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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시나브로처럼 찾아든 화마인가? 예방 가능한 화마인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1/09/17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시나브로처럼 찾아든 화마인가? 예방 가능한 화마인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1/09/17 [10:00]

우린 보통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적 측면에서 얘기할 때가 많다. 결론을 두고 예방할 수 있는지 논하거나 부주의를 언급하곤 한다. 불가항력이란 말도 같이 사용한다.

 

어떤 결과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화재 사고는 원인을 규명해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안전하다고 여기고 사용해 아무 일이 없었는데 화재가 발생했다며 부주의나 인위적 가능성을 논하는 경우가 있다.

 

재난이란 전조증상이 있어 대비하거나 미리 예방대책을 시행하는 때도 있고 전조증상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재난이란 조용히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측하지 못한 전혀 엉뚱한 지점이나 구조에서 화재 사고에 찾아들기도 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수칙을 잘 지켜 행동한다면 화재는 미연(未然)에 방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라!

어느 해 완연한 봄 주택에서 이른 아침에 발생한 화재다. 화재를 최초 목격한 박 씨는 화재 건물 맞은편 주택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중 문밖으로 나와 보니 상가주택 2층 발코니 부분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걸 보고 2층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려 취침 중인 거주자 두 명을 깨워 대피시켰다.

 

또 인근 행인에게 화재가 발생했으니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행인은 무슨 일인지 확인한 후 발코니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걸 보고 신고했다.

 

화재 신고 시까지 주택에서 취침 중이던 거주자는 불이 난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근 주민이 화재를 인지하고 문을 두드리자 잠에서 깨 대피했다. 화재 당시 목격자 박 씨가 문을 두드려 2층에서 잠자던 거주자 두 명을 깨워 대피시키는 과정에 ‘방 2’와 ‘방 3’에 불길은 없고 연기만 가득했다고 했다.

 

화재를 인지하고 우선 신고부터 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신고하면서 2층 문을 두드려 잠자고 있는 거주자를 깨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재를 알리고 취침 중인 거주자를 깨운 후 화재 현장 인근 행인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행인은 다시 화재 상황을 확인하고 119에 전화하면서 신고가 너무 늦어졌다.

 

▲ [그림 1] 평면도


외부로 분출한 연소 패턴을 확인하라!

어느 현장이든 내화 조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외부로 화염이 분출하는데 이러한 패턴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외부에서 내부로 유입된 것인지, 내부에서 외부로 분출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건물 내부 복도나 거실에는 중성대 흔적이 남고 출입문이나 창문틀에는 분출한 흔적이 잔류해 있었다. 가끔은 흔적을 쉽게 지나치거나 간과해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사진 1] 출입구

 

건물 내부 출입구 복도에는 중성대가 형성돼 있었다. 출입문은 내부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탄화해 잔류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하게 내부에서 발화해 외부로 분출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모든 현장에 다 같은 현상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조심스럽게 판단할 수 있다. 가연물에 따라 패턴이 달라져 단정할 수 없지만 가연물의 양이 비슷하다면 연소 패턴은 대동소이하게 잔류하게 된다.

방향성을 확인하라!

현장에 잔류한 미연소 물질이나 구조를 확인해 화염의 방향성을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장의 목재는 떨어진 방향으로 화염이 진행된 거고 벽면의 목재는 화살표 패턴(Arrow Pattern)이 식별되는 방향으로 화염이 진행된 거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수가 있다. 공기 유동이 어느 방향에서 움직이고 어느 방향으로 진행됐는가 하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

 

▲ [사진 2] 화염 방향


[사진 2]에서처럼 ‘방 2’ 방문의 목재 상단에서 하단으로 화염이 진행돼 상단만 탄화하고 하단은 그대로 있는 건 화염이 상단에서 하단으로 진행된 걸 의미한다.

 

또 천장의 목재가 우측은 떨어져 있고 좌측은 붙어 있는 건 화염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우측에 창문이 있어 공기 유동이 원활하고 연소를 촉진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 벽면 벽지가 완전 연소한 흔적으로 잔류해 있다. 이러한 현상을 ‘클린 번(Clean Burn)’이라고 표기하는데 클린 번 표현보다 ‘퍼펙트 컴뷰전(Perfect Combustion)’, 즉 완전한 연소 현상으로 표현함이 옳을 듯하다. 클린 번을 깨끗한 연소로 해석해 완전하게 연소한 현상을 표현한 거다.

 

탄화흔적을 확인하라!

▲ [사진 3] 화장실

 

‘방 2’ 맞은편 화장실이며 출입문 탄화형태로 볼 때 출입문이 일부 개방된 상태에서 화염이 진행된 패턴으로 식별된다. 문틀 상단이 소회(燒灰)1)한 형태로 잔류해 있으며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탄화형태가 약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하단 문 축 부분은 원색으로 화염전파가 없어 목재 페인트가 그대로 잔류해 있다.

