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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소방장비법 시행된 게 언젠데… 계속되는 ‘소방장비 구매 잡음’

서울소방 면체세척장비 구매과정서 형평성 논란
임관도 안 한 교육생이 장비 평가?… 뒷말 무성
규격 바뀐 방화장갑 특성 제대로 알고 구매해야

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5/25 [11:39]

[집중조명] 소방장비법 시행된 게 언젠데… 계속되는 ‘소방장비 구매 잡음’

서울소방 면체세척장비 구매과정서 형평성 논란
임관도 안 한 교육생이 장비 평가?… 뒷말 무성
규격 바뀐 방화장갑 특성 제대로 알고 구매해야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0/05/25 [11:39]

▲ ‘제1회 소방장비 시연회’가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최누리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소방장비 구매 과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업체 봐주기식 입찰을 진행하는가 하면 어떤 소방본부는 소방장비 품평회에 아직 임관조차 안 한 교육생을 참여시키면서 논란을 낳았다. 또 장비규격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장비를 구매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소방재난본부(이하 서울소방)는 면체세척장비 50대 구매를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특정 업체를 서울소방 측이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경남소방본부는 아직 소방관으로 정식 임관하지 않은 교육생을 소방장비 품평회에 참여시켜 뒷말을 낳았다. 현장 경험조차 없는 교육생들이 과연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며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표준규격이 새롭게 마련된 방화장갑 구매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기준과 달리 새롭게 마련된 표준규격의 특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방관들이 구매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구매부터 불용까지 소방장비의 생애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제정 1년 5개월을 맞은 ‘소방장비관리법’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장비 구매 과정에서 불거지는 잡음이 여전한 이유에서다.

 

형평성 논란 커지는 면체세척장비

면체세척장비는 현장 활동 시 묻어난 화학물질과 세균 등으로 오염된 공기호흡기 면체 또는 헬멧 등의 장비를 세척ㆍ살균해 주는 제품이다. 지난해부터 몇몇 소방본부에 본격적인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소방은 올해 중 이 면체세척장비 50대를 구매해 일선에 보급할 예정이다. 구매에 앞서 서울소방은 일선 소방관의 제품 선호도 조사를 위해 지난 2월 20일 품평회를 가졌다.

 

도봉소방서에서 열린 품평회에는 총 5곳의 업체가 참가했다. 이 중 4곳 제품이 소방관들의 선택을 받아 각각 16대, 16대, 15대, 3대 등 납품 개수를 확정했다. 

 

품평회 결과를 토대로 서울소방은 현재 입찰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입찰공고가 올라오자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한 곳은 “입찰을 중단해야 한다”며 서울소방에 이의를 제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소방은 유독 한 업체 제품에 대해 견적을 높게 받아줬다. 타 업체 견적에 비해 약 4~500만원이 높은 수준이다. 품평회 당시 서울소방이 업계에 제시한 총 예산은 50대 기준 15억6000만원이었다. 대당 3120만원 정도 금액이다.

 

당시 서울소방은 이 금액 수준에서 견적을 맞춰달라고 업체들에게 요구했다. 실제 납품 개수가 확정된 업체 대부분이 서울소방 요구대로 견적서와 공급확약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 중 한 업체는 서울소방 요청과 다르게 3850만원으로 견적을 내고 3400만원의 확약서를 제출했다. 타 업체와의 금액 차이가 5~600만원에 이른다. 특히 이 업체는 지난해 같은 장비를 서울소방에 납품하면서 2820만원으로 낙찰자에게 제품을 공급했고 2900만원에 최종 납품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사양 등 모든 게 동일한 면체세척장비의 가격이 불과 1년도 안 된 사이 550만원이나 뛴 셈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경기소방에 같은 장비를 납품하면서 3850만원의 견적을 냈다. 하지만 당시 이 견적에는 대당 3~400만원 정도의 건조기가 포함돼 있었다. 서울소방이 현재 구매를 추진하는 제품은 건조기가 없는 모델이다. 이를 두고 동일 장비를 비싸게 구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소방이 면체세척장비를 구매하면서 진행한 품평회도 뒷말을 낳고 있다. 당시 서울소방은 업체 소개 장비에 대해 제품 금액을 제한했다. 예산이 부족해 구매 자체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특정 업체에는 높은 견적을 허용해주면서도 다른 업체들에게는 높은 가격의 장비를 소개조차 못 하게 했던 것이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당시 품평회에 출품한 장비는 보유 장비 중 사양이 가장 낮은 장비에 속한다”며 “3800만원 대에 견적이 가능했다면 더 좋은 면체세척장비를 소방관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비평가 하는 교육생들… 뒷말 무성한 품평회

공기호흡기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구매 과정에서의 잡음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경남소방에서는 공기호흡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품평회의 운영방식이 논란이 됐다.

