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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소음성 난청, 소방관 청각에 ‘빨간불’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1>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3/09 [14:47]

[이건 칼럼] 소음성 난청, 소방관 청각에 ‘빨간불’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1>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3/09 [14:47]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2014년 뉴욕. 193명의 버펄로(Buffalo) 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이 소방차 사이렌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 사유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자신들의 청력손실(Hearing Loss)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다.

 

3년이 넘는 지지부진한 소송이 이어지고 법원은 결국 어느 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사이렌 제조사가 총 380만 달러(우리 돈 약 40억)의 조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해 해당 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1125명과 인근 도시 대원 일부가 1인당 3380달러의 금액만을 지급받았을 뿐이다.

 

이후로도 유사한 소송이 피츠버그와 플로리다, 뉴저지, 시카고,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도 이어지게 된다.

 

한 번 손상된 청력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관의 경우 청력손실은 재난현장에서 위험 신호를 탐지하는 능력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울러 청력손실은 삶의 질을 위협하고 치명적인 수준의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방관은 다양한 소음에 노출돼 있다. 120㏈에 달하는 사이렌이나 다양한 화재경보시스템, 소방차 엔진 펌프, 절단톱, 배기팬, 각종 구조장비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12조에 명시된 ‘강렬한 소음작업’의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강렬한 소음작업’이란 90㏈ 이상의 소음이 일정 시간 이상 발생하는 작업을 말하며 1994년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서 발표한 소방대원 직무별 또는 소음의 원인에 따른 측정치를 보면 소방대원 업무의 상당 부분이 이 기준에 포함되는 걸 알 수 있다.

 

직무/소음 평균 소음 (㏈A) 최대 소음 (㏈A)
소방차 운전 요원 84-88 106-109
진압대원 85-88 105-106
대형 사다리차(Tiller) 75 97
구급대원 78 100
환풍기(Blower) 작업 87-109 110-114
차량 구조장비 작업 90-106 98-115
화재진압 차량(사다리차/탱크차) 89-91 84-98
소방서 장비 테스트실 88-101 92-116
소방서 휴게실 67 68

(자료출처 1994 NIOSH)

 

특히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해당하는 120㏈ 이상의 경우 하루 15분 이상 발생하면 강렬한 소음작업에 해당한다. 참고로 헤드폰을 귀에 꼽고 제일 높은 볼륨으로 듣는 음악 소리가 대략 110㏈, 록 콘서트나 나이트클럽에서의 음악 소리가 120㏈, 전투기 이륙이나 총소리가 대략 140㏈ 정도다.

 

청력손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일시적 청력손실과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됨에 따라 회복량이 감소해 나중에는 결국 청력이 완전히 손실되는 영구적 청력손실로 구분할 수 있다.

 

소방관의 청력손실은 그동안 간과돼 온 건강 문제 중 하나다.

 

2016년 제주도에서 근무했던 한 소방관이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청력손실이 발생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지만 해당 기관은 업무 연관성이 없다며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그동안의 의무기록과 관련 분야 전문가 자문을 통해 장기간 소음에 노출된 것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질병의 요건도 충족한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의 요양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특히 재판에서는 제주지역에서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는 소방관의 평균 연령이 48.5세이며 평균 근속기간은 20.7년으로 소음에 오랜 기간 지속해서 노출된 장기 근속자가 많았다는 내용도 지적됐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유사한 통계치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 규정에 따르면 85㏈ 이상으로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반드시 청각보호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방대원의 청각을 보호하기 위해선 소방서나 센터 단위별로 지속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귀마개와 같은 개인보호장비를 통해 소음의 강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해 발생하는 청력손실은 소방대원들 간의 의사소통 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삶의 질과 임무 수행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소방관이 대한민국 안전의 미래라는 정책적 고려가 항상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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