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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불법 구조에 엉터리 소방시설까지… 천안 라마다호텔 화재로 20명 사상

최초 발화지는 불법 구성된 ‘린넨실’, 스프링클러는 먹통에 부실감리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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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1/25 [12:14]

[집중취재] 불법 구조에 엉터리 소방시설까지… 천안 라마다호텔 화재로 20명 사상

최초 발화지는 불법 구성된 ‘린넨실’, 스프링클러는 먹통에 부실감리 정황까지

최영 기자 | 입력 : 2019/01/25 [12:14]

최초 설계 허가 내용과 달리 불법 구획 후 침구류 보관실로 써
불법 구조 변경에 손 놓은 정부… “건물 준공 후 사후관리 시급”
스프링클러 관련 밸브 개방 안돼… 인천 세일전자 화재와 같아
제천ㆍ밀양 화재 판박이… 천장에 붙인 스티로폼이 또 ‘화근’
“내부 단열재 규제에 소극적인 정부 이해 안 가, 규제 필요”
“과연 처음엔 멀쩡했을까” 소방시설 부실 감리 흔적 ‘수두룩’
소방시설점검 업계 “부실감리 사례 많아, 문제 커질까 쉬쉬”
“건축주가 고용하는 소방공사 감리, 중립성 확보 대책 시급”

 

▲ 지난 14일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지난 14일 충남 천안 서북구 라마다앙코르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지난해 하순 종로 고시원, KT지하 통신구 화재에 이어 이번에는 대형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46분께 발생한 불은 지하 1층 주차장 대부분을 전소시키고 차량 8대와 옆 건물 안마시술소 3층 등 일부를 태웠다.


소방은 화재 직후 230명과 헬기 2대를 포함한 장비 64대를 동원해 오후 8시 46분경 진압을 완료할 수 있었다.


불은 최초 지하 1층 주차장에 한 켠에 위치한 린넨실(침구류 보관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린넨실 전열기의 콘센트가 합선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라마다앙코르 호텔은 지상 21층, 지하 5층, 연면적 2만6638.6㎡ 규모에 숙박시설(420객실)과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건물이다. 지난 2014년 8월 13일 허가를 받아 2017년 7월 25일 준공됐다.


건축법에 따른 화재안전 구조와 스프링클러 등이 대부분 갖춰져 있었지만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화재 당시 지하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설비는 작동조차 하지 않았고 최초 불이 발생한 린넨실은 건축 허가 내용과 달리 불법 구획된 공간이었다.


또 건물의 건축 과정에서 지하주차장 천장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여 놓으면서 불의 급격한 확산 경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이듬해 초 밀양 세종병원에서 드러난 건축물 내장재 문제가 반복된 셈이다.


게다가 건축물 준공 이후 지난해 7월 한 차례 이뤄진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는 51건의 불량 소방시설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불량 소방시설 중에는 최초 준공 때부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결함들까지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화재 역시 인명 피해를 불러온 주된 원인은 불온전한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그 속에는 건축구조의 문제와 더불어 화재 시 반드시 작동했어야 하는 소방시설 등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 있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번 화재 사고의 숨은 뒷이야기를 집중취재했다.

 

 “불 난 린넨실은 원래 자전거 주차장이었다”

▲ 라마다앙코르 호텔 건축물대장에는 지하 1층 용도는 MDF실과 중앙감시실, 휀룸으로만 허가가 나있다.     © 소방방재신문


불이 난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의 최초 발화지인 린넨실(침구류 보관실)은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공간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6일 <FPN/소방방재신문>이 천안시 서북구청으로부터 허가 받은 라마다 호텔의 건축물 대장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지하 1층은 린넨실 같은 창고시설로 정식 허가 받은 적이 없었다.


이 건물의 건축물 대장을 보면 가장 처음 불이 난 지하 1층은 1447.7㎡ 규모로 지하주차장과 MDF실, 중앙감시실, 휀룸 용도로 건축 허가가 이뤄졌다. 반면 지하 2층과 3, 4층의 경우 지하주차장과 직원탈의실, 창고 등 주차장 외 용도로 정식 허가가 이뤄져 있다. 지하 1층은 중앙감시실(방재실) 외에 창고 같은 시설이 애초부터 없었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15일 경찰과 소방의 화재 감식 과정에서 지하 1층에 린넨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곳에 있던 전열기구에서 불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린넨실 안쪽에 온풍기 등 전열기구와 냉장고, 온수기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화재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본지가 해당 건물의 지하 1층 도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실제 린넨실이 있던 곳은 애초에 자전거 주차장으로 설계된 곳이다. 설계도를 보면 지하 1층 주차장은 차량 34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 허가 당시에는 자전거 주차장으로 도면에 표기돼 있지만 화재 당시에는 린넨실로 쓰이고 있었다.     © 소방방재신문


