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화재안전 대책 발표… “제2의 제천ㆍ밀양 화재 막겠다”예방ㆍ대응 체계 강화 등 3개 분야 227개 개선과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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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누리 기자] = 대형 화재 시 신속한 출동ㆍ진압을 위해 119통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화재 대응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한다. 또 소방시설 설치기준은 수용 인원과 건물 특성 등을 고려한 ‘이용자 중심’ 기준으로 개편한다.
정부는 30일 제천ㆍ밀양 화재와 같은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이 같은 내용의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안’을 마련하고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특별대책에는 ▲화재안전 제도 개선 ▲예방ㆍ대응 체계 강화 ▲안전문화 확산 등 3개 분야 227개의 개선과제가 담겼다.
지난해 2월부터 정부는 화재안전 특별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왔다. 이번 대책은 범정부 차원의 논의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55만4천여 개 건축물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화재안전 특별조사 지적 사항도 반영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먼저 정부는 체계적인 화재안전 정책을 수립하고 화재안전 특별조사를 지속하기 위해 예방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화재안전 관리ㆍ감독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용도에 따라 분류하는 소방시설 설치기준도 수용 인원과 건물 특성 등을 고려한 ‘이용자 중심’ 기준으로 개편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무선통신방식의 화재알림시스템도 도입해 실시간 감시체계를 강화한다.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 대응 사례와 같이 초기부터 담당 지역 구분 없이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119통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최고 단계 출동방식을 운영하고 국가 단위 통합대응 훈련을 정례화 한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소방청 중심의 총력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화재 대응에 관한 법률’을 별도 제정해 화재 현장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재근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법안에는 화재 대응 활동의 중요성과 가치변화를 고려해 기존 소방기본법 등에서 분산 규정된 내용을 별도로 정립하는 등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등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소방인력과 장비 등 현장 대응역량도 강화한다. 2022년까지 소방인력 2만명을 단계적으로 증원ㆍ재배치해 소방 활동에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1인이 담당하던 119 신고 접수와 관제체계도 접수ㆍ관제 기능으로 나누고 상황관리 인력은 376명으로 보강한다.
또 올해까지 아날로그무전기를 디지털무전기로 전량 교체하고 소방용 무선 주파수를 지휘망과 작전망으로 분리ㆍ운영한다. 좁은 골목길에 기동성이 좋은 소형 사다리차와 국제 기술 동향을 반영한 한국형 소방장비 표준규격도 개발ㆍ보급할 방침이다.
현장 지휘관 지휘 역량에 대해서는 이론 사례 중심의 지휘관 교육을 현장직무 중심의 실전훈련으로 개편하고 2022년까지 중앙지휘역량강화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화재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그래픽과 차트 등 다양한 이미지로 행정구역ㆍ소방서별 화재 발생 위험성 등의 화재취약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오는 6월에는 국립소방연구원을 발족해 신종 재난 대응기술연구 등 소방연구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화재안전 제도도 대폭 손질했거나 개정을 추진 중이다. 3층 이상 건축물과 피난 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교ㆍ병원 등에 스티로폼과 같이 불에 약한 외부 마감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 규정은 6층 이상 건축물에만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문 설치 등 방화구획도 모든 층과 필로티 주차장까지 두도록 했다. 이는 1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상부층까지 확산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규정에는 1~2층 방화구획이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오는 6월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을 거쳐 올해 말부터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화재안전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유지ㆍ관리하는 ‘건축물관리법’을 제정해 이날 공포했다. 이에 대형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의료ㆍ노유자시설에는 화재안전성능 확보 의무를 부여하고 보강 비용을 일부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9억6천만원을, 2022년까지 총 95억5천만원을 투입한다.
연이어 발생하는 전기화재 대책도 내놨다. 적합ㆍ부적합만 판정하던 전기설비 안전점검 사이에 안전등급제를 도입해 등급(A~E)에 따라 전기설비를 관리하도록 했다. 또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표기하는 전기용품 권장 안전사용 기간을 선풍기와 전기밥솥에도 확대ㆍ적용한다. 전기산업 진흥과 안전 확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기안전관리법’도 제정한다.
공사장 등 사업장 안전 대책도 강화한다. 용접 등 화기 작업을 할 때는 공사 규모와 관계없이 가연성이 있는 모든 작업장에 화재감시자를 두도록 한다. 현재는 연면적 1만5천㎡ 이상 현장에서만 화재감시자를 배치하고 있다. 또 공장 지역 안전 확보를 위한 화재 경계지구와 방화지구 지정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고시원과 의료기관, 전통시장 등 취약시설 화재안전 대책도 마련했다. 제2의 국일고시원 화재를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가 없는 고시원 1826곳에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비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71억원을 올해 추경 예산안에 반영했다.
건물 층수나 면적에 따라 달랐던 의료기관의 스프링클러와 요양병원ㆍ정신의료기관의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도 모든 병원급 기관으로 확대한다.
전통시장의 경우 222억여 원을 투입해 노후 전기설비를 교체하고 화재알림시스템 설치 의무를 부여한다. 또 모든 지하역사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지하 공간에는 피난 시나리오를 작성ㆍ비치하기로 했다.
고양 저유소와 KT 통신구 화재 등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 방안도 개선한다. 이를 위해 11년 주기로 진행하는 석유저장 탱크 정기검사 사이에 중간점검제도를 도입해 검사주기를 단축하고 정밀안전 진단주기를 차등화(1~7년)하기로 했다.
500m 이상 통신구에만 적용됐던 소방시설도 모든 통신구로 확대하고 안전점검 대상도 D등급까지 넓힌다.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비상정지 장치 등 안전장치 의무화와 소화설비ㆍ피난시설 등 소방시설 설치기준도 신설한다.
이외에도 국민의 신속한 대피ㆍ신고요령 습득을 위한 ‘불나면 대피 먼저!’ 교육과 ‘찾아가는 119안전교육체험’을 강화하고 다중이용시설 불시 대피 훈련도 늘려갈 방침이다.
신열우 소방청 차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처별 세부 추진과제의 이행 사항을 지속 점검하고 연말까지 55만4천개 건축물의 화재안전특별조사 결과를 분석해 화재안전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며 “국가안전 정보 통합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내년부터는 건축과 소방, 전기, 가스를 포함한 화재안전 등급 등 건축물 안전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