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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소방공사 분리발주... 대형 건설업계 호주머니 지켜줄 국회의원은 누굴까요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19 [16:37]

[기자칼럼] 소방공사 분리발주... 대형 건설업계 호주머니 지켜줄 국회의원은 누굴까요

최영 기자 | 입력 : 2020/05/19 [16:37]

▲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소방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이 19일과 20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됩니다. 20년 넘게 법 개선 필요성이 부각돼 왔지만 늘 건설업계 힘에 밀려 분리발주 법안은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부유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소방은 이 건설의 하위 공종으로 치부돼 경제나 산업 규모 면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소위 돈도 없고 힘도 없다는 얘기죠. 건설업계의 반대가 있는 만큼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의 현실화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남은 일은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통과하는 일이지만 이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건설업계는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 직후 법안이 더 진척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 정보를 내세우고 하루하루 국회의원 회관을 발로 뛰고 있습니다. 이를 대변하는 국토교통부 관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업계가 분리발주 반대를 주창하는 데에는 겉으로 내세운 것보다 숨은 이유가 더 큽니다. 그들은 소방의 분리발주가 이뤄지면 안전과 품질이 악화되고 하자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지며 신속한 보수도 곤란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효율적인 공사수행이 어렵고 공사발주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15년 전과 달라진 논리는 없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분리발주 얘기가 나오면 그들은 언제나 동일한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과거에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굉장한 모순이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타당성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죠.

 

소방 공종처럼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산업 범주로 포함하지 않는 ‘전기’와 ‘정보통신’ 분야에선 이미 50여 년 전부터 분리발주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진정 특수 공종 분리발주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제도가 과연 지금도 유지되고 있을까요?

 

국토교통부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리발주 제도를 폐지했어야 앞뒤가 맞겠죠. 그런데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분리발주 반대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기 충분한 근거죠. 아마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도 이런 문제를 알고 과거 건축 전문 공종의 분리발주를 추진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소관하는 정보통신부는 소방공사 분리발주 도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분리발주는 ‘적정시공 품질 확보’, ‘공사비 절감’ 및 ‘중소기업 보호ㆍ육성’ 등에 기여하는 제도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1971년 분리발주가 도입된 이래 50여년 간 우리나라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방시설공사도 분리발주 된다면 정보통신의 사례처럼 소방산업과 안전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왜 정보통신부는 소방공사 분리발주 도입 법안에 대해 이처럼 말할까요. 바로 제값을 받고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된 것은 이런 환경이 뒷받침해줬다고 봐도 과하지 않습니다.

 

한번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공산품도 유통구조가 복잡하면 소비자는 원가에 크게 웃도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게 됩니다. 반대로 유통 구조 없이 제조된 제품을 소비자가 곧바로 산다면 어떨까요. 줄어든 유통단계에서의 마진도 줄어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종합건설에 통합 발주된 이후 전문 소방공사에 하도급되는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죠. 대형 유통망을 가진 기업이 물품 제조사에게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 제조사는 어떻게 할까요. 제품 원가를 줄여 자신의 마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제품 구성품을 최대한 싸게 만들기 위해 재질을 떨어뜨리는 등 원가 줄이기에 나설겁니다. 이 역시 당연한 일이겠죠.

 

건축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공사는 초창기부터 각 공종마다 적정한 금액을 산출해 공사비를 책정합니다. 소방공사의 경우 크게 전기와 기계로 나뉩니다. 화재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려주는 화재감지설비(자동화재탐지설비)나 유도등 같은 시설은 전기,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의 시설은 기계설비로 분류됩니다.

 

이런 소방시설의 설치와 시공에 필요한 공사비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적정금액이 산출됩니다. 이후 전체 건설공사에 포개져 통합발주가 이뤄지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최초 산정된 적정 공사비가 실제 소방공사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형건설사는 물론 수많은 종합건설 회사들은 최초 산정된 소방 공사비에서 일부를 떼어낸 뒤 소방전문 공사업체에게 하도급을 줍니다. 이 과정에서 최초 발주를 받은 종합건설사는 평균 34%에서 많게는 50% 이상의 소방공사비를 중간에서 가로챕니다. 100만원 짜리 공사를 50만원에 하고 있다는 얘기죠.

