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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색구조

중앙119구조본부 심재철 | 기사입력 2020/09/22 [15:50]

도시탐색구조

중앙119구조본부 심재철 | 입력 : 2020/09/22 [15:50]

우리가 어떤 학문을 배울 때 보통 학문의 발생 배경이나 정의 등 순차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교수과정을 배우게 된다. 그래야 이해가 쉽고 그 학문을 응용할 수도 있다. 즉 해당 학문이 생긴 이유와 목적을 먼저 알아야 올바른 상황에 정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도시탐색구조’라는 분야를 체계적이고도 순차적인 커리큘럼으로 접할 수 있었다. 2016년 중앙119구조본부(이하 중구본)는 ‘UN 도시탐색구조자문단(UN International Search and Rescue Advisory Group, 이하 UN INSARAG)으로부터 재등급 분류를 받아야 했다.

 

이때 가이드라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UN INSARAG 가이드라인에는 해외긴급구호 출동부터 복귀까지 우리 해외긴급구호대가 해야 할 업무를 총망라한 내용이 수록돼 있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탐색구조기법은 그 일부분에 해당한다.  

 

▲ 중국 INSARAG 재등급분류(IER) 평가 간 평가관으로 활동 모습(2019년 10월)


‘도시탐색구조’란 

우리는 우선 왜 ‘도시탐색구조’라는 분야가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사실 ‘도시탐색구조(Urban Search and Rescue)’란 단어를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제일 고민이 되는 건 ‘직역’과 ‘의역’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직역하자니 그 의미가 우리 문화나 정서에 맞지 않고 의역하자니 영문 그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왜곡하는 것 같아 아주 까다롭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중하게 번역 작업에 임해야 하는 이유는 한번 정해지거나 공표된 단어를 수정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탐색구조’는 원래의 뜻을 다 품지 못한 단어다. 그래서 뭔가 아쉽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필자가 처음 이 단어를 번역해야 했다면 역시 도시탐색구조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것 같다. 

 

Urban이란 단어는 원래 ‘시가지의, 도시의’란 뜻이다. 영영사전의 뜻에는 ‘belonging to, relating to a town or city’라고 나와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Urban이라는 단어는 ‘재난국가나 지역 중 도심지(인구밀집지역)’를 뜻한다. 그 지역 내에 존재하는 건물이나 시설물이 붕괴했을 때 혹은 다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명구조를 위해 사용되는 모든 구조기법이 ‘Search and Rescue’라 하면 도시탐색구조의 원래 뜻과 제일 유사하지 않을까? 

 

도시탐색구조(Urban Search and Rescue)는 재난 국가나 지역 내에 있는 도심지, 외곽지에서 발생한 모든 형태의 재난을 극복하는 구조기법을 총망라한다. 굳이 의역하자면 ‘재난지역 탐색구조’라 해야 맞다. 재난이 꼭 도심지에 국한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재난지역이라고 해석하면 큰 무리가 없을 거다. 

 

우리나라 ‘도시탐색구조’… 어디까지 왔나?

2011년에 최초로 ‘HEAVY(최상위)’ 등급을 획득한 중구본은 2016년에도 같은 등급을 받고자 노력했다.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통해 복합적인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 했다. 일상 훈련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일선에서 활약하는 구조대원 대상 ‘도시탐색 기본ㆍ심화 과정’을 개설해 도시탐색 구조 역량의 저변을 넓혔다.

 

중구본은 1999년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 재난 구호 활동을 계기로 현재까지 전 세계 재난현장에 14회 파견됐다. 이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같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결과 도시탐색구조 시 붕괴한 건물ㆍ벽면을 지지하거나 건물 안으로 진입할 때 외벽이나 천장을 뚫는 천공, 붕괴 잔해물을 인양하거나 이동시키는 구조기법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복합적으로 로프나 수난 구조기법 등을 활용하며 지속해서 그 영역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난지역에 발생한 쓰나미로 건물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고 그 건물 내에 존재하는 생존자가 있다면 다양한 구조기법을 고려해야 한다. 생존자의 수와 상태, 건물 출입문 위치, 외벽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수중탐색과 진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한 후 구조계획을 수립하고 그 과정에서 건물지지, 천공, 인양 등의 구조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 수평지지 후 벽체 안정화하는 모습

