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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식지 않는 신형 공기호흡기 이슈, 도대체 무슨 일이?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4/09 [00:32]

[집중취재] 식지 않는 신형 공기호흡기 이슈, 도대체 무슨 일이?

최영 기자 | 입력 : 2021/04/09 [00:32]

보완조치 이후 또 양압조정기 수분 발견… 실증실험 나선 소방

대기호흡 상태인데 양압 공기가… 현장 대원들의 또 다른 애로

‘기준상 문제없는 신형 공기호흡기’ 불편함 호소하는 소방관들

애로 많다는 신형 공기호흡기 면체, 직접 쓰고 시험해 봤더니…

양압조정기 동결 문제 근원은 과도하게 유입된 수분, 문젠 뭘까

‘양압조정기 수분 유입 위험은 언제나 상존’ 사용자도 주의해야

제조사 “현장 소방관들 위해 개선의견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

<기자의 눈> 눈코 뜰 새 없던 공기호흡기 취재를 마치며…

 

▲ 신형 면체를 착용한 소방관이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FPN

 

[FPN 최영 기자] = 소방관들의 생명 줄인 공기호흡기의 잇따른 리콜 조치에도 신형 제품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 리콜 조치한 이물질 사태 이후 얼마 전 수분 유입에 따른 양압조정기 동결로 인한 호흡 막힘 현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소방학교에서 처음 발생한 이 일을 계기로 제조사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수분 유입을 줄일 수 있도록 또 한 번의 보완조치를 한 상태다. 결국 전국에 보급된 신형 공기호흡기는 두 번의 보완조치라는 이례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신형 공기호흡기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수분 유입을 막기 위해 제조사가 면체 내 카트리지 교체 등의 구조 변경 조치를 했지만 리콜 완료 제품에서 또다시 다량의 수분이 발생해 양압조정기로 유입됐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달 14일 SNS에 올라온 두 장의 사진으로 촉발됐다. 서울소방 소속 소방공무원이 게시한 이 사진에선 공기호흡기 양압조정기로 유입된 다량의 수분이 확인된다. 이 게시글의 댓글에선 소방관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화재사고 출동 직후 장비 확인 과정에서 수분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소방은 유사 상황 재현을 위한 실증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선 같은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신형 면체에 대한 소방관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급기야 이달 초 소방청 차원에서 관련 T/F를 구성하고 신형 공기호흡기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수분 유입에 따른 동결 문제 발생 이후 진행된 리콜 조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불거진 신형 공기호흡기의 기능 이상 논란과 소방청의 원인 규명 과정을 집중 취재했다. 또 소방관들이 말하는 신형 공기호흡기에 대한 애로를 체감해 보기 위해 직접 공기호흡기 멨다.

 

“보완했는데도 또 수분” 실증실험 해보니…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지난달 14일 SNS에 올라온 제품은 수분 유입에 따른 동결 문제 방지를 위해 한 차례 리콜 조치를 받은 제품이었다. 보완된 공기호흡기 양압조정기에서 또 다량의 수분이 유입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

 

▲ 지난 3월 14일 SNS에 올라온 두 장의 사진에는 양압조정기에 유입된 수분이 확인된다.     ©FPN

이 소식을 접한 서울소방과 소방청 등 관련 기관들은 재현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SNS 사진이 올라온 사흘 뒤인 지난달 17일 서울소방학교에서 진행된 실험에는 서울소방과 소방청, 서울소방학교,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해당 공기호흡기 제조사 등이 참여했다. <FPN/소방방재신문>도 현장 취재에 나섰다.

 

서울소방 소속 현장 진압대원(강남 4, 강서 4)이 두 팀으로 나눠 신형 공기호흡기를 쓴 상태에서 팀 단위 전술훈련을 진행한 후 면체와 연결된 양압조정기로 수분이 유입됐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8명이 착용한 공기호흡기의 양압조정기 모두 수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SNS에 올라온 것처럼 양압조정기 내로 다량의 수분이 유입되진 않은 셈이다. 

 

제조사 측은 이날 실험 현장에서 면체 내에 생성된 수분이 과다할 때 양압조정기로 유입되는 건 국내ㆍ외 모든 제품이 동일하다는 걸 나타내는 재현실험을 보여주기도 했다. 

 

네 가지(국내 2, 해외 2) 공기호흡기 면체를 정면으로 세운 상태에서 안면 렌즈 안쪽으로 주사기를 통해 물을 주입한 뒤 일정량이 유입되면 양압조정기 연결부로 수분이 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 국내ㆍ외 모든 공기호흡기 면체는 구조와 형태에 따른 수분 이동의 한계치가 조금씩 달랐다. 오히려 해당 제조사 면체는 다른 제품들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유입돼야만 양압조정기로 넘어갔다. 

