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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중요한 보호장비… 방화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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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I Performance Product, Inc. | 기사입력 2020/06/22 [10:00]

작지만 중요한 보호장비… 방화두건

PBI Performance Product, Inc. | 입력 : 2020/06/22 [10:00]


오늘날 소방관용 개인보호장비는 각각의 구성품이 개별적으로, 그리고 집합적ㆍ총체적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면 손은 방화장갑이, 팔은 방화복이 보호하지만 손목은 방화복과 방화장갑이 겹쳐져 이중의 보호를 받는다.

 

다만 방화복과 장갑이 서로 잘 겹쳐져야 가능한 얘기다. 잘 겹치지 않으면 노출되기 쉬운 취약한 부위가 된다. 발목과 다리 하단부 역시 소방용 안전화와 방화복의 보호를, 허리 부분은 방화복 상의와 하의의 보호를 동시에 받는다.

 

이런 식으로 소방관의 개인보호장비 구성품은 신체 전체를 각자 혹은 함께 보호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그래서인지 북미에서는 소방관용 보호 앙상블(protective ensemble)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말은 개인보호장비의 각 구성품이 모두 갖춰져야 온전한 소방관 보호가 가능하다는 의미일 거다. 이런 보호 앙상블에서 얼굴과 턱, 목, 귀의 보호를 담당하는 중요한 구성품이 있다. 바로 방화두건이다. 

 

개인보호장비 중 가장 가볍고 저렴하면서 단순해 보이는 구성품 주제에 너무 소개가 장황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방화두건은 다른 개인보호장비 구성품의 중요성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얼굴에 입는 화상은 심미적ㆍ정신적으로 상처가 오래가는 편이다. 등에 입은 화상은 굳이 노력해야 볼 수 있지만 얼굴에 남은 화상의 흔적은 매일 아침에 세수할 때마다 보게 되고 원치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늘 보여주게 된다. 매일같이 스스로 ‘영광의 상처’, ‘소방관 생활의 훈장’이라고 위로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최근엔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엔 방화두건을 사용하지 않는 소방관이 적지 않았다. 방화두건을 사용하지 않는 덴 이유가 있었다. 지급받지 못했거나 착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귀로 주변 열을 감지해야 하는데 귀를 가리기 때문에 열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화점을 찾거나 돌발 화염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동서양 소방관 모두에게서 나오는 불만이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방화두건을 착용하는 데 익숙지 않은 소방관들은 분초를 다투며 건물에 진입해야 할 때 착용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6년에 발표된 방화두건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JBG Johnstone et al.)에 따르면 열 감지와 소리에 관한 건 진실이 아니다. 인간의 귀는 머리에 뭘 쓰든 주변 열 감지에 그다지 뛰어난 감각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방화두건을 착용해도 딱히 소리를 잘 못 듣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 방화두건의 적절한 착용

 

▲ 방화두건을 잘못 착용해 화상이 남은 사례

근거가 불분명한 단점에 비해 방화두건의 장점은 뚜렷하다. 뉴욕시 소방본부를 대상으로 한 2001년 연구(D J Prezant et al.)에서 연구진은 방화두건을 착용하지 않았던 1993ㆍ1994ㆍ1995년 3개년과 방화두건을 착용한 1997ㆍ1998ㆍ1999년 3개년의 화재 1천건당 화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방화두건 착용 이후 머리 부분의 화상은 46%, 목 부분의 화상은 54%, 귀 부분의 화상은 60%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건물에 진입해서 요구조자를 찾는 역할을 하는 진압대원들이나 구조대원들 중 경험이 풍부한 소방관들은 한결같이 좋은 방화두건을 착용했는지가 건물 내부에서 퍼포먼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2015년 5월 대전 원내동 아파트 화재나 2017년 서울 용산 다가구주택 화재 등 소방관이 귀나 턱, 목에 화상을 입은 사례들은 방화두건의 필요성, 특히 충분한 보호 성능을 갖춘 방화두건이 필요함을 상기시켜준다.

