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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보단 ‘최고’로 안전한 시흥을 만들겠습니다”

[인터뷰] 경기도 첫 여성소방서장 탄생, 한선 시흥소방서장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3/10 [16:26]

“‘최초’보단 ‘최고’로 안전한 시흥을 만들겠습니다”

[인터뷰] 경기도 첫 여성소방서장 탄생, 한선 시흥소방서장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1/03/10 [16:26]

▲ 경기도 첫 여성소방서장 탄생, 한선 경기 시흥소방서장  © 박준호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사회 각 분야에 여성의 활약이 가시화된 지 오래고 올해 최초 여성 소방준감도 배출된 마당에 이젠 오히려 ‘최초’라는 수식어는 낡은 프레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최초’에 대한 관심이 한편으론 편견과 유리천장을 깨 달라는 응원으로 여겨지기도 해 어깨가 무겁습니다”


경기도에서 최초로 여성소방서장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선 시흥소방서장. 그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은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소방에서 처음으로 여성 소방간부후보생을 선발할 당시 당당히 합격해 12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입문했다.


그간 의정부, 광명, 분당, 일산소방서 등 일선 소방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청 등에서 현장과 행정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소방정으로 승진한 뒤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상황실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경기 시흥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흥소방서장으로 부임했다.


“우연한 기회에 여성 소방간부후보생을 처음으로 선발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인생에서의 한 장면이 뇌리를 스쳤고 주저 없이 시험에 응시하게 됐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 시절. 이웃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일이 있었다. 빠르게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안간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고 꺼져가는 생명의 숨이 돌아왔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감동과 함께 생명의 고귀함을 느꼈다.


“‘절박한 순간이 오면 소방관이 구해줄 거란 믿음의 대상이 내가 될 수 있겠구나. 그런 삶을 산다면 참 영광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방간부후보생에 지원했고 바라던 소방관이 됐습니다”


한선 서장이 소방공무원이 됐을 당시 적잖은 어려움도 있었다. 방화복, 안전화 등 복제와 소방장비는 여성용 사이즈를 찾기 어려웠다. 119안전센터의 대기실이나 화장실 등은 성별 특수성을 고려한 환경이 아니었다.


“예전엔 여성으로서 근무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있었죠. 열심히 노력해도 유리천장에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 여성 최초 원미숙 소방서장님 등 기존 선배들이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견뎌 왔기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여성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현장에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소방공무원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소방안전교부세 신설, 지역자원시설세 확충 등 소방재원 확보에 힘썼다.


소방청 소방정책과에서 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소방관의 처우와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뛰었다. 고 강연희 소방경은 지난 2018년 4월 주취자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뒤 심적 고통과 어지럼증, 딸꾹질 등을 겪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고 강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을 인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었다.


소방공무원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고용보험기금 확보로 전국 7개소의 소방직장어린이집 개소 기반도 마련했다. 그 성과의 일환으로 이달 초 강원도에서 소방직장어린이집이 개원했다. 2019년 10월 독도 부근 해상에 추락한 독도헬기 추락사고 유족과 동료 소방관에 대한 ‘독도 사고 심리지원단’을 운영한 인물도 바로 한선 서장이다.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편함을 겪는 소방공무원이 없도록 구석구석 살펴온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관을 뒷받침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소방조직의 존재가치는 현장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사랑 역시 여기서 시작되죠. 다양한 소방정책과 행정은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작점이라고 믿기에 늘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남성의 수가 많은 조직에서 여성으로서가 아닌 한 명의 소방관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스스로를 채찍질해 몇 배로 열심히 일하고 소기의 성과를 얻었지만 결과는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라는 칭찬 정도였다.


“묵묵히 내 소명에 응답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니 성별의 잣대를 벗어나 대한민국 소방관으로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서장이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시흥시는 도내 두 번째로 큰 대단위 산업단지이자 유해화학물질 밀집 지역이다. 최근에는 신도시에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 데다가 해양레저타운이나 건축물 등 소방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방여건이 좋은 지역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최근까지도 경기도 내 손꼽히는 격무 관서로 인식돼 있다.


“현장 활동에 우수한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는 시흥소방서에서 팀별 노하우 전수와 인화단결의 전통을 살리는 정책을 추진해 인근 관서 소방관들이 근무하고 싶은 관서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활기찬 조직문화 형성이 곧 시흥시민에게 최상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초’라는 수식어와 그로 인한 시선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는 한선 서장. “이제 부담이나 아쉬움은 내려놓고 ‘최초’ 경기도ㆍ시흥소방서장이란 타이틀이 경기도에서 ‘최고’로 안전한 시흥시, ‘최고’로 행복한 시흥시민으로 바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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