 

이는 면체 내에서 발생한 수분이 과다하면 어떤 제품이든 양압조정기로 물이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흐를 정도의 수분이 면체 내에 체류할 때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 또는 허리를 굽히는 등의 움직임에 따라 양압조정기로 이동될 수 있다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면체 내 다량의 수분이 있을 땐 양압조정기로 물이 넘어가게 되고 날씨가 추울 땐 양압조정기의 동결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서울소방학교에서 진행된 실증실험에서 소방훈련에 사용된 신형 공기호흡기의 양압조정기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  © 최영 기자

 

▲ 신형 면체를 착용한 서울소방 소속 대원들이 양압조정기 유입 테스트를 위해 실제 훈련을 하고 있다.  © 최영 기자


대기호흡 상태서 양압이… 또 다른 문제 제기

 

이날 실증실험에선 양압조정기로 넘어간 수분 이동 현상이 발견되진 않았다. 하지만 훈련에 참여한 소방관들은 신형 공기호흡기의 기능 이상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소방대원의 공기호흡기 면체에서 ‘대기호흡’ 사용 중 양압조정기가 개방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날 제기된 문제의 핵심은 양압조정기가 ‘대기호흡’ 상태에서 갑자기 열리면서 의도치 않은 저장용 공기가 면체 내부로 유입된다는 거였다.

 

▲ 서울소방 현장 대원들이 신형 면체의 기능 이상 현상을 설명하며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최영 기자

 

공기호흡기는 소방관이 등에 메는 고압용기 내 저장 공기만을 면체 내부로 보내주는 ‘양압호흡’과 바깥 공기로 호흡이 가능한 ‘대기호흡’ 모드 등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화재 진압 시 연기와 유독가스가 없는 환경에선 이런 ‘대기호흡’ 모드로 사용하게 되는데 만약 대기호흡 상태에서 불필요하게 양압 공기가 유입되면 공기 소모량은 그만큼 증가한다.

 

예를 들어 화재 현장 진입 전까지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소방대원이 진압 준비를 위해 ‘대기호흡’ 상태일 때 양압 공기가 유입되면 공기가 많이 소모돼 결국 현장 활동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갑작스런 공기 누설은 대원의 심리적 불안감을 높일 수 있어 현장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팀 단위로 작전을 수행하는 소방 전술 특성상 ‘대기호흡’ 모드에서의 필요치 않은 공기 공급은 현장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일부 소방관들의 목소리다. 몇몇 대원은 이날 실험 현장에서 면체의 공기 누설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서울소방과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실험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의 명확한 원인분석을 제조사 측에 요청했다. 제조사는 훈련에 쓰인 공기호흡기 면체와 양압조정기 8대를 수거해 기능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제조사로 간 면체와 양압조정기 “기능엔 문제없어”

 

실증실험 다음 날인 18일 해당 공기호흡기 제조사에 구축된 시험장비로 공기호흡기 양압조정기의 작동성과 면체 기밀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됐다. 소방학교에서 진행된 실증실험에서 소방관들이 제기한 기능 이상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기호흡기 제조를 위해 준용하는 기준상(KFI 형식승인 기준, 소방청 고시) 공급밸브(양압조정기)의 작동성 시험과 면체의 기밀성 시험, 양압조정기의 FBO(First Breathing Open) 초기 호흡 작동압력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는 테스트였다.

 

현행 공기호흡기 기술기준에선 면체의 양압은 200ℓ의 양으로 흡기 시 1분 동안 변화 폭이 5㎜ H₂O 이내여야 한다. 또 기밀성 시험에선 저압부에 150㎜ H₂O 공기압을 5분간 가하며 누기 여부를 확인한다. 실험결과 8대의 면체와 양압조정기는 소방관련법(형식승인 기준)에 따른 기준치를 모두 충족했다. 관련법에 따른 기준상 문제가 없다는 결과다.

 

▲ 현장 대원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제조사가 수거한 신형 면체와 양압조정기의 실험을 실시한 결과 제품 관련 기술기준과 품질 관리 수준에는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최영 기자

 

FBO의 호흡 작동압력도 제조사 측이 준용하는 설계값 범위에 모두 들어왔다. FBO의 작동압력은 국내ㆍ외 기준이 별도로 없고 공기호흡기를 제조하는 각 업체만의 기술이 반영된다. 

 

실제 8대의 양압조정기 모두 업체가 준용하는 시험방법에 따른 설계값의 범주 내에 들어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기준이나 업체의 자체 품질 관리 수준에서 확보하는 적정성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날 실험에는 정작 문제를 제기한 서울소방은 참석을 요청받고도 함께하지 않았다. 소방청 관계자도 없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FPN/소방방재신문> 기자들만 실험을 참관했다. 

 

기준상 문제없는데… 소방관들 애로는 뭘까

 

▲ 신형 공기호흡기 이상 현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 위해 찾은 강남소방서 현장 대원들이 공기호흡기를 챙기고 있다.  © 최영 기자


신형 공기호흡기 면체와 양압조정기의 구조ㆍ성능 등은 현재 우리나라 소방용 공기호흡기 표준으로 적용되는 형식승인 기준상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호흡량과 내구성, 관련 기능 요건까지 관련 기준에서 제시하는 수준은 모두 만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소방관들은 이 공기호흡기 신형 면체를 두고 많은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소방학교에서 진행된 실증실험과 제조사에서 진행된 성능시험 직후인 19일 <FPN/소방방재신문>은 수분 발생 문제가 제기된 강남소방서를 직접 찾았다. 

