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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70억원 투입하는 산불 비상소화장치 어떻게 추진되나

사업 진행 중인 강원도 강릉ㆍ속초ㆍ고성 현장 20여 곳 가보니
소방관서 진땀 빼는 노력에도 시공 상태 일부서 미비점 보여
소화전 연결 호스관 꺾인 채 시공, 비밀번호 자물쇠 걸어놔
지역마다 다른 소화장치함 내부 형상에 필수 구성품 없기도
강원소방 “소화장치 설치 현장 순회해 시공 상태 확인하겠다”
성공적 사업 위한 소방 의지에도 애로점 커 ‘주민 협조 절실’
[영상] FPN이 직접 둘러 본 산림인접마을 소화장치 설치 현장

최영, 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0/12/24 [17:03]

[현장취재] 70억원 투입하는 산불 비상소화장치 어떻게 추진되나

사업 진행 중인 강원도 강릉ㆍ속초ㆍ고성 현장 20여 곳 가보니
소방관서 진땀 빼는 노력에도 시공 상태 일부서 미비점 보여
소화전 연결 호스관 꺾인 채 시공, 비밀번호 자물쇠 걸어놔
지역마다 다른 소화장치함 내부 형상에 필수 구성품 없기도
강원소방 “소화장치 설치 현장 순회해 시공 상태 확인하겠다”
성공적 사업 위한 소방 의지에도 애로점 커 ‘주민 협조 절실’
[영상] FPN이 직접 둘러 본 산림인접마을 소화장치 설치 현장

최영,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0/12/24 [17:03]

▲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도 산불 당시의 모습  © FPN


[FPN 최누리 기자] = 지난해 4월 4일부터 6일까지 강원도 고성과 속초, 강릉, 동해 등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천 ㏊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1291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났다. 553동의 주택과 농업ㆍ축산ㆍ산림시설 195곳 등 4461건의 사유시설이 피해를 입는 등 강원도 주민의 생업과 직결되는 시설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성과 속초, 강릉, 동해에서는 658세대 1524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등 피해복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5월 1일에도 고성군 토성면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며 산림 123㏊와 주택 등 6개 동이 전소됐다. 주민 329명 등 2200여 명이 긴급히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또 한 번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강원 지역의 대형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해안 6개 지역 주민이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할 수 있도록 산림인접마을에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 70억원의 예산으로 강원도 일대에는 700대에 이르는 비상소화장치가 내년 3월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사상 최초로 국가와 지자체가 각각 35억원씩 공동 투입하는 사업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 사업에 따라 설치된 강원도 고성의 비상소화장치

 

산불로 골머리를 앓는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비상소화장치를 통한 산불안전대책의 성과에 따라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준비 중이다.

 

소방청은 이 사업이 강원도에서 발생하는 산불에 대한 지역 주민의 초기 대응력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시작하는 비상소화장치 설치 결과를 토대로 향후에는 전국적으로 1만1124개 지역에 이르는 산림인접지역에 대한 지원 사업 확대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 일대를 <FPN/소방방재신문>이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돌아본 결과 사업을 추진하는 소방관서는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소화장치의 설치 장소 선정과 촉박한 사업 일정 등에 따른 어려움 속에도 애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올해 년도 뒤늦은 추경 예산 확정으로 사업 시행까지 늦어지면서 성큼 다가온 겨울 탓에 공사 과정상 나타나는 애로 등 사업의 원활한 추진 역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내년 산불 위험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방관서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강릉과 고성, 속초 일대에 비상소화장치 설치가 계획된 장소 20여 곳을 직접 돌아본 결과 설치 현장 곳곳에선 크고 작은 미비점이 확인됐다. <FPN/소방방재신문>이 비상소화장치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을 짚어봤다.

 

■예산 70억원 투입하는 ‘비상소화장치’ 설치사업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 설치사업’에는 정부 35억원과 강원도 17.5억원, 시ㆍ군 17.5억원 등 총 70억원이 투입된다. 마을 주변에서 발생하는 산불 초기에 주민이 대응 가능토록 해 피해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대형산불 위험성을 소방력만으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비상소화장치를 갖춰 산림 인접 마을의 자체적인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게 소방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제3회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 설치사업’ 예산을 승인했다.