 

종합건설사는 앉아서 돈을 챙깁니다. 제대로 된 소방 공사비가 투입되지 않다보니 원활한 공사가 진행될 리 없습니다. 불필요한 유통구조 또는 제값보다 낮은 돈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상황과 똑같습니다. 우리 사회 문제 중 하나인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사실 소방 공종은 공사 이후 법 요건에 맞춰야만 허가가 납니다. 이 때문에 법적 수준에는 간신히 맞춰지긴 합니다. 하지만 공사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자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부족한 공사비에 이윤을 남기려면 해당 건축물에 설치되는 제품값이나 인건비에서 보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임공, 저품질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인력은 소방공사업체에 정식 소속된 직원이 아닌 일용직을 쓰게 되고 같은 소방용품 중에서도 싼 제품을 찾습니다. 소방산업에서의 정상적인 일자리는 축소되고 내구성 등 질적으로 떨어지는 싼값의 소방용품 구매를 부추깁니다.

 

종합건설사가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선 전문소방공사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최대한 싼값에 공사를 진행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이익을 늘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도 준공이 이뤄진 뒤에는 행여나 잘못된 소방공사나 하자가 있을 땐 무한 책임이 부여됩니다. 정상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책임까지 소방공사업체에 지우니 종합건설사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라는 비유가 딱 좋겠습니다.

 

소방공종 입장에선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책임만 떠안는 이 불합리한 환경을 한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취약한 소방산업의 생태계는 분야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가 분리발주 도입이 분야 산업과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건설업계 입장에선 소방공종을 별도 발주되도록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통합발주가 이뤄지는 지금은 앉아서 소방공사비의 일부를 챙길 수 있지만 이걸 포기하라는 건 내가 가진 호주머니를 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만약 정보통신공사와 전기공사의 분리발주 제도가 사라지고 통합발주된다면 그들의 호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까지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대상이 확대되고 30층 이상 건축물엔 첨단 화재감지기를 강제 설치하도록 법규가 강화됐습니다. 2016년부터는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제도가 반영되는 등 소방공종의 규모는 날로 커져가고 있죠.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방공종의 비중은 건축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합니다. 통합발주는 이렇게 확대되는 소방공사비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더 떼어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먹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죠.

 

이 소방공종을 별도 분리발주하라는 건 종합건설업계에게 달가운 일이 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소방공사 분리발주 제도를 건설업계와 소방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입니다. 적정한 공사비, 아니 처음 산출된 공사비가 제대로 투입돼 화재안전을 위한 건축물의 소방시설에 적용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최초 산출된 공사비가 제대로 투입되도록 하자는 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요.

 

국회의원도, 건설업체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 겁니다. 초등학생 이상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면 말이죠. 그분들 모두 똑똑한 분들이지 않습니까. 잘 모르겠다면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분야만 보면 됩니다. 그들이 분리발주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지금 소방공사 분리발주를 반대하는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가 전기와 정보통신 분야의 분리발주 폐지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됩니다.

 

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을 심사합니다. 그중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라는 산을 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과연 어떤 국회의원이 소방산업을 도태시키고 화재안전시설을 부실하게 만드는 고질적 폐단을 외면할까요. 과연 어떤 국회의원이 건설업계의 입이 돼 그들의 호주머니를 지켜줄까요.

 

법제사법위원회에선 18명의 국회의원이 이 법안을 심의합니다. 미래한국당의 여상규 위원장(사천시남해군하동군)을 비롯해 같은 당 김도읍, 오신환, 장제원, 정갑윤, 정점식, 주광덕 의원이 야당 소속입니다. 또 한국경제당 이은재 의원, 민생당 채이배, 박지원 의원이 심의에 참여합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기헌, 금태섭, 김종민, 박주민, 백혜련, 이재정, 이철희, 정성호 의원입니다.

 

굳이 국회의원 분들의 존함을 나열하는 이유는 소방 분리발주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 봐주길 원해서입니다. 전국에는 6400여 개 소방공사업체에서 약 11만 명에 이르는 종사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소방공사는 소방용품 산업은 물론 다양한 소방산업과 밀접합니다. 이 소방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모두 합치면 16만 명을 웃돕니다.

 

소방산업인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그분들께 민생법안의 실현과 경제 발전,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금배지를 채워준 건 우리 자신이니까요.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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