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사 분리발주에 다급해진 건설업계… 국회 눈 가린다중간 마진 챙기는 건설 병폐 지키려는 건설업계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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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영 기자] = 19일과 20일 양일간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법안 심의 진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다급해진 모습이다. 분리발주 문제성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분리발주의 근본적인 필요성을 희석하면서 국회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공종에 포함돼 일괄 발주되는 소방시설공사는 종합건설사에 이윤을 보태주는 종합건설업계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종합건설사에서 소방공사를 일괄 수주하고 일부 금액을 챙긴 뒤 하도급을 주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통합발주를 통해 공사도 하지 않고 가로채는 공사비가 평균 34%, 많게는 50%가 넘을 정도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도입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번번이 건설업계 힘에 밀려 법 개정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공사로 포함하지 않는 전기와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1970년대부터 분리발주 제도를 운용해 오면서 분야 공종의 안정화와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만약 분리발주가 문제가 있다면 이 제도 자체가 사라졌어야 정상이다.
건설업계는 소방시설 공사 분리발주 제도가 하자 책임이 불분명하고 하자보수가 지연되는 등의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건물의 경우 모든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제도가 도입되면서 91%에 건축물에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가 시행되고 있다. 이 공공부문에서 문제가 발생된 사례는 없다. 건설업계 주장이 억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분리발주가 건축물 준공 이후 하자 구분이 어렵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공사와 철저히 별도 분리돼 설계와 공사 감리가 이뤄지는 소화설비 배관이나 자동화재탐지설비(화재감지시설) 등이 다른 공종과 연계되는 부분이 사실 없다. 이 역시 건설업계가 분리발주 도입 시 줄어드는 수익을 위해 만들어낸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소방공사의 하자보수가 지연된다는 주장도 타당성이 부족하다. 발주자가 소방시설공사에 투입된 공사업체에 직접 하자 보수 요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종합건설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하면 하도급받은 소방시설공사업체에 하자 보수 요청이 가는 탓에 오히려 시공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공사비용이 증가한다는 건설업계 주장도 문제가 있다.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 상위 유통구조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최초 산정된 공사비의 증가가 생길 수는 없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분리발주가 안전에 문제를 불러온다는 주장은 근거 자체가 없다.
소방시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분리발주 시 절감되는 공사금액은 4~13.5%에 이른다”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전문성 확보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분리발주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건설업계는 앉아서 마진을 챙기는 소방시설 공종을 손아귀에 넣은 채 유지하고 싶을 뿐”이라며 “실제 시공하는 전문소방업체의 입찰참여와 하도급 병폐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이 사안을 제대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