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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정규직 전환 두고 해고 위기 처한 인천공항 소방대

생명ㆍ안전 관련 업무자 정규직화… 막막하고 불안한 소방대
특정 시기 후 인원 ‘공채’ 탈락하면 어쩌나, 사라진 구제방안
자회사 정규직 직원인데… 자칫 해고 위기 상황에 “기막혀”
한국공항공사 가산점 주는데… 인천공항은 최소 배려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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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6/26 [14:37]

[집중취재] 정규직 전환 두고 해고 위기 처한 인천공항 소방대

생명ㆍ안전 관련 업무자 정규직화… 막막하고 불안한 소방대
특정 시기 후 인원 ‘공채’ 탈락하면 어쩌나, 사라진 구제방안
자회사 정규직 직원인데… 자칫 해고 위기 상황에 “기막혀”
한국공항공사 가산점 주는데… 인천공항은 최소 배려도 없어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0/06/26 [14:37]

▲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직원들이 항공기 화재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구본환, 이하 인국공)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자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정 시기 이후 입사자를 공개 채용으로 재모집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탓이다. 과거 정당하게 자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공개채용을 앞두고 ‘정규직’과 ‘해고’라는 암울한 기로에 서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후 3일 만에 찾은 인천국제공항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첫 번째 사업지로 선정했다. 당시 정일영 전 사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 소속 직원들 사이에선 정규직 전환 과정이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대로 된 노사합의 없이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서 기존 직원들의 일터를 빼앗는 이해 못 할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명 안전 관련 업무자 직고용… 일부 인원은 ‘경쟁채용’
인국공은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인천공항시설관리(주)’에 소속된 소방대 211, 야생동물통제 30 등 총 241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 기조에 맞춰 2017년 9월 13일 설립된 인국공 출자 법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소속 인원으로 외부 용역방식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이들의 정규직 고용은 2018년 5월 정부가 마련한 ‘공공부문 2단계 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업무는 ‘직접 고용이 원칙’ 문구가 근거다. 이로써 인천여객보안검색 1902명을 포함한 생명ㆍ안전 종사자 2천여 명은 인국공 정규직으로 채용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2018년 11월 시달한 ‘정규직 전환 관련 채용 비리 방지를 위한 지침’에 따라 인국공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날인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에 대해 공개경쟁채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부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예상하고 친인척 등을 채용하는 등 불공정 사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소방대의 경우 총 직원 211명 중 5월 12일 이후 입사한 직원 40명과 처음부터 공개경쟁채용 대상이었던 관리직 이상급 19명은 경쟁채용 절차를 밟게 됐다. 현재 이 채용 공고에는 590여 명이 지원한 상태로 알려졌다. 기존 직원들은 새로운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5월 12일 이전부터 근무한 직원 147명은 공개채용이 아닌 인국공 측에서 서류와 인·적성, 체력, 면접 등을 심사한 후 채용된다.

 

 

사라진 공채 탈락자 구제방안… “소방대 규모 작아 홀대”
문제는 특정 시기 이후 채용된 소방대 소속 직원들이 공개경쟁채용에서 불합격할 경우 실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노사합의에서 존재했던 탈락자 구제방안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소방대 측에 따르면 노조위원회와 인국공은 2017년 12월 1차 노사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엔 ‘관리직 이상은 경쟁채용, 미만은 면접과 적격심사 후 채용하고 탈락자는 별도회사 채용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8년 12월 작성한 2차 합의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면 수정됐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공개경쟁채용 대상이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로 확대됐다.


특히 ‘탈락자는 별도회사 채용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사라졌다. 기존 자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돼 일해 오던 노동자들의 구제방안이 없어진 것이다.


소방대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영재 인국공 소방대 노동조합위원장은 “기존 직원 중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젊은 지원자와 경쟁하기 어려워 60명 전부 떨어질지 몇 명이 붙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17년 5월 이후로 대상을 확대하라는 정부 지침은 어쩔 수 없지만 구제방안을 송두리째 삭제한 게 말이 되나. 탈락자는 바로 집에 가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실질적인 노사합의에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소방대는 1기 합의 때만 참석하고 이후 노사합의체에는 함께하지 못했다”며 “소방대 인원이 20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라 합의체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기 이후 합의서는 우리 의견이 아니다. 당시 합의체에 소속됐으면 결단코 반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정규직인데… 자칫 해고 위기 상황에 “기막혀”
2017년 5월 12일 이후 인국공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에 소방대로 입사한 A 씨는 “서류와 체력, 인성검사, 면접 등을 거쳐 정당하게 정규직으로 입사했다”며 “남들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힘들게 직장을 구했는데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또 A 씨는 “입사 과정에서 회사 측으로부터 정규직 전환 시 공개채용하고 불합격 시 해고한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구제방안이 없다는 건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5월 12일 이후 입사자 B 씨도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B 씨는 “요즘 계속 시험에 떨어져 일자리가 없어지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한국공항공사처럼 기존 직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최소한의 배려는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시 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직원에게는 필기전형 만점의 10%를, 1년 미만인 직원에게는 5%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가산점을 줬음에도 기존 직원 40%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게 인국공 소방대 노조 측 설명이다.


이들은 인천공항시설관리 소속의 정규직 신분인 만큼 공개경쟁채용에서 떨어지더라도 회사 측이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시설관리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인천공항시설관리 측은 지난 24일 정규직 채용 직원이 공개채용에서 떨어지면 해고되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현재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고 협의 중”이라며 “좋은 방법으로 해결되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대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은 오는 27일 진행된다. 체력과 면접시험을 거쳐 8월 17일 최종합격자 발표 후 임용될 예정이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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