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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방 장비는 우리 장비보다 좋을까?" - Ⅰ

미국 소방대와 우리나라 소방대 보유 SCBA 비교

서울 노원소방서 이덕 | 기사입력 2020/11/20 [10:00]

"미국 소방 장비는 우리 장비보다 좋을까?" - Ⅰ

미국 소방대와 우리나라 소방대 보유 SCBA 비교

서울 노원소방서 이덕 | 입력 : 2020/11/20 [10:00]

필자는 FEMP를 통해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원(Oklahoma State University)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곳에서 ICS(Incident Command System)와 교육설계, 재난관리(Fire Emergency Managemnet) 등을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걸 인연으로 좋은 선배들과 미국소방대 등 여러 훈련에 참여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다수지만 개중에 아는 분들은 “미국(외국) 장비가 우리 것보다 좋지?”라는 질문을 하시는데 과연 그럴까?


개인보호장비(PPE)를 비교해보면서 답을 대신해 보려고 한다. 다만 하드웨어적 요소(장비)만을 살펴보기보단 지휘관급 이상의(하나의 I.C1) 에서부터 국가재난시스템까지)교육과정에서 학습한 내용, 미국 소방대원과 경험한 절차ㆍ제도, 소방관 문화, 개선이나 바라는 점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내용도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다.

 

▲ 필자가 참여한 Live fire 훈련 등

 

가야할 길이 멀지만 희망이 보인다

외국의 소방대원들과 함께 훈련해 본 경험상 Volunteer들이 많은 유럽이나 미국소방대들보다 아니 커리어(career, 직업 소방관)들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손재주(매듭 등)나 용기는 드높다 할 수 있다. 특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악조건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현장 활동을 한 우리 선배들의 노고는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교하자면 미국은 Safety(안전에 관한 행동원칙이나 이중 안전장치 등)에 관해 굉장히 민감하고(Sensitive) 오래전부터 이러한 시스템과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장비 등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제도와 교육ㆍ훈련프로그램, 프로모션(승진ㆍ대우), 인력관리 등의 개선이 더 필요하다.

 

하드웨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적 요소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급격히 변동하며 주의 깊은 노력이 필요한 현장 상황에서 지휘관의 순간적인 판단이나 소방대원들의 개인적인 역량은 각기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진화된 훈련기법과 지휘작전 등으로 전반적인 조직의 역량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약속되고 훈련된 시스템적인 틀 안에서 문제(재난ㆍ사고관리)가 해결된다기보다 지휘관과 현장대원에 이르는 각 조직의 구성원들 개개인의 경험적인 상황판단이나 개인역량에 맡겨져 처리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훈련프로그램이나 교안을 계획ㆍ설계해 상황ㆍ지역ㆍ특성별로 체계화시키는 능력은 미국은 물론 대만2)보다도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약속된 프로토콜 안에서 판단 기준점이 되는 한계치(Max)나 허용 가능한 범위 내의 기준을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재난 상황에 맞춰 근거를 찾은 후 접근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예전처럼 계속 ‘불나방’ 같은 파이팅(어원 그대로의 ‘fighting’이다)을 해야 할지 모른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최근 이러한 변화의 노력들이 피부로 느껴지고 좀 더 체계화ㆍ과학화ㆍ시스템화된 지휘훈련체계와 훈련기법, 교육프로그램 등의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소방의 미래는 밝다.

 

미국의 장비 구매 방식

장비 비교에 앞서 먼저 미국의 장비 구매 방식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장비 구매시스템은 우리와 같이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 일률적으로 배정해주는 게 아니다. 서 별로 소방서장이 예산을 계획하고 승인받은 후 이를 바탕으로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소방서별로 장비 브랜드가 달라질 수 있다. 담당하는 지역의 특성이나 수요에 따라 장비 품목, 구매 목록도 달라질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각 소방서 구조대에서 구매하는 ‘구조장비 보강 및 유지관리’ 품목의 장비 구매가 이와 비슷할 거다.

