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ㅇㅇ구급대, 거동불편 환자 물리치료 받으러 간답니다. 안전운전!”
상황실의 무전에 맥이 탁 빠지긴 했지만 일단 현장에 가서 이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언덕배기에 있는 빌라는 뭐 이런 데다 집을 지었나 싶을 정도로 희한한 구조의 건물이었다. 계단형 들것을 챙겨 000호의 벨을 누르자 아주머니가 빼꼼 문을 여신다. 구급대원이 문을 활짝 열어젖혀 노루발로 문을 세우고
“119 신고하셨지예? 뭐 때문에 신고하셨어요?” 하고 묻자 어찌할 줄 몰라 하시며
“아… 예… 그게 응급실은 아니고 물리치료 받으러 가는 날인데 내 혼자 도저히 어째할 수가 없어가꼬예… 하는 수 없이 일일구 신고했다아입니까… 좀 도와주이소… 우리 같은 사람 일일구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줍니꺼…”
남편은 뇌졸중으로 수술하고 집에서 와병 중인데 혼자 화장실도 못 가고 부축해주면 겨우 일어설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일단 응급실까지 이송해 드리는 것으로 말씀드리고 물리치료실까지는 휠체어로 가시거나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으셔야 할 것 같다고 안내를 드렸다.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셨고 본인이 직접 남편을 끌어안고 계단형 들것에 앉혔다. 이렇게 안아야 남편이 젤 편하다고 하시며 미리 싸놓은 병원 짐 가방을 바리바리 싸 들고 우릴 따라 내려왔다.
“아이고, 고맙십니데이. 고맙십니데이”
#2. “ㅇㅇ구급대 거동불편 환자입니다”
한참을 지나 그 집에 다시 출동을 나갔다. 오늘도 물리치료 하러 가는 날이라고 한다. 아주머니는
“다른 구급차는 그 뭐시냐, 길다란 들것 가지고 왔는데 여기 구급차는 왜 앉아가는 들것을 갖고 왔냐”고 퉁명스럽게 얘기하신다.
그동안 우리 말고 다른 구급대가 몇 번 이송했었나 보다. 태도가 그새 많이 바뀌셨다. 고맙단 얘기 들으려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뭐가 맘에 안 드시는지 표정이 영 좋지 않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물리치료실에 바로 가자고 하신다.
“어머님, 저희가 물리치료실에 바로 가는 건 어렵습니다. 그럼 거기 계시는 다른 환자들도 다 119에 신고해서 구급차 타고 오지 누가 택시 타고 오겠습니까?”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내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저번에 온 구급차는 해줬는데 왜 안 됩니꺼. 응급실 가도 간호사 선생들이 물리치료 받을 거면 바로 가지 왜 왔냐카던데. 일일구가 우리 같은 사람 도와줘야지. 하이고, 참나”
‘아… 참 난감하구만’
#3. 한참이 지나 또 신고가 들어왔다. 아주머님은 팔이 아프다며 병원 짐 가방을 우리에게 건네며 들고 내려오라 하셨다. 그리고 현관 열쇠를 주며 문도 잠그고 오란다.
“아, 맞다. 현관 앞에 분리수거 해놓은 것도 좀 갖고 내려오세이~ 1층에 내리 놓으면 됩니더. 내가 허리가 아파가꼬”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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