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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현장 대원 ‘징계’가 민원 확산 ‘방패’로 쓰여서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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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1/07/20 [09:40]

[플러스 칼럼] 현장 대원 ‘징계’가 민원 확산 ‘방패’로 쓰여서 되겠나

119플러스 | 입력 : 2021/07/20 [09:40]

최근 일선 구급대원에 대한 지역 소방본부의 징계 요구 사건으로 소방조직이 들썩였다. 7월 출범을 예고한 한 노조준비위원회에선 이 사안에 대해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다.

 

징계 요구를 받은 구급대원에 따르면 현장 출동에서 마주한 고열 환자를 격리ㆍ음압병실로 가야 한다고 보호자에게 안내했지만 보호자는 서울의 한 특정 병원에서 치료받길 원했다고 한다. 결국 보호자가 자차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구급대원들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문제는 다음날 이 환자가 패혈증 쇼크로 숨지면서 불거졌다. 보호자는 국민신문고에 ‘출동 구급대원을 파면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냈고 지역 소방본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소방본부는 두 명의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구급활동 매뉴얼을 일부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해당 대원들의 징계를 관할 소방서에 요구했다. 민원인에겐 징계 요구 사실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민원인은 이를 근거로 6천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민사조정신청을 제기했다.

 

관할서는 이 구급대원들에게 ‘불문 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민사조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민원인과 구급대원 양쪽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조정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급대원들이 받을 스트레스는 쉽게 짐작하기도 힘든 수준일 거다. 

 

이 사건을 접한 현장 대원들은 분노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섣부른 소방본부의 대응 때문이다. 구급활동을 두고 발생한 민원에 대해 해당 대원의 ‘징계 계획 통보’로 대처한 건 소방본부가 경솔했다는 시각이 크다.

 

소방관이 마주하는 현장은 언제나 다양하고 변수 또한 예상하기 힘들다. 이 모든 현장에서 표준작전절차를 따른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원리원칙에만 얽매이다 보면 되레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각종 정보를 기록하고 행정적 근거를 명확하게 남기는 일에 집중하다간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대다수 현장 소방대원들은 표준작전절차라는 잣대를 들이밀면 자유로울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건 역시 현장 구급대원들의 목을 죈 건 ‘표준작전절차’였다. 

 

현장 활동 매뉴얼과 원칙 준수는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민원 회피를 목적으로 현장 대원을 볼모로 만들어선 안 된다. 이는 긴급성과 다양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소방조직 내에서 현장의 특수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 대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소방활동이라는 다양한 ‘임무’의 결과를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의도치 않은 결과로 자괴감에 빠지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다.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들은 이번 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현장 속 대처보다 언제 있을지 모를 민원에 대비해 원리와 원칙을 우선하며 자신부터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그들의 소극적인 현장 대응을 부추긴 이 상황이 국민의 안전마저 위협할까 염려된다.

 

사람을 살리고 싶지 않은 소방관은 없다. 그리고 그들에겐 분명 남다른 사명감이 존재한다. 실패한 소방활동으로 지울 수 없는 후회를 남기고 싶은 소방관 역시 없을 거다. 이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서는 조직 바깥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기보다 현장을 누비는 대원들이 처한 환경과 특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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