 

먼저 그들의 얘기부터 들어봤다. 신형 면체를 두 번 써본 뒤 이제 구형 면체만 쓰고 있다는 A 대원은 “지난해 10월 처음 신형 면체를 썼을 때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양압 공기가 들어오는 걸 느껴 선배들께 물었지만 제가 착용을 잘못해 기밀이 잘 안 된다고들 했다. 그래서 그냥 신형을 사용하지 않고 구형 면체를 써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3월 신형 면체를 쓰게 된 상황에서 체력 소모량이 많지 않은 현장에 출동했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대기호흡 상태로 장비를 정리하는데 양압조정기가 열려 공기가 들어왔다”며 “숨을 헐떡이지 않는 일반 호흡 상태에서 이런 현상(양압 작동)을 경험한 뒤 다시 구형 면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B 대원은 “신형 면체는 대기호흡 상태에서 배기가 잘 안 되는 게 느껴진다. 날숨이 힘들어 숨을 들이마신 후 내뱉을 때 힘을 줘서 내보내야 한다”며 “구형과 신형 면체를 동일하게 다섯 번 숨을 쉬어 보면 수분이 생성되는 차이도 크다”고 했다.

 

또 그는 “소방학교에서 생긴 동결 문제도 수분이 과도하게 생기는 데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배기가 원활하지 않으니 수분 역시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소방대원은 신형 면체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에 대한 문제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C 대원은 “공기호흡기 저장 공기의 누기나 불필요 시 공급되는 문제는 곧 활동 시간을 줄이게 된다”며 “공기를 다 쓰면 용기를 바꾸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은 팀 단위로 움직이고 공기사용 편차를 어느 정도 감안해 용기를 교체하게 되는데 이 주기가 짧아지면 현장 활동 시 버텨야 하는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현장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걱정했다.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는 45분짜리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장 활동 과정에선 일반 호흡보다 더 많은 공기를 쓰기 때문에 보통 30분 정도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예상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채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되면 구조나 진압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C 대원은 “현장에서 대기호흡 상태로 장비를 들고 움직이다 양압이 작동하면 공기는 새게 되고 결국 혼자 멈춘 뒤 공기차단 버튼을 눌러야 한다”며 “이렇게 빠져나간 공기 탓에 활동 시간이 줄면 소방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야 이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어떻게든 현장에서 버틸 수 있고 일부 불편함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구조하고 재산 피해를 줄여줘야 하는 시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애로 있다는 신형 면체, 직접 써보니…

 

제조사에 따르면 신형 면체는 그간 구형 면체에서 제기된 현장 대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기능과 형태를 개선했다. 즉 구형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우선 230° 시야각을 가진 와이드 아이피스 장착으로 구형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안면 렌즈가 적용됐다. 헬멧을 썼을 때 통증을 유발하지 않도록 머리 쪽 끈을 없애고 아라미드 재질의 그물식 상단 끈을 적용했다. 또 김 서림 방지 필름을 내부 압착 방식으로 부착하고 항균 필터를 넣어 안전성을 높였다.

 

▲ 공기호흡기 신형 면체에 대한 소방관들의 애로를 체감하기 위해 직접 써보기로 했다.   ©FPN

하지만 일부 소방관들은 제조사가 구현한 다양한 장점들보다 애로점을 더 크게 느끼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높아지자 소방청은 관련 T/F를 만들고 이달 1일 첫 회의를 했다. 이 T/F 운영을 통해 신형 공기호흡기의 애로점을 조사하고 제조사와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개인안전장비로 쓰이는 공기호흡기의 특성상 여러 애로점은 쓰는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도가 다를 수 있다. 개인마다 신체 특성과 호흡량, 동작 습관 등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FPN/소방방재신문>은 소방관들이 말하는 기능 이상 현상을 중심으로 구형과 신형 공기호흡기를 직접 착용하는 실험으로 그 애로를 체감해 보기로 했다.

 

신형 면체 수분 생성량은 정말 다를까 = 현장 대원들이 말하는 신형 면체의 수분 발생 특성부터 실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제자리에서 양압호흡으로 일정 시간을 사용한 후 생성된 수분을 비교해 봤다.

 

신형과 구형 면체를 양압 상태로 동일하게 5분씩 사용한 후 확인했더니 구형 면체에선 수분이 거의 생기지 않았지만 확실히 신형 면체는 구형보다 습기가 많이 차는 게 눈으로 보였다.

 

시간을 더 늘리고 일정 운동량을 더하는 방식으로 다른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엔 공기호흡기와 방화두건,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정 운동을 해봤다.

