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대 김은식 한국소방시설협회장“자립ㆍ친절ㆍ단합된 협회 만들도록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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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제4대 한국소방시설협회장으로 취임한 김은식 (주)에스엠테크 대표이사는 소방분야에서 40년 넘게 땀을 흘려온 토종 소방인이다.
그간 분야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역할을 자처해 왔다. 소방용품 제조 산업은 물론 소방기술자 배치 기준 개선으로 나타난 현장의 혼란과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제도 도입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늘 선봉에 섰다.
지난달 15일 한국소방시설협회장으로 취임한 김은식 회장은 취임 직후 시ㆍ도회를 순회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과거에도, 회장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는 ‘발로 뛰는 사람’이다.
취임 당시 김은식 회장은 “분리발주가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소방시설업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본격 시행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의 안정화가 곧 시설업의 발전임을 강조한 셈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사당에 있는 한국소방시설협회(이하 협회) 중앙회에서 만난 김 회장은 “분리발주 제도의 전국적인 모니터링과 회원사 의견수렴을 통해 제도 취지를 지키고 현장과의 괴리도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분리발주 제도의 온전한 시행에 더해 산적한 현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소방기술자가 제 몫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재해예방 기술지도 전문기관 설립 등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소방품셈 현실화와 타당성 확보 방안도 마련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협회와 회원 간의 소통 강화를 위해서는 ‘공감과 주장, 존중’ 세 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마음 한뜻으로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김은식 신임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다짐과 소방시설업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 소방시설업 대표 단체의 제4대 회장으로 선출되셨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 총회에서 많은 대의원 지지로 회장에 선출된 후 설레는 기쁨과 책무의 무거움을 함께 느끼고 있다.
임기가 시작되기 전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준비 기간이라 생각하고 임기 동안 공약사항을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인지 길 것 같은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12월 15일 취임 직후부터 매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협회 창립 10주년이 되는 해다. 2020년 모두가 힘을 모아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라는 대역사를 쓰고 새로 맞이한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거라 생각된다.
그동안 다져 온 경영기반 아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기로 유명한 소띠의 해 인만큼 협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해 묵묵히 나아가겠다.
2. 선거 당시 분리발주의 온전한 정착을 공약했다. 시행령의 미비점을 강조하셨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지난해 5월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약 4개월 만에 분리발주가 시행된 셈이다. 협회에선 하위 법령 정비 시 최대한 많은 회원사의 의견을 모으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올해부터 중앙회와 각 시ㆍ도회에서 분리발주 현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입법을 건의할 계획이다. 특히 회원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통해 현장과의 괴리를 좁혀나가겠다.
현재는 공사의 성질상 분리해 도급하는 게 곤란한 경우 분리도급의 예외로 인정하나 구체적인 사항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 제11조의2(소방시설공사 분리도급의 예외)’에 관한 명확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분리발주 취지에 맞게 소방시설업의 전문화에 집중하겠다. 협회는 분리발주 시행으로 소방업체의 직접 시공이 예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투명한 대금 지급과 업체의 성실 시공 보장을 위한 공사대금 원도급 보증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소방시설공사업법에는 소방시설공사 시 수급인이 발주자에게 계약이행을 보증해주거나 발주자가 수급인에게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것과 같은 규정이 없다.
따라서 민간공사의 경우 발주자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수급인이 임의로 공사를 중단하게 되면 발주자와 수급인 간 문제를 해결할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께서 공사원도급 보증제도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협회도 원활한 법 개정을 위해 관련 자료 준비와 타당성 확보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 비록 타 공종에 비해 늦게 분리발주가 시행되지만 제대로 자리잡고 법 개정 시에도 처음 분리발주 법제화 취지에 반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3. 40여 년간 소방분야에 전념해 온 데 이어 활발한 협회 활동을 해왔기에 누구보다 협회를 잘 아실 거라 생각된다. 현안을 어떻게 보나.
그간 경기도회(북) 회장과 시ㆍ도회 회장단 사무총장, 부회장, 세종시 이전을 위한 사옥 건립추진팀장, 경영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협회와 늘 함께 해왔다. 그 경험이 협회를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협회는 시공능력평가를 비롯해 다양한 정부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정부위탁업무 수행과 함께 앞으로 협회가 더욱 발전해나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 경영 컨설팅 등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4. 여러 현안별 구체적 해결 방법을 구상하고 있을 것 같다.
협회의 주요 설립목적인 소방시설업 발전과 회원의 복리 증진을 위한 현안부터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시행에 따른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공사 품질을 높이고 안전한 시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협회에선 전문교육제도 도입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기술자 중에는 현장 경력이 많은 전문가도 있지만 실제 경험 없이 학력이나 자격 취득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 그들이 제 몫을 다하려면 기초교육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더불어 특성화고 소방학과 신설ㆍ개설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소방학과 고등학교 졸업자가 타 공종으로 이탈하지 않고 소방시설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
그리고 재해예방 기술지도 전문기관 설립을 추진함으로써 공사 현장에 일어나는 산업재해를 예방해 안전한 시공이 가능토록 협회에서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사옥건립도 임기 내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19년 협회는 사옥 이전을 위해 세종특별자치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조치원 서북부 지구 업무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사옥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완료했다. 이른 시일 내 준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5. 사옥 이전에 따른 직원의 우려와 애로도 있을 것 같다.
