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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사 분리발주 막아라” 허위사실까지 내세우는 건설업계

화재 사례 들먹이며 소방공사 분리발주 문제성 주장… 따져보니 ‘엉터리’
하도급 과정에서 떼 먹는 공사비 “앉아서 이윤 찬스” 사라질까 ‘발 동동’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15 [17:30]

“소방공사 분리발주 막아라” 허위사실까지 내세우는 건설업계

화재 사례 들먹이며 소방공사 분리발주 문제성 주장… 따져보니 ‘엉터리’
하도급 과정에서 떼 먹는 공사비 “앉아서 이윤 찬스” 사라질까 ‘발 동동’

최영 기자 | 입력 : 2020/05/15 [17:30]

▲ 지난 12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내용을 담은 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 박준호 기자


[FPN 최영 기자] =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소방시설공사업법)이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소방공사 분리발주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꾸며진 엉터리 화재사고 사례를 유포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부정적 여론을 만들기 위해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사고에 허위사실을 포장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2일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만 남겨두게 되자 건설업계는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나서고 있다.


건설공사와 소방공사 간의 연계시공이 불가능하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논리에 더해 뜬금없이 사고사례를 예로 들며 분리발주가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건설업계가 14일 건설 전문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와 인천 대정초등학교 강당 화재 등 두 가지 화재사고가 소방공사 분리발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 터미널 화재사고가 소방공사 등의 분리발주가 화재 발생의 위험을 가중한 주범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


그러나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고양시 종합터미널은 소방시설공사 공종이 분리발주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2014년 5월 26일 9명이 숨지고 115명이 상처를 입은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고에 대한 검찰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건설공사는 일괄발주를 받은 원도급 업체가 무면허 업자에게 불법 하도급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사고를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한 작업자와 무자격자에게 하도급하고 하수급업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수급업체, 공사 기간을 단축해 무리한 공사를 발주하고 지시한 발주업체, 공사 안전성 검토와 건물 관리를 소홀히 한 자산관리업체 및 시설관리 업체의 총체적인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인재’로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검찰은 대규모 공사의 분리발주 시 발주자에게 안전관리책임을 부과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건의했다. 건설업계 주장처럼 소방시설이나 전기, 통신 등의 분리발주가 화재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은 없다.


건설업계가 소방공사 분리발주로 인해 화재 책임을 가리지 못했다는 사례로 내세운 대정초등학교 강당 화재 사례 역시 분리발주와는 무관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2010년 1월 26일 발생한 대정초 화재는 준공검사 필증을 받은 20일 이후 발생해 1억9500만원의 피해를 냈다. 복구비용에만 8억2천만원이 소요됐다.


인천광역시는 화재 이후 소방공사를 수행한 공사업체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소방시설 중 하나인 비상조명등 배선에서 단락흔(전기 합선 또는 외부 화재 등의 원인으로 전선이 타서 끊어진 흔적)이 식별된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단락흔으로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 없고 소방공사업체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소방시설공사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건 타 공종과 분리발주를 해서가 아니라 화재 원인을 단정하기 어려웠던 게 이유였다.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해 손해배상이 성립하지 못한 사건을 두고 건설업계는 마치 “소방공사 분리발주로 인해 화재 책임을 가리지 못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는 셈이다.


건설업계가 이렇게까지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저지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소방공사 분리발주의 현실화가 이뤄지면 소위 “앉아서 돈 먹는 찬스”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소방시설을 포함한 건설공사의 통합발주 과정에서 최초 소방시설 공사비 중 적게는 10%, 많게는 50% 이상까지도 소방시설의 원도급 금액에서 일부를 가로챌 수 있다.

 

그러나 분리발주 도입 시에는 이 구조가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적정한 공사비가 소방시설에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보통신공사와 전기, 문화재 등 전문 공종 분야가 내실을 갖춘 산업 구조를 유지하며 부실시공을 방지해오고 있는 배경이다.


건설공사에 통합 발주되는 소방시설공사는 하도급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십 년째 유지돼 오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전문 공종으로 분류해 별도법에서 규정하는 정보통신, 전기, 소방 중 유일하게 소방만 분리발주 규정이 없다. 정보통신공사는 1971년, 전기공사는 1976년부터 분리발주를 규정 제도를 정립해 운용하고 있다.  


이는 해당 공사의 첨단화와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도급인의 권익 보호는 물론 일괄도급 시 발생하는 대형 건설사의 공사 수급 독식과 저가 일괄 하도급, 무차별적인 불법 재하도급 문제 등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각 분야에서 분리발주 제도를 운용해 오고 있다는 점이 그 필요성을 방증한다.


소방시설공사 업계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소방시설공사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건설업계의 저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가짜 정보까지 만들어 제도의 필요성을 희석하는 건설업계 행태는 황당하기만 하다”고 혀를 찼다.


소방분야의 한 관계자는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사고에 거짓 정보를 넣어 자신들의 이익 구조를 사수하려는 건 도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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