 

구형과 신형 면체로 각각 양압호흡 상태에서 11분, 대기호흡 3분, 양압호흡 2분 등 총 16분씩 4층 높이의 강남소방서 계단을 오르내린 뒤 면체 내부의 수분 생성량을 비교했다. 

 

사용시간과 운동량까지 더해지자 육안으로도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구형 면체와 비교할 때 신형 면체는 코 고무 내부에 차는 습기의 양이 확실히 많았다. 

 

▲ 서울 강남소방서와 경기 시흥소방서에서 실제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뒤 신형과 구형의 수분 발생 현상을 비교해본 결과 신형 면체에서는 동일한 조건의 실험에서 구형보다 많은 양의 수분이 코 고무 내부에서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최영 기자


특정 제품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기에 기자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시흥소방서를 찾아 또 한 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엔 공기사용량을 약 두 배로 늘리고 운동량도 더했다.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뒤 ‘양압호흡’으로 10분을 걷다가 5분을 달린 뒤 ‘대기호흡’으로 전환한 후 걷기 3분, 뛰기 2분, 다시 양압으로 10분을 걸었다. 이렇게 총 30분 동안 공기호흡기를 사용하니 ‘삐~이익’ 휘슬이 울렸다. 용기 내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울리는 신호다. 화재현장이라면 당장 빠져나가야 하는 순간이다.

 

구형과 신형 면체 모두 동일하게 테스트한 뒤 수분이 얼마나 생성됐는지를 확인했다. 서울 강남소방서에서 테스트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신형 면체 코 고무 내에 생긴 수분은 구형에 비해 많았고 흐를 정도의 양이었다. 더욱 극한 소방활동 상황에 땀까지 많이 나는 신체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코 고무는 물론 코 고무 밖 면체 내에도 흐르는 수분의 차이가 더 클 거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신형 면체는 내뱉는 날숨이 어렵다? = 과연 현장 대원들이 말하는 호흡 시 불편함의 차이도 느껴질까. 이 역시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구형의 경우 양압과 대기압에서 입이나 코로 내뱉은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게 편안했지만 신형은 구형보다 조금 힘들었다. 

 

숨을 못 쉬거나 호흡이 심각할 정도로 어렵진 않았지만 구형과 비교할 때 외기로부터 유입되거나 외기로 배출되는 공기의 양이 적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경기도 시흥소방서에서 30분간 공기호흡기를 메고 걷고 달렸을 때 느낌도 같았다. 

 

특히 양압조정기를 결합한 면체를 ‘대기호흡’ 상태에서 머리끈을 쓰지 않은 채 얼굴에 밀착한 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신형은 입과 코의 공기 흡입만으로 수초 간 면체를 얼굴에 붙이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구형은 아무리 숨을 크게 들이마셔도 붙여 놓을 수 없었다. 이는 면체로 유입되는 대기 공기량이 신형보다 구형이 더 원활하다는 걸 보여준다.

 

▲ 면체를 얼굴에 밀착한 뒤 숨을 들이마실 때 얼굴에 수초간 붙어 있는 신형 면체를 테스트하고 있다.   ©FPN

 

이상하게 민감한 양압조정기 = 현장 대원들이 겪었다는 ‘대기호흡’ 상태에서의 양압 작동 문제도 직접 테스트해봤다. 일반적인 호흡으로는 구형과 신형 면체 모두 양압조정기가 쉽게 열리진 않았다. 그러나 구형과 비교할 때 신형이 조금 더 민감하게 작동된다는 건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신형과 구형 모두 ‘대기호흡’ 상태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 구형 면체는 양압조정기가 잘 열리지 않았지만 신형은 구형보다 쉽게 열린다는 소방관들의 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특성은 경기도 시흥소방서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양압호흡’에서 10분을 걷고 5분을 뛴 뒤 ‘대기호흡’ 상태로 3분을 걷다가 말을 하며 뛰기 시작하자 갑자기 양압조정기가 열렸다. 

 

▲ 신형 공기호흡기 면체를 착용한 뒤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대기호흡 상태 중 양압조정기가 열리자 당황해 하고 있다.  © FPN 

 

호흡이 가빠지고 말까지 하자 실제 ‘대기호흡’ 모드에서 양압조정기가 열린 것이다. 반면 구형의 경우 같은 조건의 시험에서도 ‘대기호흡’ 상태에서 양압조정기가 작동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기호흡에서 양압조정기가 작동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문제로 볼 순 없다. 구형은 물론 타사 공기호흡기 면체도 급격하게 호흡하면 모두 양압이 작동했다. 다만 신형은 그 민감성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신형 양압조정기의 기능 이상 문제는 아니었다. 여러 번의 테스트 과정에서 구형 면체에 신형 양압조정기를 끼운 상태로 호흡해 봤지만 민감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반면 신형 면체에 구형 양압조정기를 체결했을 땐 민감성이 동일하게 느껴졌다. 실제 양압조정기의 구조와 설계값은 동일하다는 게 업체 설명이기도 하다. 

