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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소방관 개인인식표, 왜 중요한가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8>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2/16 [22:52]

[이건 칼럼] 소방관 개인인식표, 왜 중요한가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8>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2/16 [22:52]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아주 오래 전 기억이 되살아난다. 소방서에서의 고단한 밤을 보내고 실시한 아침 점검에 출동대원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이크로 수차례 방송을 해 보지만 그의 모습은 찾아볼 길이 없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 난 팀장 지시에 따라 어제 저녁 출동했던 화재현장을 다시 방문한다. 수색이 이어지자 소방서에 있어야 할 그가 안타깝게도 그곳에 누워있다.


이 일은 현장대응에만 집중했던 아주 오래된 방식에 변화의 경종을 울렸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다. 출동을 마치고 소방서로 복귀하기 전 한 번만 더 인원을 점검하고 모두가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면 어처구니 없는 순직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장 활동에서는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 확보가 우선이다. 이 조건이 충족됐을 때 비로소 재난 상황에 대응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사건을 안정화시키는 게 순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장지휘관은 물론이고 현장안전점검관의 필수 임무 중 하나는 어느 대원이 현장에 투입돼 활동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출동대원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혹시라도 대원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신속대응팀(Rapid Intervention Team)’이 투입돼 빠른 구조 활동이 가능하다.


또 다른 면에서 보면 현장활동 인원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효율적인 인력 활용을 통해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특히 재난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투입되는 소방관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이 파악되지 않는다면 자칫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Accountability Tags(인식표)’라는 소방대원 개인별 인식표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방화협회(NFPA)’ 기준 1500(미국소방서 산업안전 및 보건기준)과 1561(현장관리시스템 및 지휘안전 기준)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 미국 소방대원 개인별 인식표 샘플   © 출처: firesafetyusa.com

 

모든 대원들은 기본적으로 2개의 인식표를 지급받게 되는데 하나는 출동차량에 보관하고 다른 하나는 건물 등 현장에 진입하기 전 현장안전점검관에게 전달한다. 이를 ‘태그인(Tag In)’이라고 한다.


현장대원의 인식표를 전달받은 안전담당관은 이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모아놓고 몇 명의 대원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 (왼쪽) 한 현장안전점검관이 출동한 대원들의 인식표를 모아 관리하고 있다. (오른쪽) 다양한 형태의 출동대원 인식표 시스템  © 출처: U.S. Air Force photo by Karen Abeyasekere / accountabilitytag.com

 

현장 활동을 마친 대원들은 안전담당관에게 맡겼던 자신의 태그를 찾아 소방서로 복귀하면 된다.

 

개인인식표를 활용하기 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시스템이 모든 상황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인식표의 사용 목적은 소방서별로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소방대원을 추적하는 것이며 이것은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시스템을 단순히 현장에서 진행하는 불필요한 요식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모든 대원이 왜 인원 체크가 중요한지를 깨닫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확고부동한 자세가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 이는 현장활동 매뉴얼에도 반드시 기재되어야 하며 특히 현장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대원일수록 더 강조돼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되고 모든 것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예민한 장비들이 재난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된 경우를 무수히 목도한 바 있다.


디지털 장비가 현장대원의 위치를 파악하는 보조 도구가 될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장대원의 숫자와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현장지휘관이나 현장안전점검관의 역할을 해방시켜 주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대원을 정확히 체크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대원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몸과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도 가능하다.


결국 다양한 디지털 장비가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완벽하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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