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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소방학과 느는데… 예고 없이 반토막 난 소방관련학과 경채

2019년 271명이던 소방학과 경채 해마다 감소, 올해 118명
서울, 인천, 경기, 대전 등 채용인원 ‘0명’ 학생들 ‘허탈감’
필기시험 한 달 전 발표된 경채 규모… “공채 준비도 불가”
소방청 “경채 규모 사전 가늠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 커”
소방학과교수협의회 “해마다 줄고 사라지는 경채 개선해야”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3/25 [10:40]

[집중취재] 소방학과 느는데… 예고 없이 반토막 난 소방관련학과 경채

2019년 271명이던 소방학과 경채 해마다 감소, 올해 118명
서울, 인천, 경기, 대전 등 채용인원 ‘0명’ 학생들 ‘허탈감’
필기시험 한 달 전 발표된 경채 규모… “공채 준비도 불가”
소방청 “경채 규모 사전 가늠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 커”
소방학과교수협의회 “해마다 줄고 사라지는 경채 개선해야”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3/25 [10:40]

▲ 지난해 신규 소방공무원 필기시험에 지원한 응시생들이 수험장으로 입장하기 전 발열체크와 함께 손 소독을 하고 있다.  © 소방청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2021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이 진행 중인 가운데 소방관련학과 경채를 한 명도 선발하지 않는 시ㆍ도 소방본부가 전국에 다섯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련학과는 계속 늘고 있지만 경채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필기시험 불과 한 달 전에 이같은 사실이 발표되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인원 수는 공개채용(이하 공채) 2759, 경력채용(이하 경채) 1723명 등 총 4482명이다.


이 중 경채는 구조와 구급, 화재조사, 화학 등 각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소방청에서 인정해주는 자격증을 취득한 자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경채는 공채보다 필기 과목이 적고 일정 계급으로 채용하기도 해 지원 자격이 되는 사람은 공채보다 경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관련학과 경채는 소방청에서 인가한 소방관련학과(대학ㆍ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전공학점(45학점)을 이수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간 공부한 학생을 소방공무원으로 채용함으로써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단 취지로 1992년부터 도입됐다.

 

◇소방관련학과 늘어났지만 경채 수는 되레 감소
우리나라 대학에 소방관련학과가 개설된 건 1987년이다.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중경공업전문대학교(현 우송정보대학)와 경원전문대학(현 가천대학교)에 소방관련학과가 생겼다.


소방청은 매년 1월 대학에서 제출한 교육과정을 검토해 소방관련학과를 인가해주고 있다. 소방청 심의를 통과한 대학의 재학ㆍ졸업생에게만 경채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 소방청이 인가한 소방관련학과 대학은 85곳(학과는 95개)이다. 2019년엔 72곳, 2020년엔 75곳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졸업생은 매년 3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소방관련학과 경채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소방청과 각 시ㆍ도 본부의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공고문에 따르면 2019년 소방관련학과 경채는 271, 2020년 211, 2021년은 118명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 경채 인원수는 반 토막 난 셈이다. 이에 더해 일부 시ㆍ도 본부가 3년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으면서 소방관련학과 경채 제도의 무용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다섯 곳 채용 ‘0’
교수협에 따르면 올해 소방관련학과 채용 인원은 118명이다. 충남이 30명으로 가장 많이 뽑고 전북 17, 전남 15, 경남과 강원이 10명을 채용한다.


반면 서울과 인천, 대전, 경기, 경북은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다. 특히 인천과 경기는 3년 연속 채용 인원이 ‘0’명이다.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채용 제로화’ 현상이 발생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소방관련학과 졸업생은 “서울에 살지만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어 지방에 있는 대학에 굳이 들어갔다”며 “많은 수험생이 수도권에서 근무하길 원하는데 올해 한 명도 뽑질 않는다는 소식에 굉장히 허무했고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공무원이라는 꿈은 포기할 수 없기에 현재 지방에 지원한 상태”라며 “대학 수는 점점 느는데 소방관련학과 채용 수는 줄어드는 이 현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졸업생도 “소방관련학과 경채는 포기한 지 오래다. 이번에 공채로 지원했다”며 “이렇게 줄어들 줄 알았으면 굳이 대학에 진학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기시험 5주 전 발표… “공채 준비하기엔 시간 역부족”

▲ 지난해 한 학교에서 신규 소방공무원 필기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소방관련학과 학생들은 채용 공고 발표일과 필기시험일 사이가 너무 짧다고 지적한다. 공채로 선회하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채 필기 과목은 국어와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인 반면 공채는 필수과목 세 개(국어, 한국사, 영어)에 선택과목(소방학개론, 행정법총론, 소방관계법규, 사회, 과학, 수학) 중 두 개를 택한 총 다섯 과목이다. 경채만을 고려한 수험생이 공채 시험을 보려면 한국사와 영어를 추가로 공부해야 한다.


소방청은 지난달 24일 올해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인원을 발표하면서 필기시험은 4월 3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실질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5주에 불과한 셈이다.


소방관련학과 수험생은 “수도권에서 경채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에 공채 시험공부를 했을 것”이라며 “한 달 동안 공채를 준비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결국 지방 경채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방청은 일찍 공고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경채 채용 인원 수는 그해의 인력 상황을 고려해 부족한 직무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보통 연말에 결정된다”며 “소방공무원 임용권은 시ㆍ도지사에게 있다. 따라서 시ㆍ도 의회 승인이 나와야 하는데 이 절차가 보통 한두 달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부터 창원까지 모든 곳에서 채용 계획을 일사천리로 정하면 발표를 빨리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지금까지 계속 2월에 발표하고 4월에 필기시험을 진행해 왔다. 차라리 필기시험을 조금 늦출 수는 있어도 발표를 앞당기는 건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채용 왜 안 하나… “좀 더 전문적인 사람 원해”
대부분의 시ㆍ도 본부에 따르면 신규 소방공무원을 채용할 때 현재의 인력 상황을 토대로 충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구급이나 화학 등 특정 분야 인력이 퇴직이나 휴직 등으로 부족할 경우 그 직책을 채용하는 구조다.


서울소방본부 인사담당자는 “경채 인력 충원은 해당 부서의 요청을 참고해 본부에서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며 “올해는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이 있어 채용을 못 한 것이지 내년에도 채용을 안 한다, 폐지한다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소방관련학과 채용을 많이 했다. 누적된 채용 인원이 많아 그동안 채용하지 않았다”며 “앞으로의 채용 계획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방관련학과 특채를 부정적으로 보는 지역 소방본부도 존재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우린 화재 진압은 공채에서 채용한 인원으로, 소방특별조사 등의 업무는 경채 인원으로 배치한다”며 “특수한 업무이기 때문에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 때문에 자격증이 있거나 소방 관련 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이승철 교수협회장은 “소방공무원을 하기 위해 수년간 대학에서 소방 전문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채용하는 소방학과 경채가 줄거나 아예 없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직화 이후 올해부턴 소방공무원 채용을 소방청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학과를 통한 진로 결정 등의 필요성을 수험생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소한 학생들이 사전에 채용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예고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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