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특정 업체 특혜라는 신형 소방 기동화 논란… 사실은?

일부 업계 “특정 업체 유리한 조건”, 소방청 “터무니없는 주장”
현장 소방관 위해 바꾼 기동화인데… 딴지 거는 일부 제조사들
사실과 다른 주장 펴는 업계, 일부 업체는 이해 못 할 행태까지…
문제로 거론된 방ㆍ투습 원단 혼용률 “군과 경찰서도 사용 중”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9/06/10 [14:45]

▲ 신형 기동화

 

[FPN 신희섭 기자] = 올해부터 새롭게 보급되는 소방 기동화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기동화에 쓰이는 원단이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설정됐다는 일부 업체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소방청은 일부 업체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시장을 선동하면서 정책까지 흔들려 한다며 발끈하고 있다. 기능을 떨어뜨리는 규격 변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소방청의 강경한 입장이다.

 

사실 소방 기동화는 소방공무원의 복제 중에서도 불만도가 가장 높은 개인 보급품 중 하나였다. 소방청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복제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이 기동화의 규격을 새롭게 설정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해당 기준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선 소방공무원은 물론 업계 의견을 수차례에 걸쳐 수렴했는데 이제 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업체들의 행태가 당황스럽다는 게 소방청 반응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번 논란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일선 요구 반영해 바뀐 신형 기동화

 

과거부터 소방에서 사용하는 기동화는 방ㆍ투습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현장 대원들로부터 공분을 사 왔다. 실제 이 문제는 일선에서 보급품 중 가장 큰 불만의 근원지로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동화와 유사한 디자인의 등산화를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등산화를 구매해 착용하는 한 소방공무원은 “습도가 높은 여름이나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기동화를 착용하는 데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방수 기능은 그럭저럭 유지가 되는데 투습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물이나 땀 등이 조금이라도 내부에 차게 되면 위생과 동상 등의 우려 때문에 착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소방공무원은 “기동화를 착용하고 건물 붕괴 현장에 출동한 적이 있는데 절단된 철판 옆을 지나가다 기동화가 쓸리면서 베이는 상처까지 입게 됐다”며 “기동화가 그렇게 쉽게 철판에 절단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경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신형 기동화는 소재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기존 기동화의 경우 외피에 대한 개념 자체도 사실 모호했다. 과거에는 외피 요구 성능이 없었고 단지 측포와 베라지용에 발수 처리된 메쉬이중직 원단을 사용하라고만 명시돼 있었던 탓이다.

 

이와 달리 신형 기동화는 외피에 대한 요구 성능이 구체적으로 변경됐다. 불에 강한 100% 아라미드 원단을 사용해야 하고 무게와 인장강도, 일광견뢰도, 색상 등의 수치도 규격으로 정해졌다.

 

외피 위에 덧대는 갑피는 기존 기동화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새롭게 방수도에 대한 요구성능이 추가된 상태다. 내피의 경우 방ㆍ투습 원단을 사용해야 하는데 신형 기동화의 요구성능(인장강도, 내수도, 투습도, 마모도 등)은 기존 기동화의 방ㆍ투습 원단보다 모든 수치가 높아졌다.

 

거짓 주장으로 정책까지 흔드는 업계

▲ 소방과 경찰, 군 기동화 내피 규격 비교

 

지난해 말 이 같은 신형 기동화 규격이 최초 공개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내피의 섬유 혼용률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소재의 요구 성능 강화가 특정 업체 편들어 주기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일부 주장은 한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들 업체 주장에 따르면 신형 기동화 내피 규격은 고어텍스 원단과 규격이 동일하다. 글로벌 기업인 고어 사에서 생산하는 고어텍스는 현재 (주)고어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고어 측에서 요구하는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못하면 구매 자체가 불가한 실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해 고어코리아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고어코리아 관계자는 7일 “일반인 대상 물품 제조사와의 거래에서는 라이센스를 요구하지만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물품 제조사에게는 라이센스를 강요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소방에 납품되는 물품일 경우 라이센스가 없어도 원단을 판매하고 라이센스 계약 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기계와 라벨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게 고어코리아 설명이다.

