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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국가 인증 버젓이 통과한 엉터리 포혼합장치 논란

국내 1위 업체였는데… 대담하고 치밀한 수법에 “모두 속았다”
2018년 3월 내부고발로 시작된 검찰 조사, 9개월 만에 결론
들쑥날쑥한 품질 속이려고 별도 만든 조작장치 거듭 보완까지…
설치 제품 60대 전수조사 나선 소방청, 소방산업기술원도 감사

최영 기자 | 입력 : 2019/02/25 [17:58]

▲ 실제 위험물 시설에 설치된 포혼합장치   © 수원지검 성남지청

 

[FPN 최영 기자] = 엉터리 국가 인증검사를 받고 발전소나 정유소 같은 주요시설에 대량 납품된 M사의 불량 포소화약제 혼합장치 유통 사건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소방청은 현장에 실제 설치된 제품을 대상으로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또 제품의 성능인증과 검사를 수행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에 대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M사 대표 P 씨는 2014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허위로 기술원의 성능인증을 받은 포소화약제 혼합장치 약 60대를 화력발전소와 저유소, 석유화학공장 등 22곳에 판매해 3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P 씨는 기술원으로부터 성능인증과 제품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작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분야는 큰 충격에 빠졌다. M사는 국제적으로도 내로라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에서 각종 상까지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던 우리나라 1위 포소화약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술로 미국의 유명 인증인 FM(Factory Mutual)까지 받았다. 이 유명 글로벌 인증 역시 조작된 장치로 획득했다는 M사 전직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소방용품 국가 인증 제도를 넘어 해외 유명 인증까지 속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취재결과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불량 포혼합장치를 유통한 M사는 또 어떤 기업이었을까. 이번 사건의 내막을 <FPN/소방방재신문>이 파헤쳤다.

 

곳곳에 팔려나간 엉터리 포소화약제 혼합장치…


소방법상 포혼합장치의 정식 명칭은 ‘포소화약제 혼합장치’다. 거품을 일으켜 불을 끌 수 있는 포 소화약제 원액을 물과 섞어 사용 농도에 적합한 혼압액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물로만 불을 껐을 경우 효과가 적거나 오히려 화재 확대 위험성이 있는 가연성 액체 등은 이러한 거품을 발생시켜 불을 꺼야하기 때문에 혼합장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보통 포소화약제를 활용하는 소방시설은 물 대비 1, 3, 6%의 포소화약제를 섞는다. 포혼합장치는 이 비율에 맞춰 개발된다. 이러한 시설에 사용되는 포소화약제는 생산 과정에서부터 적정 비율에 맞춰 개발되기 때문에 혼합장치를 통해 섞이는 비율이 맞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혼합비가 3%짜리로 개발된 제품은 물 97%+포화약제 3%의 수용액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M사는 이 혼합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지만 기술원의 인증과 검사 과정에서 시험 장치를 조작해 통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화재 시 제역할을 할 수 없는 제품을 유통시켰던 셈이다.

 

▲ 실제 M사가 시중에 유통한 폼도스가 정유화학공장에 설치돼 있는 모습이다.     © 소방방재신문


M사가 개발ㆍ보급해 온 포혼합장치는 ‘폼도스’라는 모델명으로 1, 3, 6% 등 각각의 타입별 제품을 50건이나 승인받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술원의 제품검사를 받은 수량은 170여 대에 달한다.


소방법에서는 이러한 포소화설비의 중요성을 고려해 성능인증 기준을 고시로 운영하고 있다. 법 체계상 이 성능인증은 소방법상 ‘형식승인’ 제품과 달리 강제 인증은 아니지만, 수요처와 현장 감리 또는 소방관서에서 성능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 인증과도 같다.


이러한 포혼합장치는 특수가연물을 저장하거나 취급하는 석유화학단지나 공장, 창고, 차고, 주차장, 항공기격납고 같은 곳에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량에 탑재돼 포소화약제를 활용한 진압 작전이 필요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불량 포혼합장치 유통시킨 M사는?


경기도 광주에 사업장을 둔 M사는 지난 2001년 설립 이후 2002년부터 글로벌 포혼합장치로 유명한 독일 ‘파이어도스’라는 제품을 국내에 유통해 왔다. 그러다 2010년 ‘폼도스’라는 이름의 국산 포혼합장치를 직접 개발했다.


포혼합장치는 구동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이 중 M사가 개발한 ‘폼도스’라는 혼합장치는 전기 등의 동력 없이 물이 지나가는 힘만으로 워터 터빈을 가동시켜 소화약제와 물을 자동으로 섞어주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특히 M사는 과거 포혼합장치 국산화 기업으로 부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12년과 2016년 행정안전부 장관상과 국민안전처 장관상을 각각 두 번이나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압축공기포소화설비를 개발하면서 또 한 차례 주목을 받았다.

 

기존 포소화설비와 대비해 물 사용량을 약 7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이 시스템 역시 포혼합장치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포혼합장치 제조업체 중 정상을 달리던 기업이다.

 

대담하고 치밀했던 눈 속임 “모두가 속았다”

▲ M사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성능인증과 제품검사 과정에서 조작장치를 이용해 시험 시 나타나는 표시값을 정상인 것 처럼 꾸몄다.     © 소방방재신문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M사의 범행은 그야말로 치밀했다. 검사 과정에서 필요한 측정기계를 조작하기 위해 별도의 시설까지 갖췄다. 조작된 임의의 수치를 검사관이 보는 모니터에 표시되도록 하는 수법이었다.