▲ 이중 지주를 설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VS 다른 국가의 ‘도시탐색구조’

▲ 텍사스 A&M 대학교 연구실

물론 현재 우리의 도시탐색구조기법과 인력ㆍ장비 운용은 매우 훌륭하다. 수정과 개선은 현재 상태에서 더 나은 상태로 바꾸거나 혹은 도달하기 위한 단계이므로 문제점을 도출한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우리가 흔히 붕괴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목재는 사실 국내 사고 대응에 적절한 자재가 아니다. 해외 재난사고 발생 시 붕괴건물 대응은 대부분 목재로 한다. 흔히 우리가 아는 쇼어링(지지) 시스템은 대부분 목재로 만들게 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기성 제품인 공압 지지대는 항공기 적재 시 매우 비효율적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무겁다. 게다가 1~2세트의 공압 지지대는 해외 현장에서 거의 1회용이다.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둘째 목재는 전 세계 어디서든 수급ㆍ공급이 가능하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목재의 특성을 잘 알고 파악하면 최대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가공된 목재라도 어느 목재든 그 안에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 수분이 목재의 강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목재가 여름에 났는지 봄에 났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수분은 목재 응집력에 많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수분이 적은 목재는 하중을 견디다 갑자기 뚝 부러지지만 수분을 적당히 지닌 목재는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목재의 결 방향으로 서서히 붕괴한다.

 

이때 나는 소리가 바로 ‘전조증상’이다. 이러한 전조증상이 발생하면 모든 대원은 작업을 멈추고 건물의 높이 혹은 그 이상만큼 이격해 대피한다. 이런 장점이 있어 해외 현장에서는 목재를 사용한다. 

 

▲ 좌측 압축 기계에 임시 지지를 놓고 최대 하중 지지 능력을 실험하고 있다.

그럼 국내 붕괴 현장에서 목재로 하중을 지지하는 게 맞을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붕괴한 건물에 진입하기 전 하중물을 예상하고 대략적인 하중물의 무게를 합산해 계산한다.

 

도시탐색구조 교육 과정에서는 주거 건축물이 붕괴했다면 그 안에 침대나 식탁, 소파, TV, 기타 집기 등을 예상한 계산법을, 상업용 건축물이 붕괴했다면 그 용도에 따라 주로 쓰이는 내용물에 대한 계산법을 가르친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라도 계산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목재가 무한정으로 하중을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목재가 지지할 수 있는 최대 하중 무게보다 실제 존재하는 하중물의 무게가 적어야 안전한 지지시스템이 구축된다. 

 

우리는 사용 목재가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지하는지 연구하고 실험하는 기관이 없어 이를 알 길이 없다. 바로 이게 문제다. 미국은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이를 연구해 데이터를 구축한다. 생산 국가와 생산 계절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미국의 도시탐색구조에 쓰이는 목재를 연구하고 이를 소방조직에 제공한다.

 

미국 내 최대규모이자 민간이 운영하는 군ㆍ경찰ㆍ소방 훈련 기관인 TEEX에 문의하니 텍사스 A&M 대학교와 TEEX가 MOU를 체결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했다. 관ㆍ민 조직이 하나의 목적을 두고 협력해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UN INSARAG HEAVY 등급을 획득한 국가다. 반드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안은 없을까?

필자가 알기론 각 시ㆍ도 소방본부에 이미 기성 제품 공압 지지대를 구비하고 있다. 바로 이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압 지지대를 만든 회사는 수만 번의 실험을 통해 구축된 데이터를 지지대 겉면에 표시해 준다. 즉 개별 공압 지지대와 이를 합친 공압 지지대의 최대 지지 하중 무게를 알 수 있다. 값비싼 기성 제품을 구비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첫째는 정확한 데이터다. 가감 없이 최대 지지 하중 무게를 알 수 있다. 어마어마한 강점이다. 둘째는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목재처럼 다시 회수해 재단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필자는 국내 붕괴사고 대응 시에는 공압 지지대나 구조용 파이프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격이 비싸 많은 양을 보유하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지만 각 지지대의 하중 능력을 안다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조 활동의 일부인 ‘도시탐색구조’

전체적인 해외 긴급 구호 과정을 체험해볼 기회가 없던 일선 구조대원에게 도시탐색구조는 마치 ‘숲’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나무’에 불과하다. 그저 일련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단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해외 재난현장에서 붕괴한 건물에 묻힌 요구조자를 검색하기 위해선 우선 건축 전문가와 위험물질(HAZMAT)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만약 건축 전문가가 건축물 상태를 진단한 후 구조대원 진입이 불가하다고 판단하면 말 그대로 진입하면 안 된다. 또 화학사고 전문가가 유해가스 누출을 확인하고 진입 불가를 선언하면 구조 활동을 할 수 없다.

