와 더불어 관심과 소통이 필요하다.


조용선 소방기술사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