협회가 지금의 위상과 모습을 찾기까지에는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의 힘이 가장 컸다. 그렇기에 임직원의 처우에서 환경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협회에는 부회장과 이사를 포함해 모두 75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이 중 서울 중앙회에서 일하는 직원은 37명에 달한다. 이들이 수도권에 생활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 이전 시 당장 주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시ㆍ도에 분산된 조직 체계의 형상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직원의 땀과 노력이 협회 성장의 근원이기에 그들의 불편함과 애로를 최대한 고려할 계획이다. 어떤 조직이든 직원이 잘해야만 성장하고 수장도 인정받을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이 협회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최선을 다해 그들이 일하고 싶은 협회를 만들어나가겠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직원과의 1:1 미팅을 지속해 소통 창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자 한다.
6. 소방품셈 현실화 문제도 큰 이슈다. 협회의 업무 추진 현황과 계획이 궁금하다.
최근에는 건축물이 고층화, 멀티플렉스화 되면서 화재에 대응하는 소방시설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방공사는 원가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품셈 제도 부재로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해 부실시공과 국민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해 왔다.
표준품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예정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활용하는 원가계산 산정기준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청은 2019년 1월 28일 한국소방시설협회를 ‘소방공사 표준품셈 관리기관’으로 지정했고 협회는 소방청과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발주기관,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방공사 표준품셈 심의위원회와 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소방기계분야, 소방전기분야) 등을 통해 ’소방공사 표준품셈‘을 운영ㆍ관리 중이다.
표준품셈 현실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과제가 남아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재 소방공사 표준품셈에 빠져 있는 표준품셈을 개발하는 일이다.
소방공사 표준품셈은 기존에 준용해오던 타 공종분야(건설, 전기, 정보통신 등)의 표준품셈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이로 인해 현재 누락돼 새롭게 개발이 필요한 품셈이 많이 있다.
실제 현장에서 시공되는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품셈이 부재하면 관련된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되지 못하거나 혹은 임의로 반영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한 표준품셈의 공공성과 신뢰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표준품셈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방시설공사 예정가격 산정 시 활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품셈은 해당 공사원가 산출의 참고자료이기에 발주기관에 적용하도록 하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결국 공공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면 발주기관마다 자체적인 표준품셈을 적용해 소방시설공사비 현실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철저하고 다양한 시공현장 실사와 품량산정, 지자체ㆍ공공발주기관과의 연계와 더불어 적극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표준품셈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7. 협회가 회원과의 소통이 원활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협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보이는데.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공감ㆍ주장ㆍ존중’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공감’은 경청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에 공감하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게 중요하다.
업체 회원 수는 약 6천여 개에 달하며 기술자ㆍ감리원 회원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모두 협회 회원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공통분모를 찾아 협회가 잘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주장’은 솔직한 자기표현이다. 내 생각을 말하지 않고 상대방 마음과 생각이 어떤지 알기를 원한다. 상대 생각을 먼저 알고 내가 유리한 위치에서 서로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발전적인 대화를 끌어낼 수 있다. 그래서 취임 이후부터 시ㆍ도회를 순회하며 시ㆍ도회장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갖고 있다.
자주 만나고 얘기하며 서로가 벽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대면 활동이 아주 조심스럽지만 의견을 나누는 것만큼 좋은 건 없을 것이다.
‘존중’은 배려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소통의 기본이며 아주 중요한 요소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고 상대를 무시하거나 경쟁하려는 태도는 소통에 장애가 되므로 이해심을 갖고 협조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회원 관점에서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입장을 바꿔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8. 협회의 중심 중 하나는 내부 조직이다. 협회 임직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협회가 설립되고 지금까지 정부위탁업무를 비롯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많다.
공약사항은 회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여러분과 함께여야 가능하다. 옛 성어에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말이 있다. ‘거문고의 줄을 풀어 다시 고쳐 매다’라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는 걸 의미한다. 이 같은 자세로 맡은 바 업무에 임한다면 우리 앞에 놓인 막중한 소임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거로 믿는다.
또한 형식보다 실질을, 보고보다 실행을,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노력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9. 끝으로 가장 중요한 협회에 속한 회원사와 회원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없나.
협회 회훈을 ‘보다 먼저!, 보다 친절!, 보다 안전! 우리는 하나!’로 하고 직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자립의 협회! 친절한 협회! 단합된 협회!’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며 발전하는 협회가 되기 위해 임직원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하겠다. 지금껏 협회에 보여주신 관심과 애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부탁드린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