 

방화복과 마찬가지로 방화두건에도 난연성 소재가 사용된다. PBI나 아라미드, 난연성 비스코스 섬유 등이 쓰인다. 방화두건으로는 주로 편물(knit) 원단이 사용된다. 직물 원단(woven fabric)이 사용되는 방화복의 겉감과 비교했을 때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신축성이다.

 

단단하게 짜인 방화복 겉감은 거의 신축성이 없는데 반해 뜨개질한 방화두건은 위아래 양옆으로 잘 늘어난다. 적당히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야 방화두건을 쓰고 벗을 때 편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이면 대부분 당연히(?) 면체 위에 방화두건을 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방화두건을 쓰고 그 위에 면체를 쓰는 곳도 있다. 제조사들은 면체 위에 방화두건을 쓰도록 안내한다.

 

그런데 페이스북 국제 소방관 커뮤니티에서 몇몇 국가 소방관들은 공기호흡기 양압이 유지되는 한 두건 위에 면체를 착용하더라도 두건을 통해 외부 공기가 면체 안쪽으로 유입되지 않으니 크게 상관 없지 않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조사 입장에선 사고가 났을 때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다수의 공기호흡기 제조사와 방화두건 제조사는 면체의 기밀을 유지하고 방화두건을 면체 위에 쓰도록 안내하고 있다. 

 

예전에는 방화두건이 최소한의 크기로 나오기도 했다. 목을 양옆으로 움직이면 목이 노출되는 제품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제품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빕(bib) 또는 요크(yoke)라고 부르는 어깨 일부와 가슴, 등을 덮는 부분은 아주 클 필요는 없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돌렸을 때 방화복 밖으로 빠지지 않는 정도여야 한다.

 

방화두건의 안면창(또는 안면부)은 공기호흡기 면체와 잘 맞아야 한다. 면체와의 밀착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방화두건은 사용하기 불편하다. 공기호흡기 면체를 착용한 채로 방화두건을 위에 씌웠을 때 뜨거나 느슨한 부분 없이 잘 맞는다면 괜찮은 방화두건을 잘 착용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소방청에서 정한 방화두건 표준규격(KFS 0004-2019-01)은 방화두건이 공기호흡기나 헬멧, 기타 소방장비와 잘 호환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화두건을 썼을 때 더 편한지는 각 소방본부에서 실착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소방청 방화두건 표준규격은 해외 기존 관련 표준들(ISO11999-9, NFPA1971, EN13911 등)을 참고해 제정한 국내 표준이다. 방화두건의 구조나 성능에 관한 최소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소방에는 이 표준규격에 부합하는 제품들만 공급될 수 있다. 

 

표준규격에 따르면 방화두건은 자기 소화성을 가진 난연소재로 제작돼야 하고 260℃의 열에도 탄화, 점화, 용융, 적하되지 않는 내열성을 갖춰야 한다. 플래시 오버에 준하는 불꽃열에 노출될 경우 착용자가 11초 이상은 2도 화상에 이르지 않도록 열을 차단할 수 있는 수준의 열방호성능을 보여야 한다.

 

열에 의한 통증 발생에서 2도 화상까지 최소 4초 이상의 탈출 시간을 확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복사열에 노출됐을 때도 14초 이상 2도 화상을 방지하는 동시에 4초 이상의 탈출 시간을 확보해주는 열방호성능이 있어야 한다.

 

복사열 노출 이후에도 쉽게 파열돼선 안되며 솔기가 쉽게 찢어지면 안 된다. 이 표준에는 50회 탈착 후 안면창의 치수가 유지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도 포함됐다. 잦은 착용에도 안면창이 늘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방화두건 표준규격은 NFPA1971과 EN13911에서 각각 더 높은 성능요구치를 따온 성격이 강하다. 가령 열방호성능은 NFPA1971을 충족시키는 제품에 준하는 수준이 요구된다. 세탁 후 수축률에 대해선 북미와 유럽의 규정이 혼합된 꽤 까다로운 요건이 마련됐다. 고온의 세탁ㆍ건조 5회 후 원단 기준으로 5% 미만의 수축률을 달성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표준규격 인정 시험 결과를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표준규격에 근거한 성능시험의 결과치는 어디까지나 변인을 최대한으로 통제한 표준적인 환경에서의 시험 결과다. 이를 다양한 변수로 가득한 현장에서 발휘될 보호장비의 성능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또 두건의 열방호성능 최소요구치는 방화복이나 장갑에 비해 낮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동일한 수준의 열이 여러분을 감싸고 있는 현장에서 열감이 가장 빨리 올라오는 곳은 두건으로만 보호되는 부위일 가능성이 높다.

