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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화재현장 신생아 안전 지켜낸 소방관의 지혜

최규출 (재)한국지진안전기술원장(동원대학교 명예교수)

최규출 한국지진안전기술원장 | 입력 : 2019/12/26 [10:38]

▲ 최규출 한국지진안전기술원장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화재사고가 많아지는 시기다. 매년 겨울철이 오면 화재 뉴스가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다. 불과 2년 전 이맘때 제천과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명피해가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 14일에는 경기도 일산에 소재한 대형 산부인과의 화재 뉴스가 전해지면서 국민 모두를 놀라게 했다.

 

화재 발생 장소가 대형 산부인과로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됐다. 2017년 12월 제천화재로 29명 사망ㆍ36명 부상, 2018년 2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50명 사망ㆍ112명 부상이라는 악몽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산부인과 병원 화재는 산모와 신생아가 모여 있는 곳이라 인명피해 위험성이 매우 높다. 화재 현장에서의 인명피해는 대부분 연기로 발생하는데 신생아들이 이 연기를 흡입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끔찍스러웠다. 화재현장에서 발생한 연기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성인도 한 번의 호흡만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신생아 66명과 산모 37명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특히 모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이 현장에 진입한 소방관들의 순간적인 지혜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소방관들은 화재 발생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 즉시 구조 활동을 시작했고 가장 우선적으로 신생아실로 진입했다. 신생아실에 도착한 대원들은 자신들이 호흡용으로 소지했던 산소통을 개방해 신생아실의 압력부터 높이고 연기 유입을 차단했다. 다시 말해 신생아실을 공기로 채워 가압상태를 만든 것이다.


병원에는 많은 산모와 200여 명의 병원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과 아우성 속의 긴박한 순간에서도 이처럼 현명한 대응으로 어린 생명을 구해낸 것이다. 현장 구조에 나선 역량 있는 지휘자의 순간적인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지난 제천 화재 최종보고서는 현장 지휘관의 지휘능력이 떨어져 사상자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소방관 지휘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질타도 있었다.


이번 일산 산부인과에서 보여준 소방 지휘관들의 지휘능력은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켰다. 훌륭한 지휘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의 격려와 관심, 응원 속에서 역량은 발전해 나간다.


소방청 독립과 함께 육상재난의 책임기관으로서 소방청 역할에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사례였다. 우리 국민은 바로 이처럼 현장 능력이 뛰어난 지휘관을 원한다.

 

최규출 한국지진안전기술원장(동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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