 

소방청과 강원도는 비상소화장치 1대당 1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내년 3월까지 동해안 6개 지역에 비상소화장치 7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후 주민 교육과 함께 명예관리자를 지정ㆍ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비상소화장치는 강릉 211, 동해 46, 속초 40, 삼척 61, 고성 207, 양양 135대가 설치된다. 

 

비상소화장치는 비상소화장치함 내부에 소방호스와 호스릴, 드럼, 관창, 연결카플링, 앵글밸브 등이 일체형으로 구성된다. 전통시장이나 골목길, 산불 우려 지역 등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전과 연결된 소방호스를 펼쳐 신속히 불을 끌 수 있는 설비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목격자나 지역 주민이 스스로 불길을 초기에 잡을 수 있어 대형화재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을 얻는다. 

 

실제 지난해 4월 동해안 대형산불 당시 고성 홍와솔 마을 주민들은 자체 설치한 비상소화장치를 활용해 산불을 방어했다. 그 결과 주택 23채 중 19채가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 설치 현장 가보니… 아리송한 시공 상태

강릉과 속초, 고성 등 일대에 설치되는 비상소화장치를 살펴보니 국가와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시공 상태가 엉성한 곳이 많았다.

 

어떤 현장은 소화전과 연결된 호스관이 꺾인 채로 시공돼 있었고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걸어둬 시민이 신속하게 사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곳도 있었다.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 설치공사 시방서(이하 시방서)에선 ‘소화전에 배관 연결 시 동결되지 않도록 보온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영하권 날씨에도 일부 설치 현장에는 보온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유일하게 고성 현장에만 보온재가 둘러져 있었다.

 

특히 강릉에서 확인한 비상소화장치 대부분은 소화전 연결 호스관이 두 부위 이상 꺾인 상태로 시공돼 있었다. 소화전 연결 호스관이 꺾인 상태로 방치될 경우 실제 사용 시 방수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 소화전 연결 호스관이 꺾인 강릉의 한 비상소화장치 설치 현장이다(왼쪽). 반면 고성은 비상소화장치함과 연결되는 호스의 길이가 적정해 꺽이지 않았고 보온조치도 이뤄져 있었다.  © 최영 기자

 

배수 밸브가 일관성 없이 설치된 곳도 있었다. 일부 현장에는 비상소화장치 내부에 배수 밸브를 수직으로 설치하거나 잔수를 제거하기 유리한 말단 부위가 아닌 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강릉 향교 앞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의 경우 성능 테스트를 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호스릴 내부에 꽤 많은 양의 물이 배수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질 경우 남은 물이 얼어붙었다면 비상소화장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강릉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의 호스릴은 내부에 남아 있던 물을 제대로 배수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영상 뉴스에서 확인 가능)  © 최영 기자

 

소화전에서 이어진 호스관이 비상소화장치 방향의 반대쪽으로 연결되면서 소화전 본연의 역할이 불가능해 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게다가 이런 현장 중 하나는 비상소화장치와 너무 가깝게 시공돼 소방관들이 소화전으로 물을 충수하기 어려워 보였다.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과정에서 부족한 물을 보충하는 게 소화전의 기본 기능이지만 소화전으로부터 비상소화장치의 호스를 연결한 방향의 오류와 너무 짧은 거리 탓에 제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이 현장에선 기자가 실제 소방호스를 연결해보려고 했지만 호스를 체결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 옥외소화전 바깥쪽의 방수구와 호스를 연결한 속초의 이 비상소화장치함은 함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화재 시 충수를 위한 소방호스를 연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 최누리 기자

 

강릉 곳곳에선 비상소화장치에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달아놓고 있었다. 관리자만 열 수 있는 구조의 장금장치를 해놔 주민이 직접 사용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비상소화장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 비상소화장치에 잠금장치를 걸어둔 강릉의 한 설치 현장  © 최누리 기자

 