원래 이 표시부에는 물이 유입되는 양과 포소화약제의 양, 분출되는 포수용액의 혼합비 등 세 가지의 값이 표시되는데, 이 값을 임의적으로 조작했던 것이다.


M사에서 일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P 대표는 2013년경 처음 이 수치 조작 장치를 설치한 뒤 꾸준히 업그레이드까지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조작부와 시스템 제어 본체를 일체형 방식으로 고안해 엔진펌프실에서 조작했다. 그러다 조작부와 시스템 제어 본체를 분리한 뒤 별도의 조작장치를 만들어 다른 공간에 뒀다. 이때부턴 조작을 위한 별도 인원까지 투입시켰다.

 

▲ 과거 M에서 일했던 직원 증언에 따르면 2013년에 최초 구축된 조작장치는 보완을 거듭하면서 그 형태가 진화됐다.     © 소방방재신문


급기야 나중에는 조작부를 위한 별도의 룸을 시험장소 벽체 뒷 편에 마련해 시험장소를 지켜볼 수 있는 CCTV 모니터도 달았다. 시험측정값 모니터와 동일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꾸미고 출력값을 조작하는 조작반도 새롭게 제작했다. 무려 3단계에 걸쳐 조작장치를 발전시켜 왔던 셈이다.

 

별도 장치까지 만들어 조작한 이유가…


여타 소방시설과 마찬가지로 포혼합장치의 생명은 성능이다. 그 성능은 곧 얼마나 안정적인 혼합비를 맞추느냐가 된다. 혼합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화재를 진압하는 시스템의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사는 독일의 파이어도스라는 글로벌 제품을 국내에 유통해 오다 유사 제품인 폼도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품질의 안정화는 이뤄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포혼합장치가 혼합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부품의 정밀성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물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어서다. 전기 등의 동력 없이 소화수가 지나가는 힘만으로 회전에너지를 얻는 혼합 방식의 경우 부품의 기밀과 정밀성은 더 중요하다.


M사의 전직 직원 등에 따르면 과거부터 M사의 포혼합장치는 내부 부품이 완전히 접촉되지 못해 빈틈이 생기다 보니 물의 압력이 들쑥날쑥했고 혼합비가 기준 수치보다 떨어질 때가 많았다. 유량이 많을 경우에는 혼합비가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유량이 적을 땐 심각한 수준의 문제가 나타났다. 정밀성 부족으로 인한 품질 안정화가 안됐던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포혼합장치를 사용하는 시설은 사용유량의 범위를 100~500LPM 정도로 요구한다. 하지만 M사의 제품은 100LPM 가량의 낮은 ‘저유량’ 구간에선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다. 혼합비를 검사할 포수용액의 농도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일이 많아지자 M사의 P 대표가 조작장치를 설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서 들어난 범행… 어떻게 들통났나


지난 1월 3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허위로 성능인증을 받아 판매한 M사의 대표를 ‘사기 및 위계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어떻게 M사의 만행을 수사하게 된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술원 홈페이지 클린신고란에는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됐다. M사의 성능인증과 모든 테스트가 조작된 수치로 인증이 이뤄진다는 내용의 내부 고발이었다. 제보를 접수한 기술원 감사실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작 장치 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감사실은 조사 당일 기술원에 내방한 M사 대표로부터 포혼합장치의 성능인증 2건에 대한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았다. 그러나 조작 장치를 이용했다는 제보 내용과 진술이 달랐다. 최초 민원 제보는 시험데이터를 조작했다고 했지만 M사 대표는 시험용 밸브를 조작했다고 했다.


첫 확인서를 썼던 M사 대표는 이틀 후 기술원에 다시 찾아왔다. 기술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M사 대표는 감사실을 찾아와 윽박을 지르며 이틀전 작성한 1차 확인서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는 먼저 작성한 확인서와 달리 “부정행위를 할 의도만 있었지 시행하지 않았다”며 말을 바꿨다. 이날 M사 대표는 1차 확인서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2차 확인서를 다시 제출했다.


그 시점 소방청도 조사에 착수했다. 최초 기술원에 민원이 제출됐을 당시 국민신문고에도 같은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었다.


이후 소방청과 기술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 등은 현장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현장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제보자와의 면담 등을 거쳐 M사 조작을 확신한 기술원은 M사 대표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M사에서 오랜기간 일하다 퇴직한 4명의 직원들도 같은 건으로 M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렇게 검찰에는 두 건의 고발이 접수됐고 수사 과정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통합된다. 그 후 약 9개월 간의 조사 끝에 검찰은 M사가 저지른 만행을 밝혀내 구속 기소했다.

 

전수조사 나선 소방청… 기술원도 감사 착수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소방청은 뒷수습에 들어갔다. 우선 현장에 설치된 M사의 포혼합장치 전량을 성능검사하기로 했다. 지난 18일부터 3개 팀으로 총 6명을 투입해 3월 말까지 22개소 시설에 설치된 60대의 포혼합장치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는 포수용액의 혼합비율을 중점 확인하고 실제 납품한 제품에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설비 교체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4월 1일부터 6월 31일까지는 M사가 2009년부터 생산한 112대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또 소방청은 과거 M사의 포혼합장치를 인증ㆍ검사한 기술원 직원에 대해서도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시험 검사의 민원 접수부터 계획 수립, 검사와 판정에 이르기까지 일체 진행 사항에 대한 문제성을 따져 보겠다는 방침이다. 또 사건 인지 이후 조치사항의 합당성을 살피고 책임소재 유무에 따라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용품의 검인증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행 시험 검사 방법에 대한 점검을 추진해 개선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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