 

이들은 외피의 소재도 문제 삼고 있다. 신형 기동화의 외피는 100%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해야 하는데 올해 아라미드 원사 파동으로 인해 수급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왜곡된 사실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전 세계적으로 아라미드 원사 파동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 최근에는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원단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세 달 가량 아라미드 원사를 공급받지 못해 원단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최근에는 전혀 어려움 없이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이해 못 할 행태까지…

 

그간 특정 업체의 특혜를 주장해 온 한 업체는 소방청을 상대로 이해 못 할 일까지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 업체는 최근 신형 기동화 내피 규격에 적합하다는 시험성적서를 소방청에 제출하면서 자신들이 개발한 원단을 기동화 내피 원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성능 미달로 적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시험성적서의 신뢰성 부족으로 원단 샘플을 요구한 뒤 실제 규격에 맞춰 시험을 의뢰했더니 제시했던 시험성적서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기동화 내피의 요구 성능 중 질량과 마모도 수치가 기준보다 낮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업체는 학계의 전문가를 동원하기까지 했다. 한 대학교에서 신발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모 교수를 앞장세워 질량과 마모도 수치가 내피의 방ㆍ투습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 역시 질량과 마모도 수치가 방ㆍ투습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잘못된 시험성적서와 학계 전문가까지 동원해 자사 원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도했지만 무산된 셈이다.

 

업계 내에서조차 소방 기동화의 시장 특성은 배제한 채 눈앞의 이익을 쫓아 논란만을 키우는 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원단 유통업계의 A 씨는 “고어텍스와 같은 고기능의 방ㆍ투습 원단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개발해 아웃도어 용품에 적용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 한 업체도 신형 기동화 규격에 적합할 정도의 방ㆍ투습 원단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안다. 원단 수급조차 시도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원단 제조업계의 B 씨는 “사실 원단 제조사들이 기동화 규격에 맞는 원단을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라며 “소방 시장이 워낙 작고 제고 보유 등에 따른 리스크가 커 손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면서까지 원단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기업에서도 군과 같이 시장이 큰 곳에는 사용자 요구에 맞춰 원단을 개발해 유통하고 있다”며 “결국 경제 논리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소방은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현행 기동화 기준 최적화, 규격 변동은 없어

 

소방청은 일부 업체의 문제 제기가 지속되자 최근 내피 원단의 기능성을 재검토했다. 그러나 결과는 현행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행 기동화의 내피 원단 마모 강도 규정은 매일 착용 시 1년, 다른 신발과 바꿔가면서 착용 시 2년을 기준으로 최소 방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수준”이라며 “일부 업체의 강한 요구로 기능성을 재검토했지만 현행 규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편적으로 중량이 무거워지면 마모 강도를 포함한 물리적 내구성은 높아지지만 투습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면서 “반대로 중량을 낮추면 투습력은 좋아지나 물리적 내구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어 “중량 규격 역시 이러한 이중적인 문제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구성과 투습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수치이기에 사용자 요구 조건이 달라지면 당연히 재설계가 필요하겠지만 최적화시켜놓은 규격을 굳이 변경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 “무엇보다 현장 직원 의견이 최우선”

 

소방은 군과 경찰처럼 특수한 업무영역에서 활동하는 공무원 조직이다. 특히 물과 불을 수시로 접하는 업무 특성 탓에 복제와 장비 등의 기능과 활동성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소방청은 이러한 업무 특성을 고려해 강화한 관련 기준의 검토 과정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일선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신형 기동화의 경우 일선의 요구로 규격 변경이 이뤄진 것”이라며 “현장 대원들은 등산 신발과 같이 고기능성의 방ㆍ투습 제품을 원했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당연히 검증을 마친 원단들을 기본 잣대로 삼지 않았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행 규격에서 요구하는 성능의 내피 원단이 국내 업체에서 제조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현재 공군 비행화와 경찰 동계 기동화 등에서도 이미 같은 섬유 혼용률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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