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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숨은 목격자도, 조사관도 화인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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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0/03/23 [13:00]

[화재조사관 이야기] “숨은 목격자도, 조사관도 화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0/03/23 [13:00]

어느 해 7월 중순경 주말에 발생한 화재였다. 이른 오전 5시 30분께 불이 난 곳은 생활 쓰레기에서 분리 수거된 재활용품을 가공하는 한 공장이었다. 천막과 샌드위치 패널로 축조된 이 공장은 각각의 동을 천막으로 연결해 겉으론 마치 하나의 동처럼 보였다. 내부 작업성의 편의를 위해 축조된 구조였다. 그러나 화재 안전성 측면에서는 연소 확대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더욱이 주말 새벽 시간으로 화재 인지가 지연됐고 외딴곳이라 신고 또한 늦었다. 화재조사 사례 다섯 번째 이야기다.


 

 

신고자 위치와 말 없는 목격자

화재 당시 신고자는 불이 난 공장건물과 약 7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작업 중이었다.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확인하니 불길이 솟고 연기가 보였다고 했다. 신고자가 멀리서 목격한 탓에 정확한 발화지점은 알 수 없었다.

 

현장과 인근에 말없이 서 있던 목격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공장 내부를 비추던 것과 공장 외부 다른 공장에는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숨은 목격자였다.

 

공장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 위치를 먼저 확보해 발화지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폐쇄회로가 있다 해도 한계는 있기에 그 한계부터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작업장 내부 카메라는 동작을 감지하는 카메라(Motion detecting)였다. 무언가 움직이는 현상이 있어야만 작동하는 구조다.

 

이런 경우 카메라의 특성을 아는 게 중요하다. 동작 감지 후 몇 초안에 동작하는지, 오차는 어떻게 되는지, 카메라 화각은 어떻게 되는지, 촬영 거리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사진 1] 화재 발생 공장의 평면도


화재 현장에서 발화지점을 정확하게 촬영한 카메라를 만나는 일은 사실 드물다. 거의 모든 화재 현장이 그렇다. 대부분이 카메라 언저리에 살짝 찍히거나 상당한 거리를 둔 채 촬영하고 있어 정확한 발화 원인을 판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카메라 녹화 시간과 실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다.

 

▲ [사진 2] 카메라 시간과 실시간 확인

 

▲ [사진 3] 화재 현장


이곳저곳을 촬영한 소중한 정보들

화재가 발생한 날은 주말이었다. 휴무로 인해 인근 공장이나 화재 발생 지점 역시 사람이 없었다. 이 경우 화재 현장을 여러 방면에서 촬영하는 주변의 말 없는 목격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폐쇄회로는 대부분 관계 지역만 촬영하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정한다. 이 때문에 화재조사관이 필요로 하는 각도의 촬영 영상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여러 개의 카메라 각도와 시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중복되는 현상을 찾아내야 한다.

 

▲ [사진 4] 외부 폐쇄회로

 

▲ [사진 5] 주ㆍ야간 비교


외부 건물인 00조경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면 공교롭게도 촬영된 지점이 화재공장 담장 벽돌이 2개 탈락한 부분뿐이다. 이곳에서 빛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4]처럼 우측 상단 담장으로 빛이 새 나오는 게 촬영됐고 이때 시간은 오전 3시 18분께로 확인된다.

 

▲ [사진 6] 불빛 각도 확인


외부에 촬영된 시간이 오전 3시 18분이라면 내부에 같은 시간대에 촬영된 영상을 확인하고 내부 어느 지점인지를 찾아 발화부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발화지점을 찾는다.

 

▲ [사진 7] 불빛 비교

 

화재 공장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확인했다. 적색 윗부분과 같이 불빛은 Ⓑ쪽이 더 밝게 나타나 있으며 적색 사각 부분은 Ⓑ쪽 빛이 더 탁한 것을 알 수 있다. 농연이 분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영상기록 장치는 실제 시간보다 약 32분 빠르게 세팅돼 있었다. Ⓐ사진은 실시간 화재 전일 오후 11시 31분께였다.

 

Ⓑ사진은 화재 당일 오전 2시 24분이다. 이 영상 판독을 통해 화재가 오전 2시 24분 이전에 발생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신고 시간까지 약 3시간여 동안 연소가 진행됐기 때문에 훈소 형태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 [사진 8] 현장 비교


발화 원인은 무엇일까?