강원소방 관계자는 이 같은 시공 상태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소화전 연결 호스관이 꺾인 상태로 시공된 점에 대해선 “꺾였다고 해서 기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때문에 현장 시공 상태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배수 밸브의 위치에 대해선 “소화전에서 소방호스까지 분기되는 지점에 배수 밸브를 설치하게 돼 있고 구조에 따라 드레인 밸브가 비상소화장치 내부 등에 설치될 때도 있다”며 “남은 물을 자연압으로 빼긴 힘들어 공기호흡기나 소방차 컴프레셔를 이용해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밀번호 잠금장치와 관련해선 “규정상 비상소화장치를 잠그지 못하지만 영동지역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어 문이 흔들릴 때가 있다”며 “관리자가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방호스 등이 분실되지 않도록 임시로 걸어 놓은 조치다. 완공되면 카라비너 형태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잔수 제거와 소화전 연결 호스관 꺾임, 잠금장치 등의 경우 전 대상을 순회하며 확인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 예산은 똑같은데 지역마다 다른 비상소화장치

비상소화장치 한 대 설치에 배정된 예산은 약 1천만원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비상소화장치 내부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 같은 예산으로 설치되는 제품이지만 수납함과 호스걸이 등이 어디는 있고 어디는 없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차이를 보였다.

 

속초의 경우 옥외소화전 개폐핸들을 보관하는 수납함이 없는 반면 강릉이나 고성의 경우 수납함이 비상소화장치에 있는 구조였다. 일반 접이식 소방호스를 걸어 놓기 위한 호스걸이는 속초에만 없었다. 

 

▲ 강릉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 내부에는 개폐핸들 수납장과 호스걸이가 구성돼 있었지만 속초의 비상소화장치들은 개폐핸들 수납장과 호스걸이 자체가 없는 상태였다. 동일한 예산이 투입되는 비상소화장치함이지만 구조적인 차이가 있는 셈이다.  © 최누리 기자

 

비상소화장치 시방서에 따라 반드시 갖춰야 할 ‘수벽노즐(부채꼴 모양의 수벽을 형성해 화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즐)’은 속초와 강릉 모두 비치돼 있지 않았고 유일하게 고성의 비상소화장치에만 구비돼 있었다.

 

▲ 시방서에 따라 반드시 갖춰져야 하는 수벽노즐은 고성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 최누리 기자

 

이와 관련해 강원소방 관계자는 “초기 시방서에는 개폐핸들 수납함과 호스걸이 규격이 없어 설치되지 않았고 소방호스 등을 바닥에 놓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현재 시공 규격에 넣어 발주한 뒤 설치하고 있다”며 “개폐핸들 수납함과 호스걸이가 없는 현장은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만 수벽노즐이 갖춰진 이유에 대해선 “수벽노즐은 수입품으로 도난방지를 위해 관할 소방서에서 보관 중”이라고 설명했다.

 

■ 사업 성공 위해 진땀 빼는 소방, 주민 협조 절실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 사업’은 강원 지역 산불로부터 지역 주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처음 시작되는 사업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도 강원도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속초와 강릉, 고성 등 20여 곳을 직접 둘러보는 과정에선 일부 소화장치는 완공되지 않거나 설치 예정인 곳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 설치가 완료된 곳 일부에서 시공상 문제로 보이는 현장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 초기 발견되는 기능상 우려 점과 시공 측면의 미비점을 바로 잡는 건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충북과 경북 등 일부 시ㆍ도에선 강원도 사업을 표본으로 내년부터 비상소화장치 설치사업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의 당초 계획처럼 강원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업이 앞으로 더욱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선 공통된 시방에 따른 정확한 사양이 적용되고 균일하게 시공될 수 있는 감독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방관서 입장에서 겪는 애로도 커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산불로 인해 주택들이 타들어 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막상 필요 시설을 설치할 땐 지역 주민이 “내 집 앞에는 설치하지 말라”며 민원을 넣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 지역 주민을 위해 설치하는 비상소화장치 대부분은 담당 소방관서에서 동네 이장이나 대표 등을 만나 어렵게 설득하며 장소를 선정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소방청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 일대에선 아직 비상소화장치 설치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공 완료 이후에는 주민들로부터 직접 비상소화장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후속 사업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내년 봄 산불 시즌이 다가오기 전까지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지역과 소방청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발전시켜 후속 사업이 더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영,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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