동남 쪽 끝에 자전거를 33대 주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이곳을 린넨실로 불법 변경해 사용해 왔다. 애초부터 주차장 일부를 불법으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화재 발생 염려도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불법 용도 변경 문제는 대형 화재사고에서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건축 허가 이후 사용해서는 안 될 공간을 창고나 휴게실 등으로 쓰다가 불이 난 대표 사례는 부산 골든스위트 주상복합건물 화재다.


지난 2010년 38층에 이르는 부산 골든스위트 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는 4층 피트(PIT) 공간을 환경미화원 작업실로 불법 변경해 사용하다 불이 났다. 당시 불길은 4층 연결통로 내에 있던 미화원 작업실(피트)에서 시작돼 알루미늄 판넬 외벽을 통해 상층으로 빠르게 번졌다. 이 사고 역시 불법 용도 변경이 화근이 된 사고다.


천안 라마다 호텔의 경우 린넨실 공간을 불법으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방화구획을 제대로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최초 린넨실에서 시작된 불길이 주차장 전체로 쉽게 번져 나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마다 호텔처럼 건축 허가 이후 구조를 무차별적으로 변경하는 시설이 비일비재하지만 건축 허가 이후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 건축물 관리 실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소방시설은 법적 점검을 통해 설비의 유지관리와 작동상태를 확인ㆍ점검하지만 건물 완공 이후 사용 과정에서 공간의 용도변경이나 피난로, 방화구획 유지 등에 대한 별도의 확인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법적인 용도변경으로 인한 화재위험과 피난장애 등이 일반화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후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추진 중인 건축물 관리법의 제정과 도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동 안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최초 발화지로 확인된 지하 1층 린넨실의 스프링클러설비는 화재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라마다앙코르 호텔은 지상 21층 지하 5층, 연면적은 2만6638㎡ 규모의 건물이다. 지하 5층에는 주차장과 기계실, 지하 4층부터 지하 2층까지는 주차장과 탈의실, 창고 등이 들어서 있다.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중앙감시실(방재실), 린넨실이, 지상 1층부터 3층까지는 상업시설이, 4층부터 21층까지는 호텔로 운영됐다. 호텔 운영부에는 420개실이 존재한다.


건물 규모상 소방법에 따라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화재가 급격하게 번지며 상층부로 확대됐다. 이를 두고 소방시설과 방화구획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미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충남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하 1층 방재실은 이번 화재로 모두 불에 타버렸다.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기까지 화염으로 녹아내리면서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 이력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수신기를 회수해 정밀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 건물 지하 1층에는 ‘준비작동식’이라는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취재결과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설비는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 1층과 2층의 준비작동식 밸브 개방 여부를 확인한 결과 불이 최초 시작된 지하 1층 솔레노이드 밸브(전자기동밸브)가 개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소방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솔레노이드 밸브가 잠겨 있다는 것은 화재감지기로부터 신호를 받지 못했거나 상태가 불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프링클러설비 배관으로 물이 전달되지 못했단 얘기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화재감지기를 통해 불이 감지돼야만 펌프가 돌아 배관으로 물을 쏘아 올려 화재를 진압한다. 일반적으로 평상시 스프링클러 헤드까지 물이 가득 차 있어 화재 시 스프링클러 헤드의 이탈만으로 즉각적으로 물을 방수해 주는 ‘습식 스프링클러’와 달리 반응 시간이 늦고 각종 밸브 등에 따른 오동작 우려도 크다. 스프링클러 설비의 오동작으로 인한 수손 피해를 우려하거나 동파 예상 공간에 설치하는 형태가 바로 이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다.


그러나 연결된 밸브가 정상 관리되지 않거나 스프링클러 헤드 손상 시에도 배관 내 기밀 상태가 검증되지 않기 때문에 정작 화재 시 다른 곳으로 물이 새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문제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습식에 비해 설비의 복잡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실제 지난해 3월,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인천 남동구 세일전자 화재 때에도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솔레노이드 밸브가 열리지 않았다. 이번 화재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호텔 영업을 시작한지 5개월 남짓된 대규모 숙박시설인 라마다앙코르 호텔이 부실하게 관리돼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방은 최초 화재 신고 시 화재 비상벨 소리가 녹음 파일에서 들리는 것으로 볼 때 감지기 등 경보설비는 작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작동 시점 등은 화재수신기의 소실로 인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14일 발생한 천안 서북구 쌍용동에 위치한 라마다앙코르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경찰은 15일 라마다앙코르 호텔의 화재 조사를 위해 대규모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조사에 들어갔다. 화재 당시 숨직 직원 김모(53)씨에 대한 사인 분석과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형사팀 4명과 강력팀 20명, 지능팀 10명 등으로 구성됐다.

