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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던져 아파트 화재 진압한 20대 청년은 왜 대야로 불을 껐나

권 씨 “개폐밸브 움직이지 않아 대야로 물 퍼 날러 진압했다”
전문가들 “옥내소화전 취지 살리려면 호스릴 소화전 활용돼야”

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1/02/08 [17:38]

몸 던져 아파트 화재 진압한 20대 청년은 왜 대야로 불을 껐나

권 씨 “개폐밸브 움직이지 않아 대야로 물 퍼 날러 진압했다”
전문가들 “옥내소화전 취지 살리려면 호스릴 소화전 활용돼야”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1/02/08 [17:38]

▲ 권유호 씨가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가 연결된 개폐밸브를 돌려봤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개폐밸브 3개 중 마지막 개폐밸브가 돌아가면서 물이 나왔지만 소방호스가 연결되지 않아 대야를 이용해 물을 퍼 날라 10분 만에 불을 끌 수 있었다. 오른쪽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복도, 오른쪽 위는 화재 발생 아파트의 옥내소화전, 오른쪽 아래는 권 씨가 물을 퍼 나른 대야.  © 소방방재신문

 

[FPN 최누리 기자] = 아파트에서 발생한 불을 초기에 진압한 20대 청년이 사고 당시 소화전에서 대야로 물을 받아 불을 끌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국민의 자체 화재진압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고양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5시 6분께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던 권유호(21)씨는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이웃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부모님과 주민을 먼저 대피시켰다.

 

화재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평소 공부한 대로 젖은 수건을 이용해 입과 코를 막은 뒤 아파트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으로 불을 끄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옥내소화전 내 수도꼭지 역할을 하는 개폐밸브가 움직이지 않아 소화전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 주변에 퍼진 연기 탓에 자칫 본인마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화재 당시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옥내소화전에는 세 개의 개폐밸브가 설치돼 있었다. 권 씨는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가 연결된 개폐밸브를 돌려봤지만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더는 돌아가지 않았다. 반대 방향으로도 돌려봐도 결과는 같았다.

 

연기가 점차 퍼질 때쯤 권 씨는 두 번째 개폐밸브를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첫 번째 개폐밸브와 달리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급한 권 씨는 호스가 연결되지 않은 마지막 개폐밸브에 손을 뻗었다. 다행히 개폐밸브가 돌아가면서 물이 나왔지만 소방호스가 연결되지 않아 화재 지점까지 직접 물을 옮겨야 했다. 그는 곧바로 집에 있던 대야를 들고 물을 퍼 날라 10분 만에 불을 끌 수 있었다.

 

권 씨는 <FPN/소방방재신문>과의 통화에서 “첫 번째 밸브를 돌렸을 땐 조금 움직이다 무언가 걸린 것처럼 돌아가지 않았고 두 번째는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며 “다행히 마지막 밸브를 돌렸을 땐 구정물이었지만 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불이 난 곳은 29개 동 3천 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위 아파트였다. 만약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면 대형 피해로 번질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밸브 개방이 안 된 소방시설도 문제지만 주민의 소화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우리나라 소화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접이식 소화전의 경우 실제 건축물에 거주하는 사용자가 쓰도록 설치하는 옥내소화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반 옥내소화전의 경우 소방호스 전개와 개폐밸브 개방 등 혼자 모든 과정을 소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강병호 소방기술사는 “지금의 일반 옥내소화전 방식은 호스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등 옥내소화전 관리가 부실하면 신속한 화재진압이 어렵다”며 “최근 지방자치단체 성능위주설계 심의에서 건축 설계도서상 호스릴 소화전 적용을 언급하는 심의위원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공동주택에도 호스릴 소화전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진 대림대학교 교수는 “옥내소화전은 한 사람이 소방호스 전개를, 다른 사람이 개폐밸브 개방을 하는 2인 1조 방식으로 써야 하기에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긴 힘들다”며 “앞으로는 한 사람이 사용 가능한 호스릴 옥내소화전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창범 소방기술사도 “일반 접이식 소화전은 호스 전개 과정에서 꼬이거나 눌리면 물이 이송되지 않기 때문에 2인 이상이 있어야만 원활한 사용이 가능하다”며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에는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호스릴 옥내소화전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밸브의 구경도 일반 소화전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개폐밸브의 곤란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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