 

신형 면체 이마로 공기가 샌다고? = 현장 대원들의 애로 중 하나는 면체 내 압력 공기의 누설 현상이다. 기자 역시 구형과 신형 제품을 직접 착용해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대원들의 주장을 공감할 수 있었다. 

 

과거 구형 면체는 머리를 조정하는 끈이 총 6개로 이마 상부 고정을 위한 2개의 끈이 더 존재한다. 신형 면체는 위쪽을 두건 형식의 아라미드 그물망으로 구성한 끈이 없는 구조다.

 

▲ 신형(왼쪽) 면체는 스트랩이 4점식, 구형(오른쪽) 면체는 스트랩이 6점식의 구조다.  © FPN


제조사가 헬멧 장착 시 머리 상단의 통증 유발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업그레이드 구조다. 하지만 상단부의 고정력이 구형보다는 떨어져 자칫 잘못 쓰거나 머리카락이 끼이면 공기 누설의 가능성이 구형보다 크다는 게 소방관들의 의견이다.

 

직접 여러 번 착용해 본 결과 신형 면체 구조 특성상 착용 방법이 구형과 다르다는 점도 누기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구형 면체의 경우 6개의 머리끈을 하단에서부터 시작해 중간, 상단 순서로 잡아당겨 착용하지만 신형은 하단을 잡아당길 때 머리 뒤편 그물망 끝부분을 잘 당겨줘야만 밀착성을 높일 수 있었다.

 

또 면체 착용 이후 ‘양압호흡’ 상태에서 내뱉는 날숨의 배출이 구형보다 힘든 특성 탓에 면체 속 압력이 커져 면체가 들썩거리면서 이마 쪽에서 일부 누기가 생기는 현상도 경험했다.

 

슬라이드 방식의 대기양압전환장치 = 신형과 구형 면체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대기양압전환장치의 형상이다. 기존 구형은 병뚜껑을 열듯 돌리는 다이얼 방식이지만 신형은 슬라이드 방식으로 변경됐다. 대기와 양압호흡 상태를 전환하기 위한 이 버튼은 쉽게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슬라이드가 옆으로 이동하면 양압 상태에서 공기가 조금씩 새어나갔다.

 

 ▲ 신형 면체(왼쪽)는 대기양압전환장치가 슬라이드 방식이며 구형 면체는 다이얼 방식이다.   © FPN

실제 화재 현장에서 방화복을 입고 활동하는 소방관들은 방화복을 목 끝까지 올려 착용하기 때문에 이 목깃이나 장비 또는 이물질 등이 낄 때 양압 시 누설될 가능성이 보였다. 

 

물론 다이얼식 구형 면체도 회전 시 면체 내 공기가 누설될 수 있지만 신형의 슬라이드 방식은 살짝 밀리는 것만으로도 누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여러 번의 테스트 과정에선 ‘양압호흡’ 상태에서 슬라이드식 전환장치를 살짝 밀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신형 면체 동결 사태 문제 근원은 수분인데…

 

여러 번의 착용 테스트를 거치면서 구형과 신형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바로 면체 내부에 생성되는 수분의 양이었다. 현장 대원들과 기자 역시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한 이 수분 생성 특성은 구형과 비교할 때 신형 면체의 코 고무 내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기호흡기 면체 속은 코 고무를 기준으로 내부와 바깥으로 나뉜다. 공기호흡기는 이 코 고무 바깥쪽에서 양압 공기가 일정 압력(약 20㎜ H₂O)을 유지하고 있다가 코 고무 속에 있는 사용자의 입 또는 코로 흡입하는 공기량만큼 양압 공기를 투입해 사람이 호흡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공기호흡기의 코 고무 내부에서 발생한 수분은 공기가 배기되는 배출구로 모두 빠져나간다고 인식돼 왔다. 코 고무 속에서 땀이 차거나 수분이 다량 발생하더라도 내뱉는 날숨과 함께 배기구를 통해 배출된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땀이나 수분이 코 고무 내부에서 많이 생성되더라도 양압조정기로 수분이 유입돼 동결까지 이어지는 문제와는 별개로 봤다. 코 고무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신형 면체의 과도한 수분 생성 문제는 코 고무 내부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또 다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과연 코 고무 내부에서 발생한 수분이 양압조정기와 통하는 코 고무 밖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을까.

 

이 테스트는 해당 제조사 연구실에서 기자 요청에 따라 1차로 실시했고 현장에 실제 보급된 공기호흡기 면체로 실험하기 위해 경기도 시흥소방서에서도 여러 번 진행했다.

 

그런데 정설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구형 면체는 코 고무 내부에 과도한 물을 넣더라도 코 고무 바깥으로 흘러나가지 않았지만 신형 면체는 달랐다. 코 고무 내부에 물을 적게 넣든 많이 넣든 흐를 정도의 양이라면 코 고무 밖으로 쉽게 흘러나갔다.

