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범람 위기에 놓인 강 인근, 침수된 차량 곁에서 활동하는 슈트 또는 방화복 차림의 소방관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소방관들을 보며 장비와 복장은 제대로 갖춘 것인지 적절한 훈련 절차와 사고 대응 매뉴얼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던 중 2013년 교육 기회가 생겨 미국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급류구조라는 분야를 배우고 강사 자격을 취득해 다시 모국 땅을 밟게 됐죠.
급류구조 교육을 진행하면 가장 먼저 기존 수상구조에서 세분된 급류구조의 독립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실제 기술들이나 장비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용해 온 것이 많습니다. 급류구조의 기본적인 구조 개념은 일반적인 수상 구조의 순서(뻗기, 던지기, 보트, 직접 진입)와 같지만 그 안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에는 급류구조에서만 적용되는 고유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또 로프 구조 기술뿐만 아니라 군(軍)에서 사용됐던 기술을 응용하기도 합니다.
기존 구조방법과의 차이점 급류구조에서의 기술은 대부분 급류의 힘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급류구조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술인 ‘시계추 구조(Pendulum rescue)’는 ‘드로우백을 던지고 요구조자가 잡게 한 뒤 둔치로 데리고 나온다’로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구조대원의 역할은 드로우백을 요구조자가 잡으면 구조대원 쪽으로 당겨 구조하는 것이 아닌 던진 드로우백을 요구조자가 올바르게 잡게 한 뒤 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입니다. 구조대원은 요구조자를 둔치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급류의 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구조대원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물의 힘을 최대한 이용해 구조할 수 있게 되죠. 이외에도 많은 기술이 급류의 힘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급류’환경에 대한 인식 급류구조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환경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장비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류라는 환경 자체를 그저 빠르고 강하게 흐르는 물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짧은 구간에서도 흐르는 속도가 다르고 지형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 될 정도로 위험한 곳도, 상대적으로 안전해 활동 영역으로 정할 수 있는 곳도 존재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구조 환경과는 조금 다르게 요구조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요구조자가 계속 이동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구조현장이 빠르게 바뀐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구조대원이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에 갑작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장에서 활동해야 하는 대원이라면 스스로 환경을 구분하고 어떻게 응용할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사용하는 장비 모든 구조활동과 같이 급류구조에서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자신을 구조(Self-rescue)할 방법을 습득함과 동시에 올바른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급류구조용 장비는 급류 활동에서 적용해야 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비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가격 역시 저렴한 편에 속하며 이미 갖고 있는 장비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교육을 통해 받는 것 급류에서 활동하는 대원들은 현장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식, 현장 상황에 맞는 기술 그리고 현장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책을 통해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올바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체득해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리뷰를 통해 교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류구조는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정확한 공식이 있어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완벽한 정답이 존재하는 분야 또한 아닙니다. 예전에 스쿠버 다이빙 장비와 관련한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던 시절,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강사님께서 “우리는 최고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최선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조언을 해 주시더군요.
모두 안전근무하세요.
서울 서초소방서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급류구조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