 

보통 5년 이상의 현장 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품평회에 난데없이 임용 교육 중인 교육생을 참가시켜 선택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경남소방교육훈련장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품평회에는 100명이 넘는 소방공무원들이 평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소방공무원과 신규 교육생이 장비를 평가했다. 임용도 안 된 새내기 소방공무원 교육생들이 장비 평가에 참여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장비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공기호흡기와 같은 중요한 개인보호장비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직 소방관으로 정식 임용조차 안 된 교육생을 대거 참여시켜 평가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품평회에 참가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보통 소방장비의 품평회는 현장 베테랑 소방관들이 참여하지만 경남소방의 품평회는 신규 인원이 기존 인원보다 많이 참석했다”고 했다.

 

경남소방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장비담당 부서 관계자는 “신규 교육자들이 배치된 이후 장비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품평회에 참가시킨 것”이라며 “헤드랜턴의 경우에도 교육생을 참가시켜 품평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직원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까지 품평회에 참석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방장비 품평회에 대한 최소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각 시도별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소방장비 품평회에 대한 최소한의 규칙이 없다 보니 다양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신규 임용자에게 장비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체 관계자는 “배치도 안 된 교육생은 본인이 어느 지역 소방관서에서 또 어떤 부서에서 근무할지 모르는데 사용자이기에 평가단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규격 바뀐 방화장갑… 편의? 안전? 알고 선택해야

▲ 표준 규격에 맞춰 제작된 방화장갑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개인보호장비. 그중에서도 방화장갑은 소방관의 손과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필수 장비다. 불꽃이나 열, 이물질 등으로부터 소방관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방화장갑은 지난해 새로운 표준규격이 만들어졌다. 이 규격에 맞춰 인증을 획득한 방화장갑(화재진압용 장갑)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 시ㆍ도 소방본부는 현재 인증품의 출시를 기다렸다는 듯 구매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과거 단 한 가지 기준으로만 운영될 때와 달리 새롭게 정립된 표준규격에서는 Type 1과 Type 2로 성능의 세분화가 이뤄졌다. 겉으로 보면 두 Type 모두 명칭은 방화장갑으로 같지만 성능을 따져보면 엄연히 다른 제품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아직 이렇게 분리ㆍ운영되는 방화장갑의 표준규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두 Type의 장갑이 동일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고 오해하는가 하면 심지어 디자인이 다른 장갑을 Type으로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는 소방관까지 생겨나고 있다.

 

방화장갑이 Type 1과 Type 2로 세분화 된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바로 일선 소방관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표준규격 제정 당시 소방청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소방관이 착용하는 장갑 수준으로 우리나라 방화장갑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고심 끝에 소방청은 표준규격을 Type 1과 Type 2로 나눠 운영하고 일선 소방관들이 Type을 직접 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방화장갑에 대한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현재 2종이다. 각각 Type 1 제품과 Type 2 제품으로 제조사도 서로 다르다.

 

현재 시ㆍ도 소방본부에서는 자체 품평회와 소방청에서 지난 2월 개최한 ‘중앙소방장비시연회’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방화장갑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품평회나 시연회가 개최될 당시 인증을 획득한 장갑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증조차 없는 제품으로 평가가 진행된 셈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장갑을 구매하는 소방관서에서는 새롭게 만들어진 표준규격에 따른 장갑의 성능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품평회 또는 시연회 당시 성능이나 착용감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Type에 따라 성능이 세분화 됐지만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소방관이 정말 너무 많다”며 “Type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다가가면 ‘자기 물건 팔기 위해 왔나?’ 하고 오해받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장갑 제조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Type 2의 경우 Type 1보다 착용감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제조사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단순히 착용감만을 갖고 선택하지 말고 Type에 따라 어떤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지자체 소방본부 예산 문제 관여 못 해 

소방청에 따르면 장비 관련 민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소방장비관리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민원 발생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소방청은 소방장비 구매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부터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방장비 판매 등록제와 입찰 사전 평가제, 중앙 평가관리 시스템, 소방전용 조달시스템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품평회 등의 문제는 시ㆍ도별로 분산 개최되고 있는 품평회를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중앙 사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최근 시ㆍ도 소방본부에서 장비를 구매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민원이 소방청으로도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국가직화가 이뤄졌지만 아직 예산 등의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장비구매 방식까지 소방청에서 관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비와 관련된 문제를 차근차근 해소해 나가기 위해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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