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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방ㆍ경찰 직장협의회는 본부 단위로 설립돼야 한다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장/서대문소방서 소방위 | 기사입력 2020/02/27 [14:36]

[시론] 소방ㆍ경찰 직장협의회는 본부 단위로 설립돼야 한다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장/서대문소방서 소방위 | 입력 : 2020/02/27 [14:36]

▲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장/서대문소방서 소방위

지난해 12월 소방ㆍ경찰도 직장협의회(이하 직협)를 설립ㆍ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인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직법)’이 본회를 최종 통과했다. 이로써 소방ㆍ경찰 공무원도 올해 6월 11일이면 직협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현재 공무원노동조합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많은 부분이 노동조합보다 못한 직협 설립 허용이 무슨 대수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무원의 노동운동 역사를 보면 그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감격스러운 일이다.

 

법적으로 우리나라 근로자가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건 정부 수립 후 1953년 3월 ‘노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사항은 당시 ‘노동조합법’은 공무원도 근로자로 규정하고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이다. 물론 법안이 마련됐지만 그렇다고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법조문으로나마 공무원에게 단체 행동권을 포함해 노동3권 모두를 허용한 파격적인 최초의 법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62년 군사정권이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을 금지하는 헌법개정을 하면서 공무원의 노동3권과 노조설립 권한은 원천봉쇄 됐다. 이후 2006년 1월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까지 44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단체행동권은 빠졌다.


그러나 1953년 공무원의 노동3권을 허용한 그 파격적인 ‘노동조합법’에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소방, 경찰을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즉 2019년 12월 10일 개정된 공직법에 소방, 경찰 공무원에게 단결권을 허용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1년 만에 최초라는 얘기다.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감격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냥 감동하며 박수 만치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1998년 2월 공직법 제정 후 1999년 1월 시행된 현재 공직법은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 시절 공무원에게도 노동조합을 허용한다는 최종 목표를 두고 그 전 단계로 마련된 법안이었다.


즉 공직법 자체가 아닌 최종 노동조합 허용을 위한 전 단계의 제정법이라는 것이다. 공직법을 두고 노조 전 단계 법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때문에 공직법은 많은 부분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에 한참을 미치지 못했다. 공무원 스스로 권리를 찾고 조직의 투명성과 혁신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미흡했다. 결국 1단계 공직법을 시작으로 2000년 말 공무원노조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은 2006년이 돼서야 실현됐다.


이런 사실을 볼 때 현재의 공직법은 소방과 경찰조직과 같은 현업근무자를 고려한 법안도 아니었다. 공무원노동조합을 위한 전 단계로 마련된 만큼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이 아닌 협의권만을 인정하는 허술하기 짝없는 기생적 법안이라 할 수 있다.


공직법이 최초 허용된 당시에도 공무원들은 오히려 노동조합 결성을 와해하는 법안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때문에 행정직 공무원조직을 위한 현재의 공직법이 현업근무자이며 계급체계가 엄격한 소규모 기관 단위를 기반으로 구성된 소방, 경찰에 적합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이번 개정은 단지 가입대상에 소방과 경찰을 포함한 것 외에 소방과 경찰의 특수성을 고려한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다.


공직법의 설립단위는 기관장이 4급 이상인 기관 단위로 하나의 직협을 설립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설립된 직협은 같은 시ㆍ도 단위, 같은 조직이라 해도 연합할 수 없다. 이 규정을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직에 적용하면 연합금지라는 조항이 있지만 선출직인 시ㆍ도지사나 군수를 임용권자로 두는 행정조직은 결국 시ㆍ도,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광역단체에 하나의 직장협의회가 설립되다.


협상을 위한 기관장도 시ㆍ도나 군 단위 공무원에게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시ㆍ도지사 또는 군수가 된다. 하지만 소방조직은 이 규정대로라면 소방서마다 하나의 직협이 설립된다. 서울소방본부의 최소 24개 직협이 설립되는 셈이다. 문제는 가입 대상자다. 소방서 단위 직협에 가입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계급과 가입금지업무 인원을 제외하면 최소 7~80명 미만이다. 최대로 해봐야 200명이 안 되는 인원만 가입할 수 있는 소방서가 대부분이다.


소방공무원들은 사실상 직장협의회 구성 자체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한 소방서장은 직원의 근본적인 근무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소방공무원이 올해 4월 이후 국가직 신분이 되지만 실질적인 인사권과 지휘권이 시ㆍ도지사에게 있는 만큼 직협이 설립되더라도 근무여건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권한을 가진 소방본부장이나 시ㆍ도지사와 논의 또는 협상조차 못 한다는 얘기다.


운영상 나타날 문제점도 크다. 협상 대상인 소방서장의 경우 2~3년마다, 직원들도 6개월마다 서간 인사이동이 이뤄진다. 기관장은 협상에 소극적이거나 협상 내용을 이행할 의지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직원들은 A 소방서 직협에 가입해도 6개월 후 B 소방서로 인사가 나면 회원가입을 다시 하거나 기존 직협은 탈퇴해야 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이는 직협의 단결권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또 직협 관련 업무 담당 부서와 인력도 소방서마다 충원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행정조직을 위한 공직법 가입대상에 달랑 소방, 경찰을 끼워 넣는 법 개정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지금 소방공무원들은 소방서가 아닌 시ㆍ도 단위 소방본부를 중심으로 하나의 직협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은 2차례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뿐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사실상 본부 단위 설립은 위법이라는 이유로 소방서 단위 직협 설립을 확정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직협이 제구실할지 의문이다.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소방공무원 스스로 개선하고 국민의 안전과 조직 발전을 위한 직협법의 취지를 생각해 장기적으론 소방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공직법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공직법도 법의 본연 의미를 고려한다면 본부 단위 직협 설립을 위법으로 볼 일도 아니다. 실질적인 직협이 운영될 수 있도록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헌법 제정 71년 만에 최초로 허용된 소방과 경찰 공무원의 직협 설립 법안은 그간 온갖 진통을 겪으며 탄생했다. 노동 단결권허용이라는 큰 의미를 용두사미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서대문소방서 소방위 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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