 

재밌는 건 장비를 구매할 때 제작사나 메이커 회사를 직접 만나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에이전시(agency)를 거쳐 장비를 구매한다는 점이다. 에이전시를 통해 문의하고 그 물건의 견적서를 받아 판단해 구매하는 형식이다. 제품의 하자나 고장이 있을 시 이러한 에이전시에 연락하면 직접 문제를 해결해준다.

 

예를 들어 출동 중 사용하는 유압장비가 고장 나 수리를 받아야 하는 경우 그 장비를 에이전시가 받아 수리까지 책임진다. 그사이 쓸 물품을 빌려준다든지 새 제품을 에이전시가 제공한다.

 

한 미국소방서 서장님께 들은 얘기에 따르면 연결된 C 사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1박 2일이나 2박 3일의 일정으로 미국 서장들을 호텔에 초대한다. 장비나 소방 관련 최신 트랜드 등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열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소방서장들은 친목이나 여러 관련 정보를 서로 나누는데 모든 경비는 일체 에이전시가 부담한다.3)

 

우리나라 같으면 김영란 교수님이 격노하시는 일로 용서받지 못할 거다. 우리나라 정서와는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소방서별로 장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 [그림 1] (왼쪽부터)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의 SCA 680WH와 Scott 사 Air-Pak X3(4.5)

 

우리의 심장이자 폐인 공기호흡기

자 이제 주제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개인보호장비(PPE) 중 우리의 심장이자 폐인 공기호흡기세트(Self-Contailed Breeathing Apparatus, 이하 ‘SCBA’)를 살펴보자.


Scott 사(현재는 3M Scott)의 Air-Pak X3(4.5)4)와 현재 서울소방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의 SCA 680WH를 비교해 봤다. 실제적인 비교를 위해서 가장 최신 버전보단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SCA 680WH로 선정했다. 미국소방대에서도 실제 대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로 비교했다(SCA 10이나 하니웰의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도 있겠지만). 취재한 소방서에서는 Air-Pak X3(4.5)를 사용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각자의 SCBA를 나란히 세워 두고 정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SCA 680WH가 잘 세워지지 않고 자꾸 쓰러졌다. 화재현장에서 공기를 다 소모한 후 용기를 교체하기 위해 밖에 나와 잠시 쉴 때 패대기쳐 있는 내 공기호흡기세트가 연상됐다. 그때마다 SCBA를 보면 만신창이인 나를 보는 것만 같아 기분이 별로였는데 말이다.

 

바닥의 상태에 따라 무게중심이 잘 잡히지 않아 잘 세우려면 ‘달고나 뽑기’하는 레벨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결국 몇 차례 시도한 끝에 뽑기에 성공은 했지만….


미국의 현장 활동 우선순위 중에는 인명의 안전(Life Safety)과 사고의 안전화(Incident Stabilization), 재산의 보존(Property conservation)이 있다. 이 내용은 우리 소방학교 전술교재에도 똑같이 나온다(그대로 번역한 듯). 최근 ‘소방관 혜택(firefighter benefit)’이라는 이름으로 소방관들을 위한 작업 중 휴식이나 근무교대 등 현장대원들에 대한 혜택을 현장 활동의 우선순위에 포함해 강조하는 미국의 교본들이 있다.

 

우리의 표준교재나 지휘훈련체계 등에는 혜택의 개념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진 않지만 이런 목적과 취지의 내용은 많이 언급돼 있다. 쓰러지지 않은 SCBA도 큰 틀에서 보면 하드웨어적인 소방관들을 위한 혜택이 될 수 있다. 차근히 언급하겠지만 전체적인 개인보호장비(PPE)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장비는 이런 하드웨어적으로 디테일한 ‘소방관 혜택’이 부족하다.

 

쓰러지지 않는 SCBA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탈착 시 오염된 토양이나 물에 젖은 바닥에 닿는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오염된 물질이 주로 우리 손이 자주 닿는 하네스(harness)나 용기 등에 묻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이러한 세부적인 사항들도 위에서 말한 안전규정(safety)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마 육안 검사하기에도(Visually inspect the harness for tears, excessive wear, etc) 쉬울 거다.

