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첫 소방청 국정감사, 서면질의 어떤 내용 담겼나‘현장 활동과 암’ 연관성에 소방청 “연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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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지난달 13일 열린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이 요구한 서면질의 답변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제21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 서면질의엔 소방지휘관 계급상향과 고위직 여성 확대, 회복차량 시스템 보완 등 소방공무원 조직과 복지에 관한 다양한 요구가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국산 헬기와 소방선박 도입 등 장비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19로 많은 시민이 사용하는 손소독제 폭발 화재 예방을 위해 용기 겉면에 안내표기를 하고 소방차 긴급출동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국회에 제출된 소방청 서면질의 답변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현장 활동과 암’ 연관성 묻자 소방청 “연관 있다”
소방청은 암 발생과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과의 연관성이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서울 성북갑) 의원 질의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소방청은 “폐암과 혈액암 등과 같은 암은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며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소방공무원 10명 중 6명은 건강이상에도 계속 업무를 보고 있다”며 “특수건강진단 결과 2/3가 건강이상자로 파악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했다. 이에 소방청은 “소방업무 특성상 유해물질 노출과 긴급출동, 불규칙한 근무형태 등이 누적되면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공문서 유출 유도 소방공무원 제대로 조사해야”
공문서를 온라인에 유포하도록 유도한 소방공무원에 대해 적절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한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 이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본부장 이형철)의 한 소방공무원이 동향보고서를 SNS에 유출했다.
이형철 본부장은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동향보고서를 유포한 직원 2명을 확인했고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직원 10여 명이 호기심에 공유했다”고 했다. 개인 신상이 담긴 공문서를 외부로 유출한 소방공무원 행위에 질타가 이어지자 경기소방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련자 2명을 직위해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은 서면질의를 통해 “동향보고서 유출을 유도한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소방청은 “개인이 핸드폰을 이용해 동향보고서를 유출한 사건으로 포렌식 복원 등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같은 사건 발생 시 즉시 감찰조사를 진행, 유출확대를 차단하고 경찰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징계처벌을 강화해 유사사례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어 공문서를 유출한 소방공무원에 대한 내부 징계 과정과 양형기준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소방청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문서 유출행위의 경우 비위 정도와 고의성 여부, 과실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징계 양정기준에 의해 징계처분하고 있다”며 “성 비위나 음주운전, 갑질비위 등 징계의 감경이 제한되는 중점관리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현장에 없는 회복차량… 출동 시스템 보완해야”
소방청은 지난 10월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당시 소방공무원이 길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을) 지적에 “앞으로 회복차량이 동원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양기대 의원은 “울산 화재 당시 밤새 진화작업을 한 소방공무원들이 건물 옆에서 쪽잠을 잤다. 이 소식을 듣곤 가슴이 아팠다”며 “소방청은 현장 대원의 쉼터 제공을 위해 회복차량을 도입했는데 이날은 회복차량을 볼 수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소방청은 “화재가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고 화재진압에 총력 대응하다 보니 출동하지 못했다”며 “일정상황이 발생하면 회복차량이 동원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회복차량은 소수 대원만 활용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어 텐트 등 다각적인 휴게시설 마련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소방차 긴급출동 교통신호 제어시스템 확대해야”
소방차 긴급출동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은 “충북소방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방차 긴급출동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ㆍ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차 긴급출동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은 화재 현장에 7분 이내로 도착하는 ‘골든타임’을 위해 소방차가 교차로에 진입하면 신호를 초록불로 바꿔주는 걸 말한다.
소방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도 “소방차 우선신호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경찰, 지자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소방청은 “내년에 경기도 군포시 전 구간에 우선신호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자체별 교통량과 시스템 필요성 등 출동 여건을 분석해 정확한 수요를 파악하고 전국 확대를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소방에 국산 헬기 단 1대… 구매 적극 검토해야”
소방에서 국산 헬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 제주을)의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소방청은 국산 헬기 구매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소방에서 운용하는 국산 헬기는 1대로 제주소방안전본부가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소방청은 “소방헬기는 수요기관의 업무특성, 운영환경, 안전성, 가용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심의 절차를 거쳐 시ㆍ도 소방본부에서 구매하고 있다”며 “지난 6월 경남소방에서 1대, 10월 중앙119구조본부에서 2대를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어 “입찰 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찰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내수 진작과 국내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국산 헬기 구매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위직 여성 소방공무원 2.2%… 비율 늘려야”
약 2%에 불과한 고위직 여성 소방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서울 강동을)은 “소방정(4급) 이상인 소방공무원 412명 가운데 여성은 2.2%인 9명에 불과했다”며 “특히 모두 소방정으로 소방준감(3급) 이상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고위직 여성 소방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며 “이 자체로 조직문화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방청은 “여성은 남성보다 입직연도가 늦고 채용인원이 적어 그동안 고위직 비율이 낮았으나 최근 여성 소방공무원 신규채용과 승진 인원 증가로 향후 고위직 진출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여성 소방정 계급은 18년 4명, 19년 6명, 20년 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소방정 이상 승진임용 시 균형인사 측면에서 여성의 비율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장 직급 상향 조정해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장(이하 본부장)의 직급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경기 의정부을)은 “소방준감인 본부장의 직급을 소방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철 의원에 따르면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의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는 약 1078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고 화재 등을 포함한 소방활동 역시 시ㆍ도 본부 중 3위(약 24만7천여 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타 본부장(소방감)과 1계급 차이가 나고 서울과 부산, 경기도 본부장(소방정감)과는 2계급까지 차이 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재난 현장에서의 본부장 지휘권 확립 문제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 재난 상황이 발생해 긴급구조통제단이 구성되면 소방본부장이 지휘권을 갖는다”며 “경찰과 군을 통솔해야 하는데 이들의 직급은 각각 2급(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장, 치안감)과 1급(사단장, 소장)이어서 지휘하는 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기도 내에 본부장과 같은 직급만 9명이다. 이는 본부장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본부장의 계급을 하루빨리 소방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소방청은 “본부장의 직급이 고양소방서장과 동일하고 유관기관장의 직급보다 낮아 재난 현장에서의 지휘권 확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원님 지적에 공감한다”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개선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선박화재 대응 위해 울산항에 소방선박 도입해야”
울산항에 소방선박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군)은 “울산은 대한민국에서 석유화학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액체물류항”이라며 “대형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소방선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범수 의원에 따르면 울산항은 지난해 전국 항만 중 석유와 석유정제품, 석유가스, 케미칼 등 액체화물을 가장 많이 처리했다. 울산은 위험물질이 많이 오가기 때문에 재난 발생 가능성 또한 크다는 게 서 의원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선박에서 폭발이 일어나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소방청은 “관련 부처와 협조해 내년부터 국가항만에 소방선박을 단계적으로 도입, 대형 선박화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위험 높은 손소독제 용기에 안내표기 의무화해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많은 시민이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가운데 용기 겉면에 안내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갑)은 “손소독제는 에탄올 함량이 높아 위험물로 규정된다”며 “손소독제 화재와 사고 예방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고 소방청에 물었다.
이에 소방청은 “에탄올 함량이 높은 손소독제는 ‘위험물관리법’에 따라 제4류 위험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행법상 용기 외부에 위험성을 알리는 표지를 부착할 의무가 있다”며 “위험물의 품명, 위험등급, 화학명 등 소방청 고시에서 정한 사항을 표시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답했다.
이어 “현행법에 관련 규제는 정비돼 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제조업체에 경고표지 부착의무를 다시 강조하고 위반한 사람에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관창고의 안전관리 실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손소독제 위험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활동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