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 그리고 연기의 특성 다음 문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정답은 소방관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배연’입니다.
CFBT(실화재 훈련) 교육에서는 ‘배연’을 연기를 내보내는 것 외에도 가두거나 격리하는 것도 배연 전술에 포함합니다. 그리고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모두 가연물이라는 인식을 상당히 강조합니다.
이 밖에도 연기는 모든 소방관이 아는 것처럼 시야를 제한하고(Low Visibility), 언제든지 화염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Flammability). 열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이자(Heat) 한두 모금만 마셔도 신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유독성을 띠고(Toxicity)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확산성(Propagation)이 있습니다.
이런 유해한 연기를 제거하면 화재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관이 더욱 안전해집니다. 재산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요구조자의 생존율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배연은 위에서 나열한 Low Visibility, Flammability, Heat, Toxic의 요소를 제거할 순 있어도 확산성에 의해 화재를 더 키울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정확한 배연의 요소를 갖추지 않으면 잠재적인 위험을 내재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재현장에서는 주로 엔진식 혹은 배터리식(전기식) 송풍기를 이용한 양압 배연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진압대는 많지 않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CFBT 레벨2 과정에서 교육하는 네 종류의 배연방법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CFBT 교육에서 배연의 종류 CFBT 레벨 2에서 교육하고 있는 배연의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이는 다시 다섯 가지 배연 패턴으로 나뉩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배연 통제(Anti-ventilation)와 양압 배연에 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배연 통제(Anti-Ventilation) 유럽에서 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소방관이 진입한 개구부를 최소한으로 해 배연을 억제한 채로 3D주수기법 중 펄싱(Pulsing), 펜슬링(Penciling) 주수기법으로 진압하는 방법입니다.
배연을 억제(개구부 폐쇄)하면 화재현장 내부 중성대는 대부분 허리 높이 아래로 낮아집니다. CFBT 레벨1에서 교육하는 Flashover Demo cell에서도 개구부의 통제로 인한 산소 유입을 차단해 중성대가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배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문을 닫기도 하지만 왼쪽 사진처럼 연기차단장치인 커튼(SBD, Smoke Blocking Device)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재질은 글라스 파이버 등 난연 재질의 천과 문틀에 거치할 수 있는 봉이 결합한 형태로 한 겹 혹은 두 겹으로 겹쳐서 사용합니다.
유럽식 화재진압 기법 외에도 SBD는 필로티 1층 화재 시 유일한 출입구인 주 출입구에 선착대가 설치하면 내부로 연기 유입을 방지하는 Anti-ventilation 효과를 만들게 됩니다.
이는 필로티 구조 2층 이상 거주하고 있는 내부 요구조자가 연기로 인해 피해를 볼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연기 확산(Propagation)으로 인한 연소 확대를 막을 수 있는 효율적인 전술 장비로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전면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배연을 통제하면 화재실 상부 가스가 발화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우선 주수기법으로 현장 안정화 작업을 합니다. 이후 화점을 검색해 화점에 소량으로 주수를 하고 배연하면 화재진압이 완료되는 방식입니다.
이는 소방용수를 상당히 적게 사용하며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습니다. 화재진압 기술이 뛰어난 소방관을 ‘불잡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구사했던 기법이 바로 배연 통제입니다. 우리나라 소방관이 해외 소방관과 견주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화재진압 기법이기도 합니다.
또 화재진압 도중 주수한 소방용수로부터 생성되는 수증기가 송풍기의 풍압과 공기 흐름으로 인해 화점이나 뜨거운 연기 층으로 이동하며 냉각과 소화효과를 가져와 단시간에 화재진압을 종결시킬 수 있습니다. 한쪽으로 일방적인 양압을 생성해 단방향 Flow-path를 생성하는 PPA for Fire라는 이름처럼 터프한 배연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배연 전술은 화재실을 제외한 곳에서 연기로 방해받던 인명검색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PPA for Fire가 활용되는 대상물보다 대규모 내화구조 건축물 화재 시 적합합니다. 이 전술의 단점은 화점실을 격리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화점실에 이르기까지 진입로를 개척하는 임무를 띤 대원들을 흔히 Smoke Diver라고도 표현합니다. Smoke Diver의 임무는 Anti-ventilation 상황에서 인명검색, 혹은 PPA for Life 상황에서의 Flow-path 설정 등 고난도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건축물이 초고층ㆍ지하화될수록, 화재진압ㆍ배연 전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Smoke Diver 혹은 동일한 역할을 하는 소방대원을 양성해야 할 필요성이 늘고 있습니다.
이 두 종류의 양압 배연은 송풍기 설치 위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흔히 양압 배연을 위한 송풍기는 개구부로부터 1.8~2m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부 꺾임이나 개구부 크기, 구획실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일반적인 수치가 모두 통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송풍기 제조사마다 송풍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직진성이 좋은 송풍기 모델이 있고 넓은 면적을 덮을 수 있도록 송풍패턴이 넓은 모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방에서 많이 쓰는 N사의 송풍기는 직진성보다는 넓은 패턴으로 송풍하는 모델로 분류됩니다.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은 조건의 구획실이나 복도, Flow-path를 설정하고 같은 양의 연기를 채워 각기 다른 송풍기로 배연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울소방학교 화재교관단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엔진식ㆍ배터리식ㆍ전기식 송풍기를 같은 조건으로 테스트해 서울 실정에 맞는 송풍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송풍량 단위(cfm)가 높은 제품을 선택할 게 아니라 배연 목적에 따른 송풍패턴 또한 고심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119플러스> 9월호에 실린 서울소방학교 이형은 교관님의 V.E.I.S 프로그램에서도 PPA for Life에서 화점실을 격리(Isolate)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단순 지식이나 이론을 제외하고 이런 현장 전술ㆍ전략은 우리나라 소방에서 한 번쯤 검토하고 득이 되는 프로세스와 정보, 전술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를 교육 훈련 프로그램으로 재정비해 각 시ㆍ도 소방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통해 화재진압대원들의 전문성을 한 단계 더 높일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 강남소방서_ 김준경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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