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전문가도 아닌데… 공조 전문가들 국회 토론회서 ‘망신살’

화재 질식 사상자 감소 위한 토론회서 제연설비만 논한 공조 전문가들
‘숲’ 보는 화재 전문가들, ‘나무’만 보는 공조 전문가들… ‘밥그릇 노렸나’

최영 기자 | 입력 : 2018/12/06 [22:41]

▲ 지난 4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들이 단상에 올라가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화재 사고의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연기 질식사 감소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 ‘제연설비’만을 논한 비전문가들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4일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구)의 주최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소방분야와 공조분야 전문가, 소방관련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화재 질식 사상자 감소를 위한 전 방위적 개선책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렸지만 사실상 소방시설 중 하나인 제연설비 분야로 치중됐다. 이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제연설비의 총체적 부실론을 제기한 이진복 의원의 후속 활동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시 이진복 의원은 “(제연설비의) TAB 등 모든 일을 소방기술사가 독점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건축과 소방설비ㆍ감리, 공조 전문가 등이 함께 하는 등 전문가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방시설 중 하나인 제연설비는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화재안전 전문가로 인정받는 소방기술사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는 공조분야 전문가들이 좌장과 패널 등으로 참여하면서 화재안전 분야의 영역 침범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다.


소방분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연기 질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축구조 문제와 피난 대책, 제연설비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공조분야 관계자들은 제연설비에 국한된 지엽적인 지적만을 쏟아내며 공조 전문가의 제연설비 공종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토론회 좌장으로 나선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박진철 교수는 제연설비 설치 대상조차 아니었던 제천과 밀양 화재 사고를 두고 “제연설비가 작동이 안 돼 인명 피해가 컸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가 객석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또 공조 전문가로 참여한 한국설비설계협회의 조춘식 회장은 제연설비의 설계적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망신을 당했다. 조 회장은 “현재의 제연설비는 1995년 사용된 복잡한 수식의 엑셀수식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고 화재안전기준에서의 할증 설계로 인해 과다 설계되고 있다”면서 “소방 제연설비 분야도 설계기술의 선진화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업역을 구분하지 말고 공조 전문가들하고 협업해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설계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춘식 회장이 제시한 내용은 논란을 낳았다.


조춘식 회장이 미국에서 발간한 'Handbook of smoke Control Engineering'이라는 책자의 표지를 공개하며 “미국은 공조 전문가가 제연설비 컨트롤을 다루는 분야로 하고 있다”고 한 말이 문제가 됐다.


조 회장에 앞서 발제자로 나섰던 (주)한모루연구소의 남준석 박사(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부장)는 발표 이후 토론에서 조 회장의 발언을 되짚었다. 남 박사는 “해당 책자는 NFPA에서 작성한 것으로 제연설비를 소방기술자만 알고 건축 공조가 모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책자를 집필한 두 명의 교수를 직접 만나서 확인한 사항”이라고 조춘식 회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회장이 제시한 설계 문제점도 논란이 됐다. 올해 중순부터 소방분야에서 제연설비의 총체적 문제를 주장하며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특정 업체 관계자 원모씨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본지 6월 11일 보도/ [집중취재] 멈출 줄 모르는 제연설비 부실 논란… 왜?]


한 참석자는 이를 두고 “특정 기술을 법에 반영하려고 논란을 키웠던 인물이 소방기술자들로부터 해당 기술을 인정받지 못하니 이제 공조분야를 끌어들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조분야 전문가로 참여한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의 정달홍 서울시회장의 발언도 뒷말을 낳았다. 정달홍 회장은 이날 제연설비의 관리적 문제를 거론하며 “제연설비가 제대로 구동되는지조차 모른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일 년에 두 번씩 (제연설비를) 성능점검업자가 점검을 하게 돼 있는데 육안검사 비용 정도로 수행하고 있어 유지관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성능점검 업체에 대한 대가를 체크해 제연설비를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건축 구조의 당초 구획된 제연구간이 어떻게 바뀌는지 구조가 변경될 때마다 소방서의 허가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비전문가의 발언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토론회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소방시설 점검을 수행하는 소방시설관리업의 업무는 전체적인 소방시설 점검 과정에서 제연설비의 작동 상태만을 확인하는 것이고 소방시설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성능점검업자’라는 모호한 단어까지 쓴 것 같다”며 “이러한 관리 문제는 원천적으로 세밀한 성능 확인을 별도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토론회 이후 일각에선 화재안전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공조분야 전문가들이 제연설비의 부실론 부상을 틈타 업무영역을 확장해 밥그릇을 챙기려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정홍영 소방청 화재예방과 계장과 김진수 한국소방기술사회 제연기술분과위원장, 남준석 (주)한모루연구소 박사 등이 화재안전전문가로 참여해 화재 시 연기 피해 방지를 위한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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