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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에어로졸 전역설비 도입… 소화시험 수준 놓고 논란 확산

태국서 오방출 사고로 8명 사망, 거주공간 허용 여부도 도마위

최영 기자 | 입력 : 2019/05/28 [11:49]

▲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기술원 직원이 ‘고체에어로졸자동소화장치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 개정안’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고체에어로졸 소화장치의 전역 방식 도입을 앞두고 업계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간의 뚜렷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고체에어로졸의 제도권 도입을 위해선 소화시험 정립 방법과 유해성 검증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4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원장 권순경, 이하 기술원)은 소회의실에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형식승인 및 제품 검사의 기술기준 개정안’에 대한 제조업체 관계자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기술원이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새로운 기준 개정안을 공개하자 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A급 소화시험 방법을 두고 업계가 강한 이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기술원은 세계 표준인 ISO를 기준으로 가스계소화설비 시험과 동일한 수준의 A급 시험 방법을 준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는 UL에서 준용하는 시험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ISO와 UL에서 준용하는 시험 방법의 가장 큰 차이는 소화시험의 모형과 예비연소 시간이다. 기술원이 채택하려는 ISO 15779 기준에서는 우드크립(목재 시험재료)의 크기가 UL 기준 보다 크고 6분의 예비연소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가스계소화설비에 준용하는 방법과 동일한 수준의 시험이다. 하지만  UL의 경우 ISO 보다 목재 크기가 작고 예비연소 시간도 2분으로 짧다. 엄밀히 따지면 UL 기준보다 ISO가 강한 셈이다.


그동안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는 우리나라에서 100㎥ 이하의 공간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돼 왔다. 이 과정에서 A급 소화시험 방법은 UL 기준을 준용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방청이 고체에어로졸 소화장치를 전역설비 개념으로 확대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앞으로는 100㎥ 이상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소방관련법상(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300㎡ 이상 변전실이나 전기실 등에 의무설치해야 하는 물분무등소화설비 중 하나로 정식 분류된다.


기술원은 관련 기술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소화시험 수준을 가스계소화설비와 동등 이상으로 갖추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는 고체에어로졸 소화장치는 UL 기준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만큼 도입 기준을 UL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언쟁이 이어졌다. A업체 관계자는 “ISO에 맞추라는 것은 장벽이고 (시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목재가 심부성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침투가 얼마나 될지 검토를 해야 하지만 아직 검토가 안 돼 있고 그동안 A급 소화 성능을 인증(UL 기준에 맞춰) 받아 납품했는데 갑자기 안되면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근대의 건축자재는 99.9%가 플라스틱으로 A급 소화시험 기준은 중합 재료를 적용해야 한다”며 “고체에어로졸은 중합체 시험에서 가스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UL의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술원은 “고체에어로졸은 가스계소화설비와 동일한 장소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내장재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UL이나 ISO는 아직도 우드크립 시험을 하고 있고 만약 건축자재를 고려했다면 왜 ISO가 아직도 바꾸지 않았는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또 “기준안을 잡은 것은 가스계 소화설비와 같은 대상물에 동일한 성능을 발휘해야 할 대상임을 고려한 것”이라며 “제조사와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듣고 추가적인 전문가 검토를 거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는 유럽 기준을 제시하면서 유럽 역시 UL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기술원은 “EN 기준에서 조건부로 승인하게 돼 있는데 그 조건이 표면화재가 다 된다는 것도 아니다”며 “해당 규정을 따라가다 보면 감지 방식(조기 감지)에 대한 제한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열이나 연기 방식의 감지기로는 화재 진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체 안전성 기준 설정 방안을 놓고도 설전이 오갔다. 사람의 상주 공간에서 고체에어로졸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인체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이 정립돼야 하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화약제별로 농도 양에 따라 안전성을 정해 놓은 가스계소화설비와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는 고체에어로졸 자체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체 특성상 가스계소화설비처럼 농도값으로 안전성 기준을 정립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반면 기술원 측은 가스계소화설비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도를 고려해 설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모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고체에어로졸은 짧은 시간에 흡입했을 때 폐에 문제를 주고 안구 자극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밀폐 공간에 불을 지르고 같이 터트려도 눈이 퍽퍽하긴 하나 치명적으로 질식사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제조사마다 제품의 특성과 구조도 틀리기 때문에 이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애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도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없어 유럽에서도 상주 지역에 다 쓰고 있다”면서 “얼마 전 태국에서 발생한 사고는 성분 문제가 아니라 부주의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6년 3월 14일 태국의 한 은행 금고에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가 오작동해 8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이어진 바 있다. 업계 측은 “이 사고가 고체에어로졸 약제 성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는 EPA의 보고서가 있다”고 반박하며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태국의 한 언론 매체가 보도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사고 내용   ©인터넷 뉴스 캡쳐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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