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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20년 베테랑 수난구조 전문가 ‘한정민 소방위’

베테랑 수난구조 전문가에서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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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2/11 [11:28]

[Hot!119]20년 베테랑 수난구조 전문가 ‘한정민 소방위’

베테랑 수난구조 전문가에서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으로…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9/02/11 [11:28]

▲ 한정민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     © 김혜경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육상도 그렇지만 수난사고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게 없습니다. 수중이냐, 수상이냐 등 환경에 따라서 장비나 구조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1998년 수난구조 특채로 소방에 입문한 한정민 소방위는 서초소방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의 전신인 성동수난구조대 발대요원, 중앙119구조본부 등을 거쳐 현재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수난구조 특채로 임용됐지만 처음부터 수난구조를 담당했던 건 아닙니다. 사실 수난구조를 담당할 때도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었어요. 그러다 기회가 닿아 2004년 미국 플로리다에 재호흡기 교육을 20일 정도 가게 됐는데 제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깨닫고 나름대로 노력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한정민 소방위는 미국 급류구조 트레이너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난구조의 일인자라는 평을 받는 한정민 생활지도관. 수난구조만 20년을 한 그는 그간 크고 작은 수난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소방에서는 화재 진압과 구급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실제로 출동 건수도 많으니까요. 수난구조가 소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수난사고인 급류사고로 인해 순직하는 소방공무원의 수가 매년 평균 1.5~2명 정도니까 그 수가 절대로 적지 않죠. 수난구조에 대한 좀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난사고 현장에서는 구조대원의 역할에 따라 요구조자의 목숨을 살리거나 잃거나가 결정된다. 그래서 그에게는 남다른 의욕이 있었다. 단 한 명의 목숨도 허투루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다짐은 지금 잠시 멈춰있다. 지난 2014년 국가적 재난으로 기록된 세월호 사고가 계기가 됐다. 세월호 사고는 그가 마지막으로 수난구조 임무를 맡은 현장이었다.


“구조대원으로서 굉장히 회의감이 들었어요. 날마다 떠오르는 시신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스스로를 괴롭혔죠. 더구나 아들 또래 아이들의 시신들을 보고 있자니 심적으로 정말 괴로웠습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다시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적지않은 트라우마가 그를 찾아왔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의 인간적 한계를 느꼈던 그에게는 쉴 시간이 필요했다. 종로소방서에서 경방 업무를 담당하다 서울소방학교 생활지도관 업무를 맡은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한정민 소방위가 서울소방학교 108기 교육생들과 새벽 구보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많은 교육생을 만나면서 스스로 치유법을 찾았다. 신임 소방공무원을 바라보며 초창기 자신이 가졌던 소방관으로서의 사명감과 마음가짐을 되새기고 있는 그는 이제 후배를 양성하고 그들이 더욱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 교육생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 교육생은 의도치 않은 부상으로 제 기수에 들어오지 못해 차기 교육생과 함께 교육을 받았던 여성 소방공무원이다.


어느 날 새벽 점호 이후 구보를 마친 한정민 소방위는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교육생들이 급하게 찾는 소리를 듣고 생활관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구급차까지 와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니 교육생이 샤워한 후 쓰러졌다 깨어났는데 본인이 새벽 점호를 한 것 밖에 기억나질 않는다고 했어요. 병원으로 이송해 종합검진을 했는데 이상은 없지만 부분 기억 상실이 있다고 했죠”


서울소방학교는 2일 이상 결석하면 자진 퇴교 처리가 된다. 단, 본인이 원할 경우 임용유예를 해 다음 기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병원에서 3일간 지켜봐야 한다고 했죠. 부모님께 임용유예를 권했지만, 그 교육생은 링거주사를 뽑고 다음날 교육에 참석하러 왔습니다. 구보를 할 때 숨이 목까지 차오는 데도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히 남아있어요. 입원으로 인해 감점도 많았지만 열심히 한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기특한 교육생입니다”


“이 교육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성별을 넘어 소방관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금 교육생들을 잘 지도하고 뒷받침해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그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정민 생활지도관은 신임자 교육 시 빼놓지 않고 “소방관은 영웅도 아니고 희생이나 봉사하는 직업도 아니다. 더구나 동정 받아야 할 대상도 아니다”고 말한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방관은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받은 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그러니 소방관을 동정의 눈으로 안타깝게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주변에는 소방관보다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그분들에게 더욱 따뜻한 관심을 쏟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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