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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다호텔 화재/집중취재④-단독] 소방점검서 불량 51건… “부실 준공이었나”

“과연 처음엔 멀쩡했을까” 소방시설 부실 감리 흔적 ‘수두룩’
소방시설점검 업계 “부실감리 사례 많아, 문제 커질까 쉬쉬”
“건축주가 고용하는 소방공사 감리, 중립성 확보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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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1/21 [23:29]

[라마다호텔 화재/집중취재④-단독] 소방점검서 불량 51건… “부실 준공이었나”

“과연 처음엔 멀쩡했을까” 소방시설 부실 감리 흔적 ‘수두룩’
소방시설점검 업계 “부실감리 사례 많아, 문제 커질까 쉬쉬”
“건축주가 고용하는 소방공사 감리, 중립성 확보 대책 시급”

최영 기자 | 입력 : 2019/01/21 [23:29]

▲ 라마다 앙코르 호텔 건물의 지난해 7월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는 51건의 불량 소방시설이 확인됐다. 이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에서는 준공 이후 관리 과정에서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준공 시점부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대거 확인된다.      © 자료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미혁 의원실


[FPN 최영 기자] = 천안 라마다 호텔 건물이 지난해 실시한 소방시설 자체점검에서 51건에 이르는 불량 소방시설이 확인됐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이 불량 내역들이 준공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소방시설의 준공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천안시 허가 내용에 따르면 천안 라마다 앙코르호텔은 2년 전인 2017년 7월 25일 건물의 최종 사용승인을 득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한 차례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했다.


소방관련법상 소방시설의 자체점검은 준공 이후 1년이 도래하는 사용승인일이 속한 달까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종합정밀점검 대상이었던 라마다 호텔은 작년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4명의 인력을 투입해 점검을 진행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미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종합정밀점검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점검에서는 무려 51건의 불량 사항이 적발됐다.


문제는 이 지적사항 중 건물의 최초 준공 때부터의 오류로 보이는 불량 소방시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화재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지하층 비상방송설비는 경보 방식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았고 화재감지기 위치가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문제점도 확인됐다.


또 21층 휀룸에는 있어야 할 화재감지기가 아예 없고 지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설비와 연결되는 화재감지기는 없거나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화재 시 연기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제연설비에 적용된 댐퍼에는 전원조차 연결돼 있지 않았다. 감지기가 작동되더라도 제연댐퍼 자체가 연동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비상콘센트의 경우 전체 층에 전원이 연결돼 있지도 않았다.


상당수 불량 소방시설의 문제가 준공 당시 정상이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이는 소방시설이 애초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준공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즉 소방시설 감리가 부실한 상태에서 허가가 이뤄진 뒤 1년 후 진행된 소방시설 점검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 라마다앙코르 호텔의 2018년 종합정밀점검 지적내역이다. 51건의 지적 사항을 보면 준공 당시에는 과연 멀쩡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자료 : 권미혁 의원실 / 소방방재신문 재구성


소방시설 점검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적사항을 보면 소방시설이 완성된 이후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상태에서 이상이 생긴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며 “특히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거나 시스템 상호간에 연결이 돼 있지 않은 것은 최초 건축 과정에서의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방시설 점검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건축물의 소방시설 준공 1년 후 실시되는 소방시설 점검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난처한 상황에 봉착할 때가 많다는 관리업계의 증언이 나온다.


소방시설 관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방시설의 부실 감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며 “부실하게 준공된 건축물의 불량 소방시설이 점검 과정에서 드러날 경우 인허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쉬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재 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소방시설은 완벽한 상태에서 준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감지시설) 등은 대부분 안정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준공된다”며 “다른 소방시설 역시 미비한 상태로 준공이 이뤄지는 일이 많아 소방시설점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 근원지는 정해진 건축허가일에 끼워 맞추듯 긴박하게 이뤄지는 소방시설공사 감리 실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방시설공사 감리는 건축물을 짓는 발주처로부터 고용되기 때문에 감리자 입장에선 ‘갑’이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준공허가를 빨리 받아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보통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의 경우 건물 준공 시점보다 빠르면 한 달에서 10일까지도 앞서서 받는다. 사실 소방시설이 완벽히 구동되는 상태에서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에선 사전에 증명서를 먼저 받고 건축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용승인 시 이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완공 허가를 받은 건물에서 지속적인 공사 작업이 진행될 뿐 아니라 건축물 준공이 완료된 이후에도 입주 청소 등이 종료될 때까지 사실상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의 소방시설을 차단해 놓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소방시설 감리자가 이렇게 잘못된 소방시설을 눈 감지 않고 깐깐하게 대응할 경우 발주처가 감리자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도 있다는 게 감리 업계 증언이다.


소방감리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필증(준공허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방시설이 조금 미비하더라도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주처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게 바로 감리자이기 때문에 돈 주는 사람이 원하는데 사업의 영위를 위해서는 제아무리 원칙을 지키는 감리자라 할지라도 장기간 버티는 것은 힘들지 않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갑을 관계에 놓인 소방시설공사 감리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어놓지 않는다면 부실 감리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을 주는 발주처 요구에 끌려가면서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린 소방시설 감리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소방기술사는 “소방감리사업자는 대부분이 수의계약에 의한 감리용역을 수주하다 보니 갑의 요구에 맞춰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라며 “기계설비를 포함한 건축공사와 전기설비 공사 등 타 공종에서는 이미 공개입찰방식으로 감리자를 선정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은 오히려 제도가 미비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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