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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⑤] 구조도 시설도 빈약한 공사현장

한 해 평균 800여 건 발생하는 공사현장 화재
임시소방시설은 있었나… 미비 법규도 고쳐야

특별취재팀 | 기사입력 2020/04/30 [01:05]

[이천 물류창고 화재 ⑤] 구조도 시설도 빈약한 공사현장

한 해 평균 800여 건 발생하는 공사현장 화재
임시소방시설은 있었나… 미비 법규도 고쳐야

특별취재팀 | 입력 : 2020/04/30 [01:05]

▲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총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 박준호 기자


[FPN 최영, 최누리, 박준호 기자] =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에서 화재 확산과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건축물의 안전성과 시설적 측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공사현장이라는 사실이다.

 

화재 시 확산을 막아주는 내부의 방화구획은 물론 화재 시 경보나 소화 등을 기대할 수 없는 불완전한 건물이었다는 점이다.


공사현장 대형 화재는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2007년 발생한 구로구 공사장 화재(1명 사망, 59명 부상),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화재(4명 사망, 24명 부상), 2013년 구로구 공사장 화재(2명 사망, 24명 부상), 2014년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8명 사망, 116명 부상), 2017년 수원광교 오피스텔 공사장 화재(1명 사망, 14명 부상), 2018년 세종시 주상복합 신축공사장 화재(3명 사망, 37명 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2008년 발생한 코리아냉동창고 화재의 경우 내부 시설의 일부를 신설하는 공사를 진행하다 불이 난 사례였다.


2018년 소방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4133건에 달한다. 한 해 평균 800여 건이 넘는 화재가 건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건축물 공사장의 가장 큰 문제는 완벽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문제점이 상존한다. 준공이 완료된 건물의 경우 방화문과 같은 구획이 이뤄져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조치가 이뤄지고 소방시설도 구축되지만 공사현장은 이러한 시설이 미비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건설현장 내 단열재 등의 가연물과 시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가연성 물질들이다.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는 단열 효과가 높고 가격이 저렴해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용접 불꽃 등에 따른 점화가 쉽게 이뤄지고 연소될 때에는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발생해 피해를 키운다. 이 때문에 소방 전문가들은 일본과 같이 화재 안전을 전담하는 관리자를 의무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지만 아직 법규에는 반영되지 못한 실정이다.


건설현장에 만연된 부실한 화재안전관리 실태도 문제로 지목된다. 화재 위험을 가진 여러 작업을 진행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작업이 이뤄지면서 대다수 화재 사고에서는 원청과 하청 업체의 안전관리 수준에서 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도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이같은 공사현장의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정 규모가 넘는 대상물에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형 참사를 부른 이천 물류창고에 이 같은 시설이 제대로 설치됐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사고현장 브리핑에서 이천소방서 측은 “현재 임시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화재감식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실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법규적인 미비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인화성 또는 가연성, 폭발성 물질을 취급하거나 용접, 용단 등 작업이 이뤄지는 건축공사 현장의 화재안전을 위해 임시소방시설을 갖추도록 해놓고도 정작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관련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현장에는 간이소화장치나 비상경보장치, 간이피난유도선 등 임시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화재 시 초기 소화와 적정한 피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임시소방시설은 건축허가동의 대상물의 동의 요구 시점에서 임시소방시설 설치계획서를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서 제출 이후 이를 관리하거나 감독 또는 사용하는 인력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소방관서는 물론 소방시설공사감리를 수행하는 기술자 등 그 누구에게도 확인 의무가 없다.


특히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 즉각적으로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내릴 수 있는 벌칙 규정도 허술하다.

 

임시소방시설설치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소방관서가 적정하게 설치 또는 유지 관리되지 않았을 때 필요 조치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장의 시설 미설치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당장 벌칙을 받는 것이 아니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만 처벌을 받는 구조다.

 

결국 시설 미설치 등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시정명령 이후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기간 동안은 무방비 상태가 되는 셈이다. 사실상 이번 화재에서 임시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마땅히 내릴 수 있는 처벌 조항은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방예방업무를 관장하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 곧바로 벌칙을 적용하는 법규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8년 9월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이 소방대상물의 시공자가 공사 현장에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3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최영, 최누리, 박준호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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