 

지하 불법 린넨실서 시작된 불 “천장 타고 번져”
화재 당시 지하 1층 주차장 전체를 태우며 시커먼 유독가스를 내뿜은 원인은 바로 천장에 붙어 있던 스티로폼이 주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발생한 라마다 호텔은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 내 지하 1층 주차장에 13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사실상 34대의 주차공간 중 절반도 안 되는 숫자였다. 하지만 불길은 마치 연결된 연소물질을 연이어 타고 넘어가듯 1447㎡에 이르는 지하 1층 주차장의 대부분을 태웠다.


현장 조사에 투입된 화재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천장에는 분홍색 스티로폼이 붙어져 있었다”며 “린넨실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는 천장 면을 타고 지하 1층 전역으로 확대됐고 주차된 차량으로까지 번져 지상층으로도 확산됐다”고 말했다.


천장에 부착돼 있던 이 분홍색 스티로폼은 아이소핑크(압출발포폴리스티엔 단열재)로 불리는 단열재 종류 중 하나다. 일반 스티로폼과 달리 물을 잘 흡수하지 않고 단열 효과가 좋아 건축물의 기초나 지하층 등 단열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 화마가 휩쓸고 간 천안 라마다 호텔 1층 필로티 상부의 구조를 보면 아이소핑크 단열재가 붙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지하 1층 천장에서도 이러한 아이소핑크가 천장에서 녹아내린 흔적들이 남아 있다.     ©최영 기자


실제 지난해 1월 대전소방본부가 실시한 가연성 소재 실험에서는 이러한 아이소핑크의 화재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대전소방본부는 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폼(EPS)과 아이소핑크 등에 직접 불을 붙여 실험을 했다. 그러자 아이소핑크는 1분도 안 돼 불길이 확산되면서 맹독성 가스를 내뿜었다.


라마다 호텔 화재 당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린넨실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불이 주차장 전체로까지 확산된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주차차량 13대 중 차량 8대가 전소됐고 방재실로까지 번져 화재수신기마저 태워버렸다. 그러나 방재실로까지 불길이 번진 배경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화구획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천장 단열재의 화재 취약성은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해 1월 밀양 화재 때에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천장 속 스티로폼을 태우며 불이 번졌고 밀양 세종병원 화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인천 세일전자 화재에서는 천장 단열재로 쓰인 우레탄폼을 타고 불길이 급격하게 번졌다.

 

▲ 지난 2017년 12월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의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 천장에는 10cm에 이르는 스티로폼이 단열재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 소방방재신문


최근 2년 새 일어난 모든 대형 화재에서 천장 속 단열재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천장 단열재로 화재가 확산될 경우에는 제아무리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더라도 소용이 없다. 대부분의 스프링클러 헤드는 천장에 붙은 단열재 밑 부분으로 물이 뿌려지도록 설치되기 때문이다. 결국 번지는 불길은 소방시설로도 잡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현행 건축법규에서는 방화요건으로 건축물 구조와 방화구획 외에도 특정용도나 일정 면적 이상 되는 건축물의 마감재료에 대해 내화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건물 안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내부로 번지기 때문에 마감재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행 건축법규의 규제 대상 시설이라도 겉에 최종 마감하는 재료가 불연 또는 준불연재료라면 천장 속에 붙인 단열재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석고보드 같은 불연 재료로 마감만 하면 속이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라마다호텔 주차장 같은 경우 건축법상 거실로 분류되지 않아 천장에 붙이는 단열재 소재에 대해서는 아예 규제를 받지 않는다. 마감재료는 거실과 피난동선(계단, 주된 복도나 통로)을 구분해 제한하는데 주차장은 이 공간에 포함되지 않는 탓이다.