초기 목격자는 인근에서 작업 중 불빛을 보고 신고했다. 발화는 오전 2시 24분 이전으로 추정된다. 연소 확대는 화재 당일 남서풍의 7.6m/sec였고 발화부는 에어탱크 실 직선의 상승부와 플라스틱 선별기 사이로 추정된다. 주변 플라스틱과 샌드위치 패널 방향으로 연소 확대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 [사진 9] 차단기 확인


전기는 통전 중인 것이 확인됐고 [사진 9]를 보면 우측 차단기 접점이 붙어 있는 상태로 메인 차단기는 ON 위치에 놓여 있었다.

 

▲ [사진 10] 선별기 컨트롤러

 

선별기를 컨트롤하는 차단기 2개가 Trip 상태로 확인되며 전기적 이상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결된 전선에서 용융점이 발견됐다. 그러나 연소가 진행되며 지속적인 가열로 인해 단락 흔적이 용융돼 있어 전기적 이상인지, 화염에 의한 용융인지는 확인이 불가했다.

 

▲ [사진 11] 정온전선

 

동파 방지를 위해 설치한 정온전선이 관찰되나 화재 발생 시점이 한창 더운 7월이었고 정온전선의 사용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가 전원을 ON 상태로 유지했는지, OFF 상태로 유지했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답변했다. 

 

현장에서 발굴된 전선의 용융상태를 전기적 에너지에 의한 형상인지, 화염에 의한 용융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다.

 

▲ [사진 12] 전선의 용융점

▲ [사진 13] 전선의 금속조직-1





 

 

 

 

 

 

[사진 13]은 수지상 구조(Dendrite Structure)로 경계면은 식별되나 단락과 용융의 선, 후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금속조직 구조가 규칙적으로 퇴적된 형태를 보였다.

 

▲ [사진 14] 전선의 금속조직-2

 

[사진 14]의 경우 공극(Void)이 식별되고 경계면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것은 단락 형성이 발생하는 모습으로 판단되지만 주상조직의 형태가 관찰되지 않으며 주상조직이 지속적인 수열에 의해 조대화 또는 용융된 것으로 사료된다.

 

전기적 개연성은 있었지만…

이 화재에서는 관계자와 최초 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과 폐쇄회로 촬영 영상 등을 분석해 발화부를 추정했다. 공장 내부 전기는 통전됐던 것으로 확인되며 내부에서 특별한 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콤프레셔 실의 배관에서 다수의 열선, 즉 정온전선이 관찰되지만 통전 여부는 알 수 없었다. 내부에 잔류된 차단기는 ON 상태로 확인되며 전기적 특이점은 없고 에어탱크 실은 기계들이 탄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기계실 상부와 그 위에 위치한 플라스틱 선별기의 탄화 상태가 심한 점, 선별기 컨트롤러 차단기 3개가 트립된 상태였던 점, 선별기 주변 전선에서 다수의 용융 흔적이 관찰된 점으로 미뤄 볼 때 전기적 개연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최초 화재 신고는 오전 5시 34분께로 주변 00조경 폐쇄회로에 촬영된 영상 판독 결과 오전 3시 18분께부터 불빛이 재활용품 가공공장 내부에서 관찰됐다. 이 점으로 볼 때 3시 이전에 발화돼 훈소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외부에는 비가 많이와 외부로 연소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내부에서 훈소 형태가 진행된 것은 플라스틱 라벨이나 공장 내부에 잔류된 수분때문에 유염 화원으로 쉽게 진행되기보다는 무염 화원으로 진행된 것으로 사료된다.

 

외부는 천막이 설치돼 있어 화염이 진행되면서 천막이 소훼됐고 우천으로 인해 빗물 유입에 따라 화염 일부는 진압되고 일부는 연소한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연소 후 샌드위치 패널 등 유염 화염으로 진행되는 시점에서 일부의 화염이 목격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선별기를 컨트롤하는 판넬 내부의 차단기 3개가 트립된 상태였다는 사실과 선별기 상부와 하부의 에어탱크 실 위 전선에서 용융 흔적이 관찰된 점을 고려할 때 전기적 요인에 의한 개연성은 있지만 화재 원인을 논단하기는 어렵다.

 

Tip - 정온전선

PTC(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heater)로 온도가 약 85℃ 이상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전류의 양을 줄여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히터다. 즉 온도가 상승하면 저항값이 커지면서 전류의 양을 감소시켜 온도를 낮춘다. 온도가 낮아지면 저항은 낮아지고 전류의 양은 증가해 다시 발열하는 원리의 발열체다. 이를 통해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정온전선’이라 칭한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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