 

테스트에선 공기호흡기 착용 전 신형과 구형 면체를 뒤집어 주사기를 이용해 5, 10, 15, 20cc의 물을 각각 코 고무에 주입한 뒤 머리를 숙여 착용 후 몸을 세워 앞을 바라보며 ‘양압호흡’ 상태로 첫 호흡을 시작했다. 이후 앞으로 4차례 몸을 굽히고 왼쪽 4번, 오른쪽 4번 허리를 굽힌 뒤 면체를 눕힌 상태로 벗었다.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소방관들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감안한 테스트였다. 코 고무 바깥으로 새어나간 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구형 면체는 20cc를 넣어도 코 고무에 체류된 물이 넘어가지 않고 배출됐다. 하지만 신형은 20cc는 물론 5cc의 물만 넣어도 주입한 물의 일부가 코 고무 바깥으로 이동했다. 일정량은 배기구로 빠져나갔지만 코 고무 내에서 발생한 수분이 얼마든지 코 고무 밖으로도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코 고무 내부에 물을 넣은 후 일정한 방법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물이 코 고무 밖으로 흘러나왔다.  © 최영 기자


그 이유는 코 고무의 형상 차이에 있었다. 구형은 코 고무 하단이 밀폐 구조를 띠지만 신형 면체의 코 고무 하단부는 밀폐 구조가 아니었다. 이는 신형 면체의 경우 코 고무 내 생성된 수분까지도 면체 내부(코 고무 밖)에서 흘러 다닐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부연하면 구형 면체는 코 고무 바깥에서 땀 등으로 유입된 수분만 양압조정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신형 면체는 코 고무에서 발생하는 수분이 더해질 수 있는 셈이다. 

 

구형과 비교해 더 많은 수분이 발생하는 특성에 이어 코 고무 안팎의 수분까지 모여 면체 내에서 체류하면 양압조정기로 수분이 넘어갈 공산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대목이다.

 

▲ 신형 면체 코 고무 아래 부분은 구형과 달리 밀폐되지 않은 구조를 띤다.  © 최영 기자


“수분 유입 방지 위해선 사용자도 주의해야”

 

지난해 12월 서울소방학교에서 처음 발생해 이슈가 된 공기호흡기 양압조정기의 동결 사태는 결국 수분이 양압조정기로 유입된 게 문제의 근원이다. 

 

제조사 설명과 여러 실험결과를 보면 이렇게 면체 내에서 체류하는 과다한 양의 수분이 양압조정기로 유입될 수 있다는 건 어떤 공기호흡기도 예외일 수 없다. 공기를 유입시켜주는 공기호흡기 특성상 공기가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수분이 유입된 뒤 동결 등의 문제가 생기면 소방관의 호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수분 생성과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제조사 측의 기술적 노력뿐 아니라 사용자인 소방관들에게도 철저한 관리와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신형 면체의 경우 수분이 더 잘 생기는 특성을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

 

활동 시에는 면체를 목에 걸고 물을 얼굴에 뿌리거나 외부로부터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평상시에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땀 등의 수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양압조정기로 수분이 유입되는 문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양압조정기를 면체와 결합한 상태에서 물로 씻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또 평상시 양압조정기를 뒤로 뒤집어 털어보면 수분 유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과도한 수분 유입이 의심되면 제조사에 알리거나 뒤집어 수분을 빼낸다면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개선의견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

 

취재를 마친 <FPN/소방방재신문>은 해당 제조사에 취재결과를 전달하고 공식적인 입장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제조사는 소방관들을 위한 애로 해소방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 해당 제조사에서 보내 온 신형 면체 개선 관련 답변서     ©FPN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신형 공기호흡기는 구형 제품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그간 소방관들이 요청해 온 여러 가지 개선사항을 반영한 제품이다. 구형 대비 무게를 경량화하고 넓은 시야각을 제공해 활동성을 높였다. 특히 비상탈출용 정화통을 추가해 공기 잔압이 부족한 상황에서 호흡을 연장할 수 있는 구조로 개발됐다. 소방대원들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소방관들과 기자가 체감하는 애로점에 대해서도 이미 개선작업에 돌입했거나 검토를 진행 중이다. 구형보다 잘 생성되는 코 고무 내 수분과 날숨이 힘든 면체 특성에 대해선 “여러 환경과 조건에 따른 반복 테스트를 통해 객관적인 결과 도출 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누기되는 슬라이드식 대기양압전환장치는 “미세한 움직임에 작동하진 않고 옷에 걸리거나 하면 드물긴 하나 간혹 밸브가 열리는 경우가 발견돼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고 했다. 