 

▲ [사진 4] 연소 흔적


[사진 4]를 보면 ‘방 1’ 앞 냉장고 연소 흔적에는 무아레 패턴(Moire Pattern)이 잔류해 있어 화염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방 1’에서 출화했다면 무아레 패턴이 방에서 분출한 흔적이 관찰돼야 함에도 냉장고 전면에서 ‘방 1’ 방향으로 화염이 진행된 현상이 식별된다. 이런 흔적들은 단순하면서도 현장에서 화염 방향성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 [사진 5] 주방


현장을 크게 전체적으로 보라!

[사진 5]는 거실 방향에서 촬영한 주방 전경이다. 정면 소회상태가 심하게 식별되고 국부적인 탄화형태는 관찰되지 않는다. ‘방 2’와 ‘방 3’의 문틀에 잔류한 연소 방향성은 주방에서 방으로 화염이 진행된 형태로 탄화돼 있다.

 

바닥은 소회상태가 심하지 않고 심지어 원형으로 유지하고 있어 바닥 부분은 발화지점에서 조심스럽게 배제할 수 있다. 정면 싱크대 하단은 소회하지 않고 원형으로 잔류해 있으며 우측은 하단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식별된다.

 

▲ [사진 6] 방 3

 

‘방 3’ 문틀에 잔류한 소회 형태는 주방에서 ‘방 3’으로 화염이 전파한 형태였다. ‘방 3’ 내부 침대나 하단 이불은 원형을 탄화하지 않은 채 잔류해 있었다.

 

이런 탄화형태는 ‘방 3’ 밖에서 ‘방 3’방향으로 화염이 진행한 형태를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 3’은 발화지점에서 배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발화지점을 축소하며 압축할 수 있다.

 

주방에서 소회상태가 가장 심한 부분은 싱크대 윗부분으로 탄화형태를 살펴보고 연소 형태와 분열 흔적을 관찰해야 한다.

 

▲ [사진 7]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 분화구는 발열 형태가 관찰되지 않았다. 전면 플라스틱 부분은 상단에서 수열을 받아 흘러내린 형태로 연화(軟化)2)돼 있었다. 가스레인지 왼쪽 싱크대 또한 상단에서 하단으로수열 받은 형태였다.

 

싱크대 주변에서는 발화 열원이 식별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 위 프라이팬은 외부에서 수열 받은 형태로 식별됐고 손잡이는 수열에 의해 경화돼 있었다.

 

▲ [사진 8] 발코니


발코니에는 보일러와 세탁기가 있었다. 보일러 커버에 적 산화 현상이 식별되고 세탁기 전면은 수열로 인해 용융된 형태로 잔류해 있었다.

 

▲ [사진 9] 보일러


보일러 내부를 확인한바 발열 형태나 탄화형태는 관찰되지 않는다. 내부 플라스틱 물통도 연화되지 않고 원형으로 유지돼 있었다. 그을린 형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성이 식별된다. 왼쪽은 주방이고 오른쪽은 외기와 면하는 창문이다.

 

▲ [사진 10] 세탁기


세탁기 내부다. 내부에는 화염전파 형태가 식별되지 않았고 일부 그을림 형태만 식별된다. 세탁기에서 발화하는 경우 내부 그을림이나 탄화형태가 식별되는 게 일반적인 형태지만 내부가 미미하게 그을린 형태를 볼 때 세탁기 발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 [사진 11] 시너


증거와 가능성을 확인하라!

세탁기 하단에 보관 중이던 시너 1ℓ 2통이 식별되나 플라스틱 용기도 원형으로 유지돼 있었다. 탄화형태는 전혀 관찰되지 않아 이 지점은 발화지점에서 배제했다.

 

작은 점화에너지에도 연소하는 시너가 연소하지 않았다는 건 열전도가 작았던 걸 의미한다. 현장에서 큰 증거를 찾기보단 보편적이고 타당한 증거를 수집해 경험칙이나 논리칙을 주장하는 게 더 객관적이다.

 

▲ [사진 12] 전선 합선 흔적

 

발코니 상단으로 연결했던 콘센트 연결 전선에서 합선 흔적이 관찰됐다. 이런 흔적을 우린 ‘단락(短落)’ 흔적이라고 표현한다. 단락, 짧게 떨어진 형태, 즉 정상적인 회로보다 짧게 구성된 회로에서 형성된 흔적이다. 전선의 형태만 놓고 봤을 때 두 선이 합쳐진 형태로 ‘합선’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즉 전선에서 형성되는 흔적은 단락이나 용융, 아크(Arc), 스파크(Spark)라고 표현한다. 한쪽 선에서만 식별되는 용융, 용단 흔적은 무엇인가? 두 선 모두 용융, 용단된 흔적은 무엇인가? 용어의 정의나 정립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직렬(Series) 또는 병렬(Parallel) 아크라고 부른다. 