 

우리가 늘 강조하던 ‘구조대원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차원에서다. 진입을 허가할 경우 현장 주변에 가스 측정기나 여진 경보기, 붕괴경보기를 설치한 후 구조대상자의 생존 여부나 위치, 대략적인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 음향탐지기, 매몰자 영상 탐지기 등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구조대장은 현장 활동 전 현장에 여진이 오거나 건물이 붕괴할 때를 대비해 비상 신호(사이렌, 호각)를 구축하고 ‘비상탈출계획’을 수립해 대원들에게 숙지시킨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도시탐색구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절차는 매우 중요한데도 늘 소외당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번 양보해도 빠질 내용이 없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대원들도 공감할 거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로프나 수난, 화학사고 대응절차는 굉장히 잘 지켜지는 반면 유독 도시탐색구조 대응절차는 무시되는 경향이 다분하다고 느끼곤 한다. 이는 우리 대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우리에게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소방에 화학사고 등 특수재난ㆍ위험물질(HAZMAT) 대응 전문가는 여럿 있고 그들의 전문성은 이미 검증됐다. 그럼 건축 전문가는? 없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기본교재에 건축물의 특성에 대한 이해과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필자도 번역하면서 용어를 이해하는 데 엄청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건축물에 가해지는 힘의 유형(인장력, 압축력, 횡력, 전단력)과 건축물에 사용된 물질(나무, 강철, 콘크리트, 강화 콘크리트, 벽돌)의 특성 그리고 건축물의 형태ㆍ특성 등에 관해 설명하지만 사실상 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걸 이해하면 진짜 건축 전문가다. 

 

우리는 직업 특성상 늘 미지의 현장을 접하게 된다. 평소에 지ㆍ수리와 소방대상물 조사를 아무리 철저히 했다 해도 그 건물 구조 자체를 다 외울 순 없다. 게다가 짙은 연기와 열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든다. 건물 내부 구조도 모르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사명감만으로 극복할 순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늘 접하는 화재 현장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근래 지은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가 주요 골재다. 사실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거나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아니고서야 화재 열에 의해 와르르 무너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적조(벽돌) 건물은 말이 다르다. 아직도 서울 시내에 조적조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조적조 건물은 매우 오래된 건물이다. 벽돌과 벽돌을 이어주는 시멘트도 그간의 세월로 인해 근근이 소명을 다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 중 누군가가 이를 알아채고 화재진압 작전에 반영해야 한다. 소방은 건축이나 토목 관련 학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더블 레이커(2단지지 시스템)를 구축하고 있다.

▲ 콘크리트 중량물을 로프로 견인하고 있다.




 

 

 

 

 

 

현장평가 … ‘도시탐색구조’의 핵심

우리는 전체적인 일련의 과정을 보지 않고 하중 지지나 건축물 천공, 낙하물 인양 등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을 계기로 도시탐색구조 교육 내용 중 ‘현장평가’ 부분이 지금보다 더 강조되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건축물 전문가를 도시탐색구조팀에 편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ㆍ도 지자체가 충분히 협의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도시탐색구조 활동 과정 중 건축물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십분 협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우리 중구본 도시탐색구조 교관들이 교육마다 얼마나 고생하는지 늘 봐왔다. 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좀 더 나은 현장과 훈련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예전에 도시탐색구조라는 분야는 중구본만의 전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만큼 혜택을 받은 것도 맞다. 그걸 인정하기 때문에 중구본 도시탐색 교관들은 더욱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그걸 옆에서 봐왔기에 대한민국 구조대원의 도시탐색구조 능력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믿는다. 

 

중앙119구조본부_ 심재철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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