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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아파트 옥상 출입문의 자동개폐장치 문제점

박동탁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2020/03/10 [14:13]

[특별기고] 아파트 옥상 출입문의 자동개폐장치 문제점

박동탁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 입력 : 2020/03/10 [14:13]

▲ 박동탁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가정이나 직장에서 모두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관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심치 않게 화재는 일어나고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4만3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인해 284명이 생명을 잃었고 8059억원의 재산 손실도 발생했다.

 

화재 발생 원인은 부주의가 50.3%(2만12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기적 요인 23.4%(9천399건)과 기계적 요인 10.0%(4천25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화재 사망자는 주거용 건물에서 56.0%(159명), 비주거용 건물에서는 20.0%(57명)가 발생했으며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42.6%(121명)를 차지했다.

 

이상의 통계를 기준으로 고찰하면 많은 사람이 집단으로 사는 아파트에서 화재는 많이 발생했고 그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소방설비의 미작동이나 오작동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방시설 미작동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사례는 지난 2017년 2월 경기도 동탄 주상복합건물 화재로 52명(사망 4, 부상 48)이 다치거나 숨졌다. 지난해 9월에도 김포의 한 요양병원에서 스프링클러 설비와 제연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사상자가 59명(사망 3, 부상 56)이나 발생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역행하는 사례가 바로 아파트 옥상 출입문 자동 개폐장치다. 아파트 옥상은 화재 시 긴요하게 활용되는 대피공간으로 언제든 누구나 자유롭게 대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관리상 편의를 위해 이를 잠가 두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불법적인 출입과 범죄, 자살 등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탈선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모든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건지 의문이다.

 

잠가 둔 옥상 출입문 때문에 대피를 못 해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옥상 출입문을 쉽게 열어둘 생각을 하지 않았고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된 제품이 아파트 옥상 출입문 자동 개폐장치이다. 

 

겉으로 보면 참으로 그럴듯한 장치다. 평소에는 옥상 출입문이 닫혀 있어 좋고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열어 대피를 가능토록 한다니 좋은 장치인가? 

 

정부는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의2(출입문)’도 만들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이를 환영했고 소방설비 업자들도 호재를 만났다. 법규를 만들어 준수하도록 했으니 떳떳하게 옥상 출입문을 닫아 둘 수 있었고 이를 무시하고 옥상 출입문을 열어두면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정부에서 권장하는 일이니 그냥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또 아무 일 없을 것처럼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들이 앞을 내다보지 못 하는 일이 있다. 옥상 출입문의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릇 모든 설비는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입각하면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도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내가 아니면 우리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화재 사고 사례에서도 증명됐다. 

 

누군가는 말한다. ‘수시로 점검하고 고친다’고. 그런데 그렇게 말했던 누군가가 문책을 받는 사례가 왜 일어나고 있는지 안타깝다. 점검을 한다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고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고장으로 옥상 출입문에 설치된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감지기가 동작하고 수신기에서 자동개폐장치에 동작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자동개폐장치는 잠겼던 장치를 열어 비상문이 개방될 수 있도록 한다.

 

비상문자동개폐장치는 이런 과정을 통하는데 이 중 어느 한 곳에서 고장이 나거나 연결이 안 될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

 

결론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을 그냥 열어 두면 된다.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합심해 아파트 옥상 출입을 관리하면 된다. 100% 보장되지 않는 옥상 출입문에 설치되고 있는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점검ㆍ관리하는 게 아니라 옥상 출입문을 점검하고 관리하면 된다.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비용도 줄이고 이 설비를 점검ㆍ관리하는 비용도 줄일 수도 있다. 경비가 절감되지만 더 좋은 혜택이 바로 화재로 인한 대피 공간을 언제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고와 마찬가지로 화재도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은 근본적이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나도 소중하고 우리 가족도 소중하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은 그냥 열어두면 된다. 

 

박동탁 전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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