대형 화재 사고 때마다 천장에 붙이는 단열재는 언제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하루 빨리 건축물 천장에 붙는 내장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수많은 화재 사례에서 건축물 천장으로 확산되는 화재 위험성이 나타나지만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소극적인 모습이 이해가 안 간다”며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화재에서 드러난 건축물 내부 천장 단열재의 내화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소방점검서 불량 51건… “부실 준공이었나”

▲ 라마다앙코르 호텔 건물에서 지난해 7월 실시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51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다. 이 종합정밀점검 보고서에서는 준공 이후 관리 과정에서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준공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확인된다.     ©소방방재신문


천안 라마다 호텔 건물은 지난해 실시한 소방시설 자체점검에서 수십가지에 이르는 불량 소방시설이 확인됐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불량 내역들이 준공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소방시설의 준공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천안시 허가 내용에 따르면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은 2년 전인 2017년 7월 25일 건물의 최종 사용승인을 득했다. 이후 지난해 7월 한 차례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했다.


소방관련법상 소방시설의 자체점검은 준공 이후 1년이 도래하는 사용승인일이 속한 달까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종합정밀점검 대상이었던 라마다 호텔은 작년 7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4명의 인력을 투입해 점검을 진행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권미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종합정밀점검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점검에서는 무려 51건의 불량 사항이 적발됐다.


문제는 이 지적사항 중 건물의 최초 준공 때부터의 오류로 보이는 불량 소방시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화재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지하층 비상방송설비는 경보 방식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았고 화재감지기 위치가 뒤죽박죽으로 엉켜있는 문제점도 확인됐다.


또 21층 휀룸에는 있어야 할 화재감지기가 아예 없고 지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설비와 연결되는 화재감지기는 없거나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화재 시 연기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제연설비에 적용된 댐퍼에는 전원조차 연결돼 있지 않았다. 감지기가 작동되더라도 제연댐퍼 자체가 연동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비상콘센트의 경우 전체 층에 전원이 연결돼 있지도 않았다.


상당수 불량 소방시설의 문제가 준공 당시 정상이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이는 소방시설이 애초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준공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즉 소방시설 감리가 부실한 상태에서 허가가 이뤄진 뒤 1년 후 진행된 소방시설 점검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소방시설 점검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적사항을 보면 소방시설이 완성된 이후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상태에서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특히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거나 시스템 상호간에 연결이 돼 있지 않은 것은 최초 건축 과정에서의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방시설 점검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건축물의 소방시설 준공 1년 후 실시되는 소방시설 점검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난처한 상황에 봉착할 때가 많다는 관리업계의 증언이 나온다.


소방시설 관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방시설의 부실 감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며 “부실하게 준공된 건축물의 불량 소방시설이 점검 과정에서 드러날 경우 인허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쉬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재 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소방시설은 완벽한 상태에서 준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감지시설) 등은 대부분 안정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준공된다”며 “다른 소방시설 역시 미비한 상태로 준공이 이뤄지는 일이 많아 소방시설점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 근원지는 정해진 건축허가일에 끼워 맞추듯 긴박하게 이뤄지는 소방시설공사 감리 실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방시설공사 감리는 건축물을 짓는 발주처로부터 고용되기 때문에 감리자 입장에선 ‘갑’이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준공허가를 빨리 받아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보통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의 경우 건물 준공 시점보다 빠르면 한 달에서 10일까지도 앞서서 받는다. 사실 소방시설이 완벽히 구동되는 상태에서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에선 사전에 증명서를 먼저 받고 건축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용승인 시 이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완공 허가를 받은 건물에서 지속적인 공사 작업이 진행될 뿐 아니라 건축물 준공이 완료된 이후에도 입주 청소 등이 종료될 때까지 사실상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의 소방시설을 차단해 놓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소방시설 감리자가 이렇게 잘못된 소방시설을 눈 감지 않고 깐깐하게 대응할 경우 발주처가 감리자 자체를 바꿔버리는 일도 있다는 게 감리 업계 증언이다.


소방감리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필증(준공허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방시설이 조금 미비하더라도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주처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게 바로 감리자이기 때문에 돈 주는 사람이 원하는데 사업의 영위를 위해서는 제아무리 원칙을 지키는 감리자라 할지라도 장기간 버티는 것은 힘들지 않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갑을 관계에 놓인 소방시설공사 감리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어놓지 않는다면 부실 감리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을 주는 발주처 요구에 끌려가면서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린 소방시설 감리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소방기술사는 “소방감리사업자는 대부분이 수의계약에 의한 감리용역을 수주하다 보니 갑의 요구에 맞춰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라며 “기계설비를 포함한 건축공사와 전기설비 공사 등 타 공종에서는 이미 공개입찰방식으로 감리자를 선정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소방시설은 오히려 제도가 미비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 라마다앙코르 호텔의 2017년 종합정밀점검 지적내역이다. 51건의 지적 사항에서는 준공 당시에는 과연 멀쩡했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 : 권미혁 의원실 / 소방방재신문 자료 재구성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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