 

신형 면체의 이마 그물망 구조에 따른 누기 현상 방지방안은 이미 개선 완료 단계다. 관계자는 “그물망 구조는 적절한 방법으로 착용하면 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보급 후 운용 기간이 길지 않아 착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누기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면서 “4점식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얼굴 형상을 고려해 기밀 성능을 개선한 구조로 설계변경을 신청한 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 고무 내부에서 생성된 수분의 면체 이동 현상에 대해선 “면체 내에서 발생된 수분이 원활하게 배출되기 위해 설계된 구조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코 고무 내 생성된 응축된 수분은 날숨에 의해 발생하며 이는 대부분 배기밸브로 배출되고 공기호흡기 착용 간 응축된 수분이 양압조정기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형 면체는 착용 시 코 고무 하단의 내부와 외부가 일부 개방돼 있는 구조인데 이는 코 고무 외부에서의 발생 수분이 배기밸브로 원활하게 배출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며 “활동 간 발생되는 착용자의 땀 등에 따른 수분 발생량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특히 제조사 측은 식별된 여러 개선의견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각각의 요구사항에 대한 개선방안은 이달 중 열리는 소방청 T/F 2차, 3차 회의에 참석해 검토 후 확정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고객 소통을 위한 소통창구를 홈페이지에 개설해 고객 의견에 더욱 귀 기울여 제품을 개발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장기간 운영 중인 전국 무상 순회 점검과 지역 소방총판 대리점을 통해 고객 불편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어 “시ㆍ도본부별 장비관리자와 정비실 운영 대원과 신규임용자, 교관단 제품교육 등 고객과 밀착 소통 가능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운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자의 눈> 눈코 뜰 새 없던 공기호흡기 취재를 마치며…

 

▲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공기호흡기는 소방관들이 화재나 재난현장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생명 줄입니다. 이런 장비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건 소방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장비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굳이 기업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우리나라 공기호흡기 대표 제조사는 한국 소방의 역사와 함께 오랜 기간 공기호흡기를 공급해 왔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자랑스런 기업이기도 하죠. 

 

지난해 불거진 공기호흡기의 동결 문제 이후 <FPN/소방방재신문>은 한 차례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사 작성 과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문제 발생 직후 상황이나 논의 과정을 직접 보지 못했고 당시 쟁점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서울소방과 소방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이 작성한 보고서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떠오른 수분 발생 이슈 덕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기회를 얻은 건 참 다행입니다. SNS 게시물로 촉발된 이 논란은 서울소방과 소방청 등 소방기관이 서울소방학교에서 실증테스트를 진행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수분이 나오진 않았지만 소방관분들의 원성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신형 면체에 대한 강한 불만이었죠. 선뜻 이해되진 않았습니다. 수분이 생겨 실험을 진행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느낌이 컸기 때문이죠. 

 

그런데 신형 면체에 대한 불신감은 생각보다 커 보였습니다. 구형과 비교할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게 핵심이었죠. 소방관들은 제조사를 믿지 않고 제조사는 소방관들의 불만 제기에 겸손한 모습으로 대응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불신이 쌓인 걸까?”

 

기자는 이 의문을 취재의 시작점으로 잡았습니다. 사실 소방도, 제조사도 기자를 믿지 않는듯한 분위기입니다. 제조사나 소방관들에게 그저 기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였을 테니까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중립적 판단을 위해 여러 정보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면체를 수십 번 착용해 보고 설명도 들었습니다. 공기호흡기를 직접 써보고 실험을 자처한 덕분에 평소 못 하던 운동도 제대로 했죠.

 

취재 과정에서 신형 면체에 대한 소방관들의 불신 뒤엔 그만한 이유가 있단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신형 면체는 지난해부터 대량으로 일선 소방관들에게 지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구형에서 신형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도기와 같았죠.

 

제조사는 이 신형 면체가 시야각 등 여러 편의성을 높였고 각종 기능도 추가한 업그레이드 제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한 제조사의 자체 노력도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 신형 공기호흡기는 한 차례 리콜 조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공기호흡기 면체와 연결되는 바이패스(By-Pass) 밸브 내부 나사에 윤활제가 도포되지 않은 채 공급돼 일정 규모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나사의 자연 마모로 인해 이물질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견된 겁니다.

 

소방청과 제조사, 외부 공인기관 등의 조사 결과에선 다행히도 공기호흡기 면체 구조상 해당 이물질이 인체에 흡입되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육안으로 본 이 금속가루 물질은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죠.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리콜 조치를 취했지만 소방관들은 이런 조사 결과를 마냥 신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물질로 인한 리콜 조치 이후 서울소방학교에선 또 한 번의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0월께 신형 공기호흡기 30여 대에서 양압조정기가 막히거나 제대로 호흡이 안 되는 문제가 생긴 겁니다. 당시 서울소방학교는 제조사에 연락을 취했고 현장을 찾은 제조사는 문제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바이패스 밸브의 이물질 문제 해소를 위한 현장 A/S 과정에서 업체 기술자들이 양압조정기를 제대로 조립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거죠. 이렇게 신형 공기호흡기에 대한 불신은 또 한 번 누적됐습니다. 조립 실수라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던 소방관들 사이에서 양압조정기가 문제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배경입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약 두 달이 지난 12월 중순 서울소방학교에서 양압조정기 수분 유입에 따른 동결 문제로 호흡 불가 상황이 발생하자 소방관들은 신형 면체에 결함이 있다고 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신형 면체 양압조정기가 불량이다”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었습니다. 법규 기준에 따라 성능을 검ㆍ인증받은 이 공기호흡기가 따지고 보면 불량 제품은 아닌데 말이죠. 이 불신 뒤에는 크고 작은 오해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선 가장 큰 오해는 지난해 10월 이물질 리콜 이후 발생한 서울소방학교의 양압조정기 작동 오류는 제조사가 소방학교에서 실시한 현장 A/S에서의 조립 실수가 원인이었다는 겁니다. 최초 양압조정기가 불량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죠.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볼 때 소방관들은 양압조정기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지난해 12월께 불거진 양압조정기 동결 문제는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또다시 키웠습니다. 면체 내에 흐르는 수분이 양압조정기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소방관들은 제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봤을 겁니다. 

