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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가스계소화설비 과대망상으로부터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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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1/11/22 [10:19]

[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가스계소화설비 과대망상으로부터 벗어나자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1/11/22 [10:19]

▲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전기실 등에 가스계소화설비를 설치하면서 완벽한 소화설비로 인식하는 곳은 아마도 일본하고 우리밖에 없을 거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소방 관련 법규를 그대로 도입했다. 문제는 일본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 기준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점이다. 자국 환경과 국민 수준에 맞춰 수정한 뒤 적용하다 보니 기술적 근거가 매우 미약할 뿐 아니라 형식에 치우쳐 있다.


가스계소화설비의 기술 수준도 따지고 보면 오히려 우리보다 낮다. 불산(HF)이 발생하는 걸 개의치 않고 하론 1301의 약제 방출 시간을 30초 이내로 설정한다. 설계프로그램도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4류 위험물 소화설비로 가스계소화설비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역시 기술적 검토 없이 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금천구 가산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오작동으로 방출돼 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현장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설치된 건 일본법을 그대로 도입한 위험물안전관리 규정 때문이었다.


4류 위험물을 지정수량보다 많이 저장해 위험물 적용을 받았고 방호체적이 1천㎥를 초과해 청정소화약제 소화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던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위험물이란 지정수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일반 건물에서 보유하는 유류의 양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가스계소화설비의 B급 화재 소화약제의 산정량은 ‘노말 헵탄’이란 연료의 표면적 0.25㎡ 크기(가로, 세로 50㎝)를 소화하는 양이다. 사실 화재 크기가 그리 크진 않다.


만약 이 표면적보다 더 넓은 4류 위험물 화재에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가 방사됐다고 가정해 본다면 오히려 소화설비가 불산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해 끔직한 일이 벌어졌을 거다. 이게 바로 일본 소방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가스계소화설비가 화재를 완벽하게 진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우리의 법 기준이 제정됐다는 점이다. 재정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KFI인증은 단지 설계프로그램 중 하난데 우린 구성품과 시스템이 완전한 것으로 오해한다. 더욱이 이 설계프로그램은 신뢰성마저 바닥이다.


기술력이 부족해선지 수평, 수직거리에 해당하는 방호거리와 배관의 최대 낙차거리에 대한 인증을 잘못 내주고 있을 뿐 아니라 국소방출형태로 약제가 방사되는 노즐 사용을 인정한 채로 소화시험을 진행한다.


시스템상으로 보면 선택밸브를 사용하는 폐쇄 공간 안전변의 사용 목적과 가압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배관과 배관부속류, 밸브의 압력등급 기준 위반은 물론 폭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둘째, 개구부에 대한 인식이 너무 심각하다. 할증량 가산에 대한 규정이 화재진압과 전혀 무관한대도 적용하고 있다. 이 역시 일본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다.


셋째, 가스계소화설비는 수계소화설비와 달리 초기화재 진압용인데 기본 개념이 부족하다. 사실 가스계소화설비 중 이산화탄소를 제외하면 심부 화재 적응성은 없다. 조기에 감지해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초기 진압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저장용기를 갖춰야 하는데 이를 고려치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가스계소화설비는 완벽한 설비가 아니다. 4류 위험물에는 포소화설비가 적응성이 있고 건물의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설치하는 스프링클러가 오히려 더 뛰어나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법적 기준만을 고집하는 것으로부터 이젠 벗어나야 할 시기라고 본다.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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