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분석제도과의 출범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앞으로 소방분석제도과의 활약을 통해 화재 예방 정책의 효율성이 한층 더 배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울러 일부 우려처럼 업계의 부정을 도려내기 위한 입법의 칼날이 본의 아니게 업계 건전성을 흔드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소방 분야를 분석해 제도를 수립하는 소방분석제도과의 위상에 걸맞게 제도 정비와 함께 그동안 곪아왔던 업계의 문제점까지도 심도 있게 들여다봐 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자체 점검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들여다봐 줬으면 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어 제언 드립니다.
내용은 점검 수수료 기준을 마련한 뒤 그 기준에서 일정 범위를 벗어난 금액으로 점검용역을 실시한 소방대상물을 소방특별조사대상 선정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현재 소방업계에 비해 국민 안전을 화재로부터 지켜내는 데 한발 비켜서 있는 국토교통부에서도 건물 안전 진단 수수료를 법제화하고 수수료 대가 기준 범위(70/100)를 어길 시 건물 안전 진단을 다시 하도록 합니다.
이는 분명 부실 안전 진단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이지 진단업체들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함은 아닐 겁니다. 걸어가면서 앞을 보는 것과 앞을 보면서 걸어가는 게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소방시설관리업은 공적인 측면에서 보면 화재 예방 업무에 기여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종사하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사적인 측면으로는 일반적인 사업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걸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여깁니다. 그래서 소방시설관리업을 영위하는 사람은 공적으로 주어진 책임과 경제적 이익 추구, 이 두 가지 소임을 조화롭게 병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공적인 책임을 뒤로 한 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가 수수료 경쟁 행위를 하며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의 관리업자들 때문에 시장 전체가 혼탁해짐은 물론 소방시설 안전 점검의 본질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일례로 가장 최근에 자격을 취득한 소방시설관리사가 관리업을 등록한 뒤 경영난을 이겨내려고 최저가 덤핑을 일삼다 끝내 임금을 체불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이 관리사는 악덕 업주로 고발당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저가 수주를 일삼는 업주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덤핑하는 업주들을 몰아내기 위해 본인이 더 심하게 덤핑을 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놨다고 합니다.
상실과 자괴감이 드는 현실 속 얘기들입니다. 이러한 폐단은 자유경쟁 시장체계 하의 어느 업종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관의 강력한 규제 대상이며 공적 영역의 업무가 이뤄지는 소방시설관리업 분야에서는 허용되면 안 될 일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본 협회에서는 관리업 등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펴왔습니다.
저는 행정관청이 관리업자와 소방시설관리사들을 화재 예방 점검업무의 파수꾼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연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건물안전진단 도급금액 평가규정’이나 환경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기환경 측정 분야의 수수료 규정’을 소방시설점검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현재 대부분의 소방시설관리업 종사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중요시 여기며 존립 이유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높은 수준의 소방안전 선진국이 되려면 소방시설관리업의 기술력과 사명감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방분석제도과가 앞으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소방안전을 완성하기 위한 초석이 돼줬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소방분석제도과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선진 소방행정의 표상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영훈 (사)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장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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