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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신뢰성 흔들리는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제도… 왜?

타제품 시험성적서로 인정? 불명확 한 지침이 문제 키워
해명 나선 D 사 “일방적 추측 보단 사실관계부터 따져야”
국토부 “문제 확인 시 엄정 대처” 관련 지침도 보완키로

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9/10 [09:37]

[집중취재] 신뢰성 흔들리는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제도… 왜?

타제품 시험성적서로 인정? 불명확 한 지침이 문제 키워
해명 나선 D 사 “일방적 추측 보단 사실관계부터 따져야”
국토부 “문제 확인 시 엄정 대처” 관련 지침도 보완키로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0/09/10 [09:37]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승강식 피난기는 탈출형 대피시설이다, 아파트 대피시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능 기준에 따라 내화성능을 갖춘 출입문 또는 덮개를 달아야 한다. 문제는 설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보니 기준이 제멋대로 해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시장에서는 분쟁까지 발생되고 있다. © FPN

 

[FPN 신희섭 기자] =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 등에 관한 지침’의 모호한 운영방식이 관련 시장의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 뒤늦게 문제점을 인지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과정상 문제가 확인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파트 대피시설은 ‘건축법’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중앙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피공간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이 있다고 인정하는 구조 또는 시설을 말한다.


대피공간은 화재 시 화염을 피하고 외부 구조를 위한 대기 장소로 사용되며 법으로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아파트에 이 같은 대피공간을 갖추지 않고도 건축법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게 바로 대피시설이다. 대피시설은 국토부가 규정한 ‘아파트 대피시설 성능 인정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인정이 부여된다.


지난 2015년 2월 제정된 이 지침에는 성능기준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대피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중앙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인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파트 대피시설로 인정받은 설비는 ‘레스큐 레일’, ‘화재 피난형 계단ㆍ화재 피난구’, ‘세이브 라인’, ‘승강식 피난기’ 등 총 8개다.


대피시설은 체류형과 탈출형으로 분류된다. 체류형 대피시설은 거주자가 대피를 위해 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이다. 탈출형 대피시설은 건축물 외부에 설치해 지상 또는 피난 안전구역, 피난층으로 대피할 수 있게 하는 시설이다.


대피시설 인정 신청이 접수될 경우 국토부는 신청자의 요건을 비롯해 설명서와 설계도면이 담긴 설계도서, 품질시험성적서, 품질관리계획서, 내구성ㆍ안전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검토의견 등을 확인 한다.


또 국토부 장관은 중앙건축위원회 위원 중 5인 이상 10인 미만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청자가 접수한 내용의 적정성 평가 진행을 요구할 수 있다.


불거진 엉터리 심의 논란… 원인은?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논란은 소방관련법에 따라 승인받은 ‘승강식 피난기’가 아파트 대피시설로 추가 인정을 받으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승강식 피난기 개발에 성공한 D 사는 이 설비를 아파트 대피시설로 인정받기 위해 지난해 7월 국토부에 신청했다. 이후 10개월이 지난 올해 5월 27일 아파트 대피시설로 최종 인정받았다.


그런데 D 사가 심의 과정에서 제출한 덮개 부분의 시험성적서가 논란이 됐다. D 사가 승강식 피난기 인정에 앞서 아파트 대피시설로 먼저 심의를 거친 피난사다리(하향식 피난구)의 시험성적서를 재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피시설은 화재 시 사용되는 설비로 반드시 안전성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인증 절차를 꼼꼼히 살피고 따져야 하는 게 바로 심의위원회의 역할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물론 시험성적서 등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심의위원회에서도 타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사실에 대해 누구하나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D 사가 의도적으로 타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승강식 피난기의 덮개 시험성적서로 꾸며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피난사다리로 아파트 대피시설에 대한 인정을 획득한 경험이 있는 업체가 이유 없이 같은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진 않았을 거란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인증에 소요된 기간도 구설수에 올랐다. 대피시설 지침에는 대피시설의 인정 절차와 처리기간을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1회 연장할 수 있고 업체에서 제출한 서류가 누락되거나 부실할 경우 보완 요청이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10개월 간 불합격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가 인정이 부여됐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일각의 주장이다.


해명 나선 D 사 “일방적 추측 지양해 달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D 사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 모두 일방적인 추측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일축했다.


D 사 측은 “우리가 제출한 덮개의 시험성적서는 지침에서 규정하는 필수 내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문제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아파트 대피시설의 성능기준에 따르면 탈출형 대피시설의 출입문 또는 덮개 등은 비차열 1시간 이상의 내화성능을 갖춰야 한다. 탈출형 아파트 대피시설로 인정받은 승강식 피난기를 단순히 제품으로 인정받은 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혼합돼 있는 시설로 인정받았다는 게 D 사 측 주장이다.


D 사 관계자는 “승강식 피난기가 있는 공간의 출입문은 비차열 1시간 이상의 성능을 갖는 갑종방화문을 설치토록 설계도서상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며 “출입문이 있기 때문에 덮개는 필수 내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 보유한 피난사다리(하향식 피난구)의 층간 내화 덮개를 승강식 피난기에 그대로 적용한 건 대피시설 성능기준과 상관없이 자사 시설을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강화시킨 안전 옵션”이라며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D 사는 승강식 피난기를 아파트 외벽에 노대를 이용해 설치하는 방식과 실외기실(발코니)에 설치하는 방식 등 두 가지로 인정받았다. 모두 방화문을 설치해야만 아파트 대피시설로 인정받는 구조다. 방화문 없이 설치할 경우에는 아파트 대피시설로 인정받지 못한다.


인정이 확정될 때까지 소요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D 사는 “인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국토부 내부 조직이 두 번이나 개편됐다”며 “이로 인해 담당 부서와 담당관이 계속 변경됐고 이천 물류센터 화재까지 겹치면서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5월 아파트 대피시설 8호로 인정받은 D 사의 승강식 피난기 © FPN

 

국토부, 문제 확인 시 엄중 조치… 지침도 보완키로


시험성적서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최근 D 사 측에 승강식 피난기의 내화시험 성적서를 추가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현행 법규상 승강식 피난기는 내화 성능 규격이나 기준 자체가 없다. 공식적인 시험이 불가능한 셈이다. D 사는 이 같은 내용을 국토부 측에 전달했고 필요 시 임의 시험한 성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런 요구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있다. 지침 운영에 대한 미숙함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관련 업계는 국토부의 대피시설 지침 운영에 구멍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논란을 부추긴 출입문과 덮개 등을 규정하고 있는 대피시설 성능기준이 시각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사안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도 이유로 삼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피시설 지침이 제멋대로 해석되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분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부도 관련 지침의 보완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지침의 세분화와 명확화를 통해 관련 논란의 재발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과 제도 등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며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완점이 생기고 제ㆍ개정을 통해 완성해 가는 것으로 아파트 대피시설 지침 역시 그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강식 피난기의 아파트 대피시설 인정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우려가 관련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문제가 발견되면 단호하게 처분할 계획”이라며 “이번과 같은 문제가 또 나타날 우려는 있지만 문제의 최소화를 위해 판정 기준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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