 

 

▲ [그림 3] (위) 우리나라 소방과 (아래) 미국소방대의 PPE full set 착용

 

실제 출동할 때처럼 부수 장비를 다 갖추고 전면과 좌측, 후면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외관([그림 1] 참고)상으로 보기엔 우리 SCBA가 조금 더 뭉툭하고 더 커 보이지만 일단 착용해 보면 무게감이 다르다. 여러 부수적인 장비(랜턴, pass 등)를 제외하고 면체와 SCBA 세트만을 착용해 무게의 차이를 느껴봤다.

 

크기는 Air-Pak X3(4.5)보다 더 굵어 보이지만 무게감은 Air-Pak X3(4.5)이 더 무겁다. 무게감의 차이가 벽돌 두세 개 정도를 더 얹고 가는 느낌이다. Air-Pak X3(4.5)의 제품설명서를 참고해 보면 ‘무게의 밸런스를 잡았다’고 명시돼 있다.

 

소방관의 업무 특성상 많을 수밖에 없는 동작들(예를 들어 쪼그려 앉거나 기어 다니는 동작 등)을 차례대로 테스트해 봤는데 각각의 다른 상황에서도 무게의 균형감이나 편안함은 우리나라 게 훨씬 좋았다. 익숙함에 따른 걸 수도 있어 미국소방관과 같이 해봤지만 미국소방관들도 우리 것이 훨씬 가볍게 느껴지고 활동성이나 기동성이 좋다고 말했다(‘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거 차면 난 슈퍼맨이다’ 등의 코멘트를 했다).

 

이런 요소들은 소방관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사용능률을 향상시킨다. 부상 위험 또한 줄일 수 있다(방폭과 같은 성능을 논외로 하고). 개인적으로 이건 마치 기동성이 우위인 몽골의 기마병과 중세 유럽 철갑기병과의 차이로 느껴졌다. 몽골의 기마병이 중세 유럽의 철갑기병들을 기동성 등을 살려 격파시킨 것처럼 말이다. 체격 등 신체적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런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체격이 좋다 해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무게의 경량화는 소방대원의 피로도를 줄이고 사용능률을 향상할 뿐 아니라 부상 위험 또한 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은 서구인들보다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동남아시아나 중동국가 등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SCBA만 다루고 있으나 무전기와 방화복 등 미국의 장비들이 대체로 다 무겁고 크다).

 

미국인들이 하드웨어적으로 굉장히 크고 단단한 걸 선호하는 취향이 있는데 우린 우리만의 장점으로 기동성 있고 편리한 소방장비를 특화하는 것도 좋은 피드백을 얻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다.


우리나라는 대량 생산해 상대적으로 값싸고 질 좋은 가성비 좋은 제품들을 잘 제조하는 국가 아닌가? 다만 미국 소방 또는 안전의 역사에서 나오는 경험들을 무시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전(Safety)과 관련된 섬세함(detail)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와 연결된 그 섬세한 부분들은 철저히 세분화돼 있고 연구와 증빙, 실패를 교훈삼아 계속 수정ㆍ발전해 나가는 모습들을 이런 장비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의미 있는 세밀한 차이들을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을 거다.


제품브로셔(Brochure)상으로는 두 제품의 무게를 정확히 비교할 수 없었다. 총 중량이 9㎏ 이하로만 표시돼 있었다. 보조마스크와 밸브, 공기 무게는 제외한 중량이다. 제품브로셔상에 이렇게 표기된 이유는 소방장비표준규격(KFS0019)에서 ‘공기호흡기의 총 질량은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45분용은 9㎏, 60분용은 11㎏, 75분용 이상은 18㎏ 이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제로 매고 다니는 SCBA의 무게는 알 수가 없었다.

 


1) Incident Command의 줄임 말로 사고현장 지휘조직의 기본이 되는 구성단위

2)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ICS 등의 관련 분야에 대만 출신의 저명한 교수와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3) 미국은 로비 활동(Lobbying)이 합법이며 로비를 절대적 ‘악’의 개념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4) 미국은 학문적 데이터를 근간으로 NFPA 규정들을 개정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장비 등의 규격, 사양, 기능 등이 또한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NFPA-1981(2018 Edition) compliant처럼 이 공기호흡기세트는 NFPA-1981(2018 개정판)을 준수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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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소방서_ 이덕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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