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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다 사고가 났다… 구급대원 형사책임?

한국교통연구원 이준 | 기사입력 2020/08/20 [10:00]

구급차로 응급환자를 이송하다 사고가 났다… 구급대원 형사책임?

한국교통연구원 이준 | 입력 : 2020/08/20 [10:00]


지난 3월 18일 119구급차를 운전하다 신호 위반으로 충돌사고를 내 환자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를 받고 제주소방안전본부 소속 구급대원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6월 3일 구급대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선 기소유예가 떨어졌다. 이 사건에는 두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구급차에 탑승한 환자 보호자의 상해와 구급차 주행 중 신호 위반으로 인한 형사 처벌에 관한 문제다.

 

원칙적으로 환자 보호자는 구급차를 뒤따라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호자가 같이 타고자 한다면 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구급차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보호자가 손해를 입으면 구급차 운전자와 환자 보호자 간의 ‘호의’ 관계는 ‘법률’ 관계로 변하게 되고 환자 보호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게 된다.

 

이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사에서는 이와 같은 호의 동승자에게 위험 용인설과 운행 이익설에 기반한 일정 부분의 책임을 부과한다. 동승자 유형별 감액도 적용한다.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호자 탑승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탑승을 강력하게 원하면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을 책임지지 않음을 명확히 고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구급차 운전자의 신호 위반으로 인한 사고 판례에 따르면 구급차가 긴급하게 이송하는 과정에서 신호 위반으로 인한 충돌사고가 발생해 상대 차량 탑승자가 상해를 입거나 구급차에 탑승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구급차 운전자가 준수해야 할 주의의무를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

 

구급차 운전자들은 환자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신속히 이송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 위반을 한다. 하지만 업무적 속성과 업무처리자의 부담감을 무시하고 사고 책임을 전적으로 구급차 운전자에게 전가한다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로 인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형사책임에 대한 면책권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관련 법을 살펴보자

현행 도로교통법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이 가능하도록 도로 중앙이나 좌측 부분의 통행을 허용한다. 신호나 지시 위반도 마찬가지다. 즉 구급차의 업무적 속성을 반영해 신호를 합법적으로 위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이미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적용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서는 긴급자동차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따라서 사고 발생 전에는 ‘합법’ 행위였던 게 사고 발생 이후에는 ‘불법’ 행위로 전환된다. 다시 말해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발생시킨 구급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2항의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는 ‘일방적 가해 차량’이 되고야 만다. 

 

도로교통법 제29조 규정에 따라 긴급자동차는 통행 시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제5조(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나 제13조 제3항(차마의 통행)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제30조(긴급자동차에 대한 특례)에 따라 제17조(자동차 등의 속도 제한), 제22조(앞지르기의 금지), 제23조(끼어들기의 금지)를 적용받지 않는다.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의 주의의무를 부과하면서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제30조는 긴급자동차에 모두 적용되는 포괄적 허용행위다. 이러한 규정은 긴급자동차의 업무 속성으로 인해 다른 차가 준수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모두 지킬 수 없다는 한계를 도로교통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고가 났을 때는 다른 차와 같은 취급을 한다는 건 ‘일만 시키고 책임은 방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은 긴급차량의 통행과 관련해 ‘Move Over Laws’라는 법령을 운영한다. 이 법은 1994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구급대원이 현장출동 중 상해사고를 입은 걸 계기로 1996년 샌프란시스코 주에서 최초로 제정됐다. 이후 유사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미교통국과 연방고속도로청에서 긴급대응인력의 현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2002년 개정을 통해 북미지역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50개 주에서(워싱턴 DC와 하와이 제외) 해당 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각 주법으로 경광등, 사이렌을 울리는 긴급자동차 발견 시 해당 차선에서 벗어나거나 불가능한 경우 적절한 속도 또는 제한된 속도 이하로 감속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은 정지한 긴급자동차를 발견한 때에도 갓길을 비우고 차선을 변경한 후 감속ㆍ주의하며 운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긴급자동차가 통행 중일 땐 발견 즉시 모든 운전자는 긴급자동차가 통과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 주별로 Move Over Laws를 위반한 경우 벌금이 상이하나 최소 100USD에서 최대 1천USD의 벌금을 과금하고 구류나 면허정지 등의 양벌규정을 운영하는 주도 있다. 

 

일본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40조에서 긴급자동차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령과 차별점은 일반 차량의 의무사항만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에 허용된 사항이나 허용행위를 할 때 긴급자동차의 주의의무와 일반 차량의 주의의무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긴급자동차를 우선해 통행시키기 위한 일반 차량의 주의의무만을 정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벌칙규정을 상세히 정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또 긴급자동차가 접근한 경우 일반 차량은 일시 정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호주도 긴급차량 발견 시 일반차량은 정지하거나 속도를 줄여야 할 의무가 있고 긴급차량의 주행경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긴급차량 주행경로에서 벗어나는 걸 실패하거나 감속 또는 정지에 실패한 경우 주별로 벌과금이 부과된다. 

 

요약하자면 국외의 경우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을 위해 허용된 행위(과속주행, 신호 위반, 차로 위반 등)가 발생시키는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차량을 발견했을 때 운전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체제로 법령이 정비돼 있다.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속하게 이송하기 위해선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이 보장돼야 한다.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 보장을 위한 필수조치는 긴급자동차 주행 경로 내의 모든 차 운전자가 긴급자동차 우선 통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지위는 허용하되 대책은 없는 대한민국 도로교통법

도로교통법 제29조 제5항에서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긴급자동차가 접근한 경우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교차로 통과나 반대차선에서 주행하는 긴급차량 접근에 대한 조치 등은 정하지 않고 있다.

 

긴급자동차의 ‘무법자’로서의 지위를 허용해 도로상에 등장시키고 다른 차의 운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급차 운전자도 사고가 발생하면 억울하기만 하다. 신호를 위반해도 되고, 과속을 해도 된다고 해서 무조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선이라 믿고 열심히 일했는데 사고가 발생하면 위반을 한 건 잘못한 일이니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한다.

 

억울하지 않겠는가? 각종 위반행위를 하는 운전자가 등장하면 도로교통의 위험도도 높아진다. 따라서 긴급자동차의 위반행위를 허용했다면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차가 지켜야 하는 새로운 규칙을 면밀히 정할 필요가 있다. 다른 차 운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우리도 구급대원을 보호할 수 없을까?

국외의 경우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차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의무준수 사항’이 존재한다. 따라서 긴급자동차 운전자 일방의 잘못이나 불법으로 인한 업무상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최소한 구급차 운전자가 전적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구급차 운전자의 개인적 위법행위가 있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해법은 있다.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을 위해 도로교통법 제29조를 개정함으로써 다른 차 운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더욱 상세히 정하면 된다. 또 제30조 긴급자동차에 적용되는 특례조항을 긴급한 용도로 주행할 때 긴급자동차에 허용된 행위 전체로 바꾸면 가능해진다.

 

긴급자동차 이외의 차에 준수의무를 강화하면 긴급자동차 주행에 따른 사고를 경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긴급자동차 운전자도 안전하게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된다. 

 

한국교통연구원_ 이준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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