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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안전 불사조 소방… 이젠 동정에서 동경으로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 기사입력 2020/11/25 [09:41]

[시사 칼럼] 안전 불사조 소방… 이젠 동정에서 동경으로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 입력 : 2020/11/25 [09:41]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11월 9일은 119를 상징하는 ‘소방의 날’이다. 올해로 58번째 ‘소방의 날’을 맞이한 전국 15만 소방가족과 의용소방대원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그동안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깊은 감사와 위로를 드린다.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 동안 어느 한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안전’일 거다. 왜냐면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사회는 국가 발전도 국민 행복도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가치가 먹고 살거나 더 잘사는 데 그치지만 ‘안전’은 죽고 사는 생사의 문제다. 그만큼 ‘안전’은 우리 사회 존망의 근본이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 근간으로 그것을 지키고 보호하는 마지막 버팀목인 ‘소방’과 병존하고 양립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같은 의미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김훈 작가가 소방의 날 헌정한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는 한 줄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방의 역사는 불을 발견한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돼 오늘에 이르렀을 거다. 우리나라는 1426년(세종 8) 2월 금화도감(禁火都監)이 설치된 이후 1481년(성종 12) 3월 수성금화사(修城禁火司)로 격상돼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법제화됐다. 1895년 5월 3일 소방(消防)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됐으며 1958년 3월 11일 ‘소방법’이 제정됐다. 이후 ‘소방방재청’, ‘국민안전처’를 거쳐 지금의 ’소방청‘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게 장구하고 유구한 역사의 소산(所産)이다. 

 

지난 11월 6일 중앙소방학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참가인원은 대폭 축소됐지만 그 열기와 다짐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컸다고 한다. 아마도 47년간의 숙원이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원년 기념행사이기에 더더욱 공감한다. 더 큰 기대감과 더 무거운 책임감, 더 헌신적인 봉사자로 국민에게 다가갈 다짐과 결속의 장이 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방의 날’은 안타깝게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기념일(紀念日)에 들지 못한다. 다만 ‘소방기본법’ 제7조에 근거해 매년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정부 주관 기념일은 아니지만 법에 정해진 소방주관 법정기념일인 셈이다. 아쉽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싶다.

 

1999년 11월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된 제37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최초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후 39, 45, 46, 50, 51, 55, 58주년까지 역대 다섯 명의 대통령이 총 8회에 걸쳐 참석해 소방에 대한 관심을 가져 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환자 이송 업무를 전담하고 화재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을 격려했다. 또 국가 단위 총력대응 시스템 강화를 통해 소방이 명실상부한 ‘육상재난대응총괄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임무를 잘 수행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올해 소방은 1만4천여 명의 소방공무원을 충원한다. 충원이 완료되면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1186명에서 926명으로 22% 줄게 되고 현장출동인력 부족률도 37%에서 19%로 낮아지게 된다. 소방관 혼자서 근무하는 이른바 나 홀로 119지역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거다. 인명구조실적도 대폭 상승하고 구급차 3인 탑승률도 높아지는 등 그야말로 꿈에만 그리던 소방공무원 6만명 시대가 눈앞에 열리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소방장비 노후율도 거의 0% 상태에 이른 상태며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인 2천200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방소방예산도 5조5771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돈독해졌고 소방청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지휘권과 강력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소방조직의 양적 팽창은 소방품질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작금의 소방여건과 재난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따라서 대응 방안도 더욱 진화돼야 한다. 도심의 스카이라인(Sky line)이 하루가 다르게 변할 정도로 건축물은 수직 고층화되고 도시 생명선(Life Lines)은 지하 심층화되며 취약시설의 도심 밀집화와 국소 집적화에 이어 재난 규모의 대형화, 재난양상의 다양화, 재난구조의 복합화, 무엇보다도 시설물의 노후화 등은 소방당국이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이며 험로다. 

 

설상가상으로 건축물간 이격거리(離隔距離)가 완화된 ‘도시형 생활주택’ 급증과 1층을 비우고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필로티(Piloti) 구조의 양산, 건축물 외장재의 드라이비트(EIFS) 공법 사용, 알루미늄 복합패널(ACP) 사용, 진압 작전이 무시된 무분별한 조경공사 시행, 건축공사장의 용접ㆍ용단 작업 감독권 이원화 등 안전 무시 풍조와 안전의식 해이, 안전지식 결여 등 우리 사회에는 총체적 안전 불감증도 상존한다. 

 

더 이상 열악한 근무 여건과 재정 궁핍을 핑계로 국민에게 동정을 사거나 측은지심에 기대어 읍소(泣訴)해선 안된다. 사명의 무게에 당당하고 책임의 질곡에 의연하며 환경의 풍랑에 담대하고, 현장의 위험에 슬기롭게 분투할 때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를 연단하고 연찬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헌신적인 희생정신 그리고 소방기술 역량으로 무장해야 한다. 

 

특히 안전약자 보호와 대책 수립에 조직역량을 집중하고 문제점 보완과 제도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거다. 가슴속에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안전 불사조(不死鳥) 소방으로 거듭나 동정(同情)받는 소방에서 동경(憧憬)받는 소방으로 웅비하길 바란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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