 

발코니에서 확인된 단락 흔적이 발화 원인이라면 발코니 부분의 소회상태가 심하고 탄화한 형태가 식별돼야 함에도 발코니 소회상태는 경미하게 관찰됐다. 물론 경미하게 탄화된 걸 두고 발화지점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다. 반대로 단락 흔적이 있다 해도 화재 원인을 단언할 수 없다.

 

▲ [사진 13] 주방 후드


주방 후드 상단에서도 전기적 흔적이 관찰됐다. 발코니 부분과 맞닿은 부분이며 [사진 12] 단락 흔적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단락 흔적이 2개소 발견됐을 때 어느 쪽이 발화 열원에 가깝게 작용하고 발화요인으로 작용했을까?

 

멀리 있는 부분이 발화 원인에 가깝다고 배웠고 논리칙도 맞다. 이렇게 발생한 전선의 흔적만 놓고 볼 때 선행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기선은 부인할 수 없는 논리가 하나 있다. 같은 전선에 연결된 전선이라면 전원에서 가장 멀리 있는 부하 측의 전선에서 형성된 단락 흔적이나 합선 흔적이 선행됐다는 건 일반적인 논리로 정립돼 있다.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라!

발코니 상단에서 발견된 단락 흔적이 더 멀리 있어 당연히 화재 원인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 현장은 달랐다. 이런 경우 반드시 전선 연결 결선을 확인해야 한다.

 

탄화 정도가 심하고 주방에서 발코니, 거실, 각 방으로 화염이 전파된 형태가 식별됐기에 발화지점 확인을 위해서라도 전선의 결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사진 14] 전선 결선 확인

 

이 화재 현장은 특이한 전선 연결이 확인됐다. 먼저 ①번 주방 냉장고 측면 벽면 콘센트에서 멀티코드를 ②번 발코니로 연결해 세탁기와 보일러를 연결해 사용했다. 또 하나의 멀티코드는 ③번과 같이 연결했다.

 

그리고 ③번 멀티코드 콘센트에 주방 후드 전원 코드를 꽂아 사용했다. 통상적인 전기 연결보다 복잡하게 연결해 사용해 왔다.

 

주택화재에서 방화 가능성은 작다. 다만 인명피해가 있고 연소 흔적에 특이점이 있다면 고려해야 한다. 또 보험 가입이 지나치게 많은지, 가입 보험사는 몇 개 회사인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현장에서 발화 가능성이 있는 기기들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가스레인지의 중간 밸브는 개방됐는지, 점화 스위치는 정지 위치가 맞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신고자가 화염보다는 검은 연기가 분출하는 걸 보고 신고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화염보단 연기 분출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스에 의한 급격한 연소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방 후드 전기배선과 벽체 콘센트에서 단락으로 식별되는 용융흔이 관찰되는 점과 주방 후드와 연결된 발코니 창문 부분의 소회 흔적을 종합할 때 주방 후드 부분의 소회상태가 심하고 분열 흔적이 관찰되는 점, 주방 후드 모터와 연결된 전선에서 단락 흔적이 식별되는 점으로 볼 때 전기적 요인에 의한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한 내용을 정리하라!

화재는 경기도 내 한 주택에서 발화된 화재로 관계자 진술과 최초 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한 연소 패턴과 현장의 미연소 잔류물, 주염흔, 집중 탄화한 지점에서 발굴된 증거 등을 종합해 발화지점을 추정했다.

 

신고자 김 씨는 식당 일을 하기 위해 나와서 보니 화재 발생 건물 2층 보일러실 창가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걸 봤다. 2층 주거자 배 씨 등 2명에게 화재 발생을 알려 대피 유도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면밀히 조사한바 주방에서 보이는 연소의 방향성과 ‘방 2’, ‘방 3’에서 잠자던 거주자가 피난한 것으로 볼 때 주방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다.

 

주방 후드 전기배선과 발코니 상단 콘센트에 연결된 전선에서 단락으로 식별되는 용융 흔적이 관찰되는 점과 주방 후드와 연결된 발코니 창문 부분의 소회 흔적을 종합할 때 후드 모터에 연결된 전선에서 식별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한 화재로 추정됐다.

 

 


1) 소회: 가연물을 불에 가열해 태워 재 또는 숯이 되는 형태

2) 연화: 단단한 게 부드럽고 무르게 되는 형태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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