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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구조(Swiftwater rescue)’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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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소방서 방제웅 | 기사입력 2020/02/26 [13:10]

‘급류구조(Swiftwater rescue)’는 무엇일까요?

서울 서초소방서 방제웅 | 입력 : 2020/02/26 [13:10]

 

폭우로 범람 위기에 놓인 강 인근, 침수된 차량 곁에서 활동하는 슈트 또는 방화복 차림의 소방관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소방관들을 보며 장비와 복장은 제대로 갖춘 것인지 적절한 훈련 절차와 사고 대응 매뉴얼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던 중 2013년 교육 기회가 생겨 미국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급류구조라는 분야를 배우고 강사 자격을 취득해 다시 모국 땅을 밟게 됐죠.


당시 우리나라에서 급류구조는 생소한 분야였어요. 폭우 현장에서 소방관이 왜 방화복을 입으면 안 되는지 슈트만 입으면 안 되는지 등 미국 교육에서 숙지한 내용을 동료들에게 이해시키고 알리는 데 애를 먹었죠. 물론 지금은 많은 분이 이미 교육을 수료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7년 부터는 소방청 주관으로 TF팀이 구성돼 급류구조 대응실무가 발행됐습니다. 강원도 내린천에서는 급류구조 특별훈련도 진행돼 더 많은 구조대원이 급류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을 것이라 미뤄 짐작하고 있습니다.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국내에서 급류구조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입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우리 소방관들조차‘급류’는‘계곡의 바위들을 굽이쳐 흘러내려 오는 빠른 물’정도로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급류라는 환경은 생각보다 우리 현장에 밀접하게 밀착돼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국지성 폭우를 살펴보면, 산간지역이 아닌 도심지에서도 강이 범람하고 차량이 침수되는 등 계곡의 급류와 똑같이 위험한 구조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류를 이해하고 구조대원 본인과 요구조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적의 장비를 활용해 기존 수난사고 현장과는 다른 더욱 전문적이고 세분된 구조기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교육을 받는 분들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국내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방관 스스로 관심과 개념을 정립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등 갈 길도 멀고 해야 할 일 역시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급류구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차용

급류구조 교육을 진행하면 가장 먼저 기존 수상구조에서 세분된 급류구조의 독립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실제 기술들이나 장비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용해 온 것이 많습니다. 급류구조의 기본적인 구조 개념은 일반적인 수상 구조의 순서(뻗기, 던지기, 보트, 직접 진입)와 같지만 그 안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에는 급류구조에서만 적용되는 고유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또 로프 구조 기술뿐만 아니라 군(軍)에서 사용됐던 기술을 응용하기도 합니다.

 

기존 구조방법과의 차이점

급류구조에서의 기술은 대부분 급류의 힘을 최대한 이용합니다. 급류구조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술인 ‘시계추 구조(Pendulum rescue)’는 ‘드로우백을 던지고 요구조자가 잡게 한 뒤 둔치로 데리고 나온다’로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구조대원의 역할은 드로우백을 요구조자가 잡으면 구조대원 쪽으로 당겨 구조하는 것이 아닌 던진 드로우백을 요구조자가 올바르게 잡게 한 뒤 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입니다.

구조대원은 요구조자를 둔치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급류의 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면 구조대원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물의 힘을 최대한 이용해 구조할 수 있게 되죠. 이외에도 많은 기술이 급류의 힘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급류’환경에 대한 인식

급류구조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환경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장비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류라는 환경 자체를 그저 빠르고 강하게 흐르는 물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짧은 구간에서도 흐르는 속도가 다르고 지형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 될 정도로 위험한 곳도, 상대적으로 안전해 활동 영역으로 정할 수 있는 곳도 존재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구조 환경과는 조금 다르게 요구조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요구조자가 계속 이동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구조현장이 빠르게 바뀐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구조대원이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에 갑작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장에서 활동해야 하는 대원이라면 스스로 환경을 구분하고 어떻게 응용할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사용하는 장비

모든 구조활동과 같이 급류구조에서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자신을 구조(Self-rescue)할 방법을 습득함과 동시에 올바른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급류구조용 장비는 급류 활동에서 적용해야 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비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가격 역시 저렴한 편에 속하며 이미 갖고 있는 장비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착용하는 장비는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도 있지만 잘못된 장비는 여러분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까지 수상 구조활동에서 방화복을 착용하고 활동하는 구조대원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에게 한 번 여쭙고 싶습니다.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상 환경에서 방화복을 착용하시는지요? 혹시 방화복을 입고 수영을 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장비를 선택할 땐 어떠한 환경에서 사용되는지, 이 장비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올바른 기준을 갖고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다른 분야의 장비를 활용하려 할 땐 올바른 기준을 통해 사용 전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후 기능적 확신을 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받는 것

급류에서 활동하는 대원들은 현장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식, 현장 상황에 맞는 기술 그리고 현장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 책을 통해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올바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체득해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리뷰를 통해 교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현시대에 웹사이트에서 조금만 검색해 봐도 다양한 문헌과 동영상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헌들과 영상들이 참고나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습니다.


급류구조와 관련된 기술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다 보니 한 두 가지의 영상만 보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쉽네!’라는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현장에 적용하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가장 단순하고 기본이 되는 ‘시계추 구조’에서도 다수의 사람이 드로우백을 실수로 잘못 던져 엉키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요구조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극도의 위험 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교육을 통해 무엇을 조심해야 하며 어떠한 방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교육에서는 강사를 통해 실수를 바로잡고 상호 간의 기억과 지식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리뷰를 받음으로써 숙련도를 높여야 합니다.

 

 

급류구조는 생각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정확한 공식이 있어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완벽한 정답이 존재하는 분야 또한 아닙니다. 예전에 스쿠버 다이빙 장비와 관련한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던 시절,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강사님께서 “우리는 최고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최선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조언을 해 주시더군요.


이는 급류구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급류구조 교육에서 제공하는 기술과 장비의 기준은 지금까지 제일 나은 방법일 뿐 최고는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많은 경험과 테스트를 통해 최선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뿐이죠.


비록 지금은 장소의 제약, 장비ㆍ인식의 부족 등 여러 가지 걸림돌로 인해 아직 많이 전파되지는 않았으나 언젠가는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최종적으로는 소방서별 자신의 관할구역에 맞는 ‘소방서 단위의 훈련’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세부적인 내용으로 다시 뵐 수 있길 바랍니다.

모두 안전근무하세요.

 

서울 서초소방서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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