 

방화두건은 사용 전ㆍ후 점검요소가 많지 않은 물품이다. 방화두건이 전반적으로 깨끗한지, 안면창의 탄력성은 유지되고 있는지, 머리나 면체와 잘 맞는지 정도만 확인하면 된다. 이에 더해 솔기가 풀린 부분은 없는지, 찢어지거나 구멍이 크게 난 부분은 없는지도 점검하는 게 좋다.

 

방화두건은 솔기 부분을 제외하면 수선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너무 높은 물품이다. 헤졌거나 적절히 기능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새 제품을 지급받을 걸 권장한다. 

 

▲ 연기 속 오염물질이 얼굴 주변에 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화재현장에 다녀온 후에는 방화두건의 세탁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물에 한번 담갔다 빼서 짜보면 방화두건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방화두건은 방화두건끼리 세탁해야 한다. 사실 이 원칙은 개인보호장비 중 다른 구성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방화복 외피는 외피끼리, 내피는 내피끼리 세탁하는 게 좋다. 방화복과 방화두건을 섞어 세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오염도가 다를 수 있어서다. 더 많이 오염된 쪽에서 덜 오염된 쪽으로 오염물질이 전달될 수 있는데 통상 방화복(특히 외피)의 오염물질이 방화두건에 쉽게 옮겨붙을 수 있다. 둘째는 마찰 등에 의한 방화두건의 손상이다. 방화두건은 방화복보다 부드러워 방화복과 함께 세탁하는 경우 방화두건의 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방화복의 밸크로가 방화두건을 쉽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도 방화복과 방화두건을 함께 세탁하는 걸 권장하지 않는 이유다. 

 

방화두건은 위와 같은 원칙을 고려해 다른 개인보호장비와 비슷한 조건으로 세탁하면 된다. 40℃ 이하의 세탁수, 약알칼리성 세제를 사용하고 섬유유연제와 염소계 표백제 사용은 피한다. 약한 강도로 탈수하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건조하거나 건조기에서 열풍을 사용하지 않고 건조한다.

 

만약 오염이 심한 방화두건과 오염이 심하지 않은 방화두건이 있으면 오염이 심한 방화두건은 손세탁으로 애벌빨래를 해서 오염물질을 미리 어느 정도 제거하는 게 교차오염을 방지하는 데 좋다.

 

▲ 분진차단막을 사용한 방화두건

최근 몇 년간 북미와 유럽에서는 분진차단 방화두건(particulate-blocking hoods)이 유행하고 있다. 2015년 1월 발표된 형광 에어로졸 스크리닝 시험(RTI Project 0212534.112) 결과 방수투습천이 있는 방화복과 달리 통기성이 좋은 편물로만 된 방화두건은 연기와 연기 안의 유해물질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그러자 개인보호장비 업계에서는 연기 침투를 차단할 수 있는 중간층이 포함된 방화두건을 내놓기 시작했다. 화재 진압과 암의 연관 관계에 대한 논의가 진전됨에 따라 분진차단 방화두건은 점점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재진압 활동 시 체온 상승으로 인해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연기 속 유해물질을 얼굴의 피부가 더 잘 흡수하게 되므로 암 예방 차원상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다만 분진차단 방화두건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높은 가격이나 비교적 낮은 통기성으로 인한 열 스트레스, 세탁 내구성,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이 아직 몇몇 제품에서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방화두건은 소방관의 개인보호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중요한 장비다. 그러나 어떤 개인보호장비든 소방관을 완벽하게 보호하진 못한다. 보호 수준엔 한계가 있음을 잊지 말되 다른 개인보호장비와 마찬가지로 방화두건 역시 잘 선택하고, 잘 사용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현장에서의 부상을 최소화해 소방관 자신과 요구조자의 안전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PBI Performance Products, Inc._ 이진규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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