 

어떤 공기호흡기일지라도 면체 내에 잔류하는 수분은 양압조정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신형 면체에서 발생한 동결 문제를 처음 겪은 소방관들은 충격이 컸겠죠(오래전에도 동결 문제가 있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취재 과정에서 관련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신형 면체에서 나타나는 여러 애로점도 소방관들의 불신을 부추겼습니다. 구형 면체에 오랜 기간 익숙해진 소방관들이 바라는 건 결국 구형 면체 수준의 편의성과 안정성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조사의 구형 면체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현장에서 장비를 쓰는 과정에서 느낀 애로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겁니다. 기자 역시 이런 내용을 세밀하게 기사화하는 건 제품 불량이나 업체의 잘못으로 몰기 위한 게 아닙니다. 문제의식부터 제대로 갖자는 취지입니다. 병을 알아야 처방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오랜 시간 이번 취재에 매달렸습니다. 그 이유는 소방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 장비가 바로 ‘공기호흡기’이기 때문입니다. 

 

소방관도 아닌 기자가 직접 공기호흡기를 메고 실험까지 자처한 이유는 이어지는 일선 소방관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소방청이나 소방본부 등 주요 기관의 대처가 소방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무엇보다 소방관들이 주장하는 애로를 기자가 직접 체감해 보지 않는다면 그저 불만으로 치부될 수도 있고 합리적이고도 정확한 기사 작성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동안 이런 현장의 애로가 소방조직은 물론 제조사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우수한 품질과 더 편리한 공기호흡기를 생산하고픈 제조사의 바람과 좋은 장비를 사용하고 싶은 소방관들의 갈망은 일맥상통합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게 더 빠릅니다.

 

소방장비는 소방관들이 사용합니다. 이런 장비가 얼마나 좋고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는 곧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119플러스’ 매거진을 창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목숨을 걸고 소방장비를 사용하는 ‘소방관들의 소비자 권리 찾기’가 바로 그겁니다. 소방관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장비 기술은 더욱 발전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소방관의 애로가 단순한 불만 또는 제조사와의 마찰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소방관들과 제조사의 소통은 갑을 관계 혹은 적대 관계가 아닌데도 우리나라 소방장비 시장은 이런 인식이 팽배합니다. 머리를 함께 맞대고, 논의하고, 소통해야만 더 좋은 장비가 개발되고 부족한 걸 채워갈 수 있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 상식이 소방장비 시장에선 통하지가 않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제조사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방관들이 느끼는 애로나 장비의 개선 필요사항을 많이 수렴하고 제품에 반영하고 있지만 제품 테스트 등의 협조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마치 비리가 있거나 업체 봐주기식으로 인식되는 일도 많다”고 말이죠.

 

대한민국 소방장비의 기준은 세계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NFPA나 UL 기준을 표방하고 있죠. 그저 장비의 규격이나 기준만을 베껴 쓴다고 될 게 아닙니다. 외국은 산업계와 소방관, 학자 등 많은 전문가가 공개적으로 표준 규격 제ㆍ개정에 참여합니다. 서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받고 발전을 이룹니다. 산업과 사용자, 학계 간의 협력과 소통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곧 발전의 동력인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소방시장은 어떤가요. 업체와 소방관이 친하다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기 일쑤입니다. 업체들은 경쟁사가 꼬투리만 잡히면 늘 민원을 제기하고 서로를 물어뜯기 바쁩니다. 장비 구매를 맡은 소비자, 즉 담당 소방관만 궁지에 몰립니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 공무원 신분인 소방관들은 위축되거나 장비 업체와 적대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딱딱해진 대화는 오해와 불신을 부르고 함께 고민하기조차 힘든 환경을 만듭니다. 

 

이제 우리나라 소방장비 시장도 변해야 합니다. 겉모양만 바꿔선 발전도 미래도 없습니다. 소방장비에 큰 관심을 두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소방관을 독려하고 인정해 주는 조직문화도 조성돼야 합니다. 이번 소방청의 T/F 결성을 시작으로 인식의 전환과 변화가 시작되길 기대해 봅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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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조용선 회장 “소방기술사가 소신 갖고 일하는 환경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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