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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실화재 훈련장에 대한 고민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6>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4/08 [09:27]

[이건 칼럼] 실화재 훈련장에 대한 고민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6>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4/08 [09:27]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방재신문

2015년 경기도소방학교에 건립된 실화재 훈련장은 미국과 독일 그리고 한국의 업체가 참여해서 만든 세 나라의 합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훈련시설로 평가됐다.

 

훈련장을 살펴본 필리핀 소방국장과 베트남 정책담당관, 그리고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서장 등은 훈련시설의 규모와 효용성에 대해 찬사를 보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업무협약이나 합동훈련이 가능한지를 물어볼 정도였다.

 

재난에 강한 소방대원을 양성하기 위해선 실제 현장과 유사한 환경의 훈련시설이 필수다. 아주 오래전에는 폐가 또는 철거가 예정된 건물에서 훈련했으나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위험하다는 조언에 따라 훈련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훈련량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중앙소방학교와 서울소방학교, 경기도소방학교, 강원도소방학교, 광주소방학교, 부산소방학교 등에는 다양한 용도로 마련된 훈련시설들이 있다. 하지만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을 기반으로 설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기준이나 운영지침을 찾아보긴 어렵다.

 

경기도소방학교 실화재 훈련장 시설 전반에 관여했던 한 미국 엔지니어의 말을 빌리면 훈련시설의 수명은 결코 영구적인 게 아니며 통상 10년 정도로 보면 된다고 한다.

 

10년이라는 사이클에 맞춰 시설의 개ㆍ보수 또는 신축 등을 고민해야 하며 다음 10년이 도래하기 이전에 소방수요에 따른 훈련시설 설계, 필요시 추가 부지선정, 예산확보, 그리고 훈련으로 야기되는 각종 문제점, 예를 들면 화재진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기오염 문제라든가, 드론 훈련을 위해 비행금지구역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인허가 절차도 따져봐야 한다.

 

한편 훈련시설의 근본 목적이 현장과 비슷한 수준에서의 체험이므로 실제로 화재를 진압하는 것처럼 강도를 세게 해서 훈련을 할 때 시설이나 장비가 고장 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등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 고장 난 훈련시설과 장비를 고치기 위해선 필요한 훈련시간을 축소해야 함은 물론 수리를 위해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거기에 훈련 장비나 시설이 외국제품일 경우에는 정비를 위한 부품 수급이나 정비인력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부 소방학교에는 고장 난 채 오랜 시간 방치된 훈련시설도 있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많은 업체가 소방서나 소방학교의 요청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훈련시설을 설계해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면 LPG 가스를 연료로 하는 화재진압 훈련시설, 소방검사 요원들의 교육을 위해 일부러 법에 맞지 않게 지은 소방검사 전용 시설, 플래시 오버(flash over)나 백 드래프트(back draft)와 같은 화재 성상을 체험할 수 있는 훈련시설, 선박이나 항공기 화재진압을 위한 시설 등 현재 출시된 훈련시설 종류만 해도 20여 종이 넘으며 비용은 대략 우리 돈 1~2억 정도지만 주문 사양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훈련시설의 다양성과 함께 ‘미국방화협회(NFPA)’에서는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을 위한 실화재ㆍ훈련시설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NFPA 1402번 기준은 ‘소방훈련 및 부속 시설물에 대한 표준(Standard on Facilities for Fire Training and Associated Props)’정보를 담고 있고 NFPA 1403번 기준은 ‘실화재 훈련시설에 관한 표준(Standard on Live Fire Training Evolutions)’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보면 단순히 훈련시설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훈련장 인허가, 안전담당관을 포함한 훈련장 인원 배치, 상황 발생 시 투입돼야 하는 신속대응팀(RIC) 배치, 악천후 발생 시 훈련에 대한 연기 등 조치사항, 개인보호장비(PPE), 통신 시설, 수원 공급, 훈련시설 점검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내년이면 대한민국 소방공무원 7만 명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는 재난 초기 국가의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소방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이 재난대응에 있어서 해경의 무기력함과 무능력함은 곧바로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런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육상재난을 담당하는 소방에서도 현장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훈련시설설계기준과 운영지침이 필요하다. 설계와 운영의 기본이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이 돼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실화재 훈련장이 멋지게 지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가 있다. 그건 바로 이전 칼럼(소방학교 교관 인력, 턱없이 부족하다,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3>)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충분한 교관의 숫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교육생과 교관의 비율을 5:1로 확보해 섬세한 기술 전수는 물론이고 모든 현장 활동의 기본이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임을 소방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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