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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⑦-단독] 유명무실 화재감시자 “자격 기준도 지위도 없다”

3~4만원 고작 4시간 교육이면 자격 OK?
단순 아르바이트 취급받는 화재감시자들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01 [23:24]

[이천 물류창고 화재 ⑦-단독] 유명무실 화재감시자 “자격 기준도 지위도 없다”

3~4만원 고작 4시간 교육이면 자격 OK?
단순 아르바이트 취급받는 화재감시자들

최영 기자 | 입력 : 2020/05/01 [23:24]

▲ 지난달 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 최누리 기자

 

[FPN 최영 기자] = 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건설안전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화재감시자 제도는 허울만 좋은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화재안전감시자는 용접이나 용단 작업으로 인한 화재로부터 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화재 발생 즉시 진압과 소화활동을 수행하고 피난 유도를 위해 지정하는 사람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6일 화재위험이 있는 작업 장소에서의 화재나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한층 강화했다. 화재안전감시자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가연성 자재 취급에 대한 규정 등을 손질했다.

 

기존 대규모 사업장에 한정하던 화재감시자는 모든 용접이나 용단 등 작업이 이뤄지는 공사 현장에 반드시 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화재감시자는 껍데기만 갖췄을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원천적으로 화재감시자 지정 의무는 사업주에게 부여되고 이를 위한 관리ㆍ감독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당시에도 화재감시자가 지정됐었는지, 화재안전 업무를 이행했는지조차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 등에 따르면 “공사하는 내내 화재감시자와 안전관리자를 본 적이 없다”는 일부 직원들의 진술이 나왔다. 또 1일 오후 시공사와 건축주 감리사 대표 등은 “화재감시자를 배치했냐”고 묻는 피해자 유가족들의 질문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화재감시자 지정은 건설 사업주에게 의무가 부여된다. 자체적으로 지정할 뿐 화재감시자에 대한 지정 또는 배치 정보는 어느 기관에도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상 화재위험이 있는 작업 시 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현장에 있든, 없든 알 길이 없는 셈이다. 이번 사고처럼 대형 화재가 난 이 상황에서도 누가 화재감시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배경이다.

 

건설재해예방기술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재감시자는 관련법이 강화되면서 모든 공사현장에 지정해 배치해야 하지만 실상은 아무나 배치하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공정에 투입되는 인부를 지정하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이들에게 전문적인 화재감시와 사고 예방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화재감시자의 능력과 지위도 문제다. 건설업체로부터 보수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를 화재감시자로 지정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위는 바닥 수준이다. 

 

올해 1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펴낸 화재감시자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화재감시자에대한 자격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 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이 교육은 3~4만원을 주고 4시간만 교육받으면 되는 가장 기초적인 건설 관련 교육이다. 화재안전을 감시하는 역할을 고려한 교육이 아니라 건설 종사자를 위한 기본 교육이라는 얘기다.

 

▲ 관련법과 고용노동부가 펴낸 화재감시자 업무매뉴얼에서는 화재감시자의 자격을 별도로 규정하지 있다. 단순한 건설 노동자 교육만을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지정이 가능하다.  © 소방방재신문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강의 3시간과 보건강의 1시간으로 구성된 교육은 그냥 건설 노동을 하기 위한 이수증에 불과하다”며 “화재안전감시자에 대한 전문교육과는 거리가 멀다”고 귀띔했다.

 

대형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화재감시자의 지위도 문제다. 사업주로부터 고용된 노동자 중 한 명이 대부분 지정되기 때문에 타 공정이나 다른 인부에게 지시를 하거나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이들에겐 없다. 위험을 발견하는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해도 권한도 지위도 확보하지 못하는 ‘단순 노동자’일 뿐이다. 

 

▲ 실제 한 공사현장에서 화재감시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구인 게시물이다.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 지정, 배치되는 화재안전감시자에 대한 인식을 한 눈에 보여준다.  © 소방방재신문

 

화재감시자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정립하고 이들의 보수와 직위 등을 위한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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