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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해 약자를 위한 공동주택 화재 대피 시설 설치는 요원한가?

한정권 (주)디딤돌 대표 | 기사입력 2020/07/24 [13:25]

[기고] 재해 약자를 위한 공동주택 화재 대피 시설 설치는 요원한가?

한정권 (주)디딤돌 대표 | 입력 : 2020/07/24 [13:25]

▲ 한정권 (주)디딤돌 대표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흔들었던 4월 8일 울산 아파트 화재 사고. 친구와 라면을 끓여 먹고 집안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향초를 켜놓았던 게 재앙의 씨앗이 됐다.

 

창문을 열어놓고 늦은 밤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잠시 집안을 비웠던 18세 고등학생 형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상하기조차 싫었던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집에는 9살 초등학생의 어린 동생이 남겨져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형은 동생을 살리겠다며 아무 방비책도 없이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형제는 결국 현관문으로 걸어 나오지 못했다. 동생을 구하겠다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형이 불길을 피하고자 최후로 선택했던 방법은 발코니 창문 난간대를 붙잡고 버티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기운이 다한 그는 13층 높이에서 추락했다.

 

문득 ‘아파트 발코니에 화재 현장을 탈출할 수 있는 피난 기구가 설치돼 있었다면 형제는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외양간에 소들은 아직도 가득하다. 1년에 40만 채 이상의 공동주택이 우리나라에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 재해 약자를 위한 화재 대피 시설을 공동주택에 의무화해야 한다. 기술이 없고 제품이 없다면 이런 주장도 펼칠 수 없겠지만 이미 시장에는 승강식 피난기와 같은 대피 시설을 제작하는 기업이 여러 곳 있다.

 

승강식 피난기는 재해 약자가 가장 안전하고 신속하게 현장을 탈출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피난 기구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피 시설의 현장 적용을 위해 관련 제도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조례 등을 통해 승강식 피난기와 같은 대피 시설의 도입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관련 규정과 제도가 정비되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안전한 공동주택 문화도 우리가 선도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요즈음 k 방역에 이어 k 방재를 또 하나의 브랜드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있다고 해서 에어백을 포기하지 않듯이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장착돼 있다고 대피 시설을 포기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한정권 (주)디딤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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