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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구급차가 커진다” 15인승 중형 구급차 시대 눈 앞

늘어나는 구급 업무 두고 구급대원들 “기존 차량으론 대응에 한계”
소방청, 중형 구급차 사업 시작… 향후 5년간 모든 서에 확대ㆍ보급
올해 55대 이어 내년 49대 도입… 구급차 제조사들 공급 준비에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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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2/01/10 [11:08]

[기획] “구급차가 커진다” 15인승 중형 구급차 시대 눈 앞

늘어나는 구급 업무 두고 구급대원들 “기존 차량으론 대응에 한계”
소방청, 중형 구급차 사업 시작… 향후 5년간 모든 서에 확대ㆍ보급
올해 55대 이어 내년 49대 도입… 구급차 제조사들 공급 준비에 만전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2/01/10 [11:08]

 

[FPN 신희섭 기자] =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건 소방이 도맡은 고유 업무다. 구급 이송업무는 1972년 3월 29일 전주소방서에서 ‘크라운 웨건’ 자동차를 기증받아 응급환자를 이송한 게 시초로 알려진다.

 

이후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졌고 소방에서는 1979년을 전후로 본연의 업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구급이 소방의 기본 업무가 된 건 1983년 12월 30일 ‘소방법’이 개정되면서다. 1984년부턴 구급대가 전 소방관서로 확대ㆍ편성됐고 장비와 인력도 보강됐다.

 

▲ 1983년 ‘소방법’이 개정되면서 구급대의 장비와 인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자료제공 소방청).

 


▲ [사진 1] 1938년 경성소방서에서 운영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구급차(자료제공 소방청)

▲ [사진 2] 왼쪽부터 1950년대 전주예수병원에서 운영하던 ‘구급거’, 1970년대 초 ‘구급환자 호송차’(자료제공 소방청)

 

소방이 구급 업무를 본격화한 건 ‘소방법’이 개정되면서였지만 구급차를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는 일은 그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동아일보가 1938년 10월 11일 ‘이동병원 출현-경성의 구급차 작일부터 운전’이란 제하로 보도한 기사에는 ‘경성교통안전협회에서 경기도 경찰부에 기증한 구급차가 운행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성소방서에서 1938년 10월 10일부터 구급차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기록이다. 이보다 오래된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경성소방서에 운영한 구급차가 우리나라 최초의 구급차인 셈이다.

 

이후 1950년대에는 전주예수병원에선 ‘구급거’를 제작해 응급환자를 이송했고 1970년대 초에는 몇몇 소방서에서 지프차를 개조한 ‘구급환자 호송차’를 도입하기도 했다. 

 

시행 초기에는 주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성수대교 붕괴(1994), 대구 가스폭발(1995), 삼풍백화점 붕괴(1995) 등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대형 재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구급은 소방의 주요 업무로 자리매김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건축물의 높이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인구가 밀집되는 도심지에는 편의를 위한 복합 시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국민의 안전 욕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소방에 거는 기대치도 높아졌다. 단순 이송업무가 아닌 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기 위한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요구하기 시작한 거다.

 

구급활동에 있어 구급차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이자 핵심 이송수단이다. 선진국 수준의 전문적인 구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차량이 필요하다.

 

구급 정책의 선진화를 꾀하는 소방청은 올해부터 중형 구급차를 보급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전국 226개 소방서에 중형 구급차 1대 이상을 배치하는 게 목표다.

 

▲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사망 502, 실종 6, 부상 937명 등의 인명피해가 났다.

 

소방청 “모든 소방서에 중형 구급차 배치”… 사업 결정 이유는?

▲ 119구급차 보유 세부 현황(자료제공 소방청)


소방은 현재 스타리아 급 12인승 소형 구급차를 주력으로 사용한다. 원칙상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은 환자 머리 위쪽에 위치해 병원 도착 전까지 필요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형 구급차는 환자실이 좁고 응급처치에 필요한 전문적인 구급 장비의 탑재 공간도 부족하다. 게다가 구급대원 의자가 환자 머리 위쪽이 아닌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돼 있어 응급처치에 불편함이 발생한다.

 

반면 15인승 중형 구급차는 환자실을 넓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음압시스템도 장착이 가능하다.

 

▲ 구급차 종류별 비교(자료제공 소방청)

 

중형 구급차 도입 결정에 앞서 소방청은 지난해 1월 중형과 소형 구급차를 동시에 보유한 10개 시ㆍ도 29개 소방관서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이미 구급대원들 사이에서도 중형 구급차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 구급대원은 소형 구급차가 기동성은 좋지만 응급환자를 처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점차 확대되는 업무 범위에 대비해 환자 소생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위한 중형 구급차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중형 구급차 보급 사업에는 복권기금과 국민참여예산이 활용된다. 현재 확보된 119억6천만원으로 올해 55, 내년 49대 등 104대를 우선 구매하고 2026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서에 중형 구급차를 배치할 계획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중형 구급차는 넓은 공간으로 심전도 측정 등 확대된 전문 응급처치를 하는 데 수월하다”며 “음압구급차와 중증환자용, 임산부용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형 구급차는 구급차를 두 대 이상 보유한 119안전센터에 먼저 배치할 예정이다”면서 “소형 구급차는 좁은 골목길이 많은 지역에서 운영토록 해 상황과 특성에 따라 구급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에 기대감↑… 발 빠른 행보 나선 제조사들

중형 구급차를 확대ㆍ보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급차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신규 도입 차량에 대비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간이 협소해 음압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하는 게 어려운 소형 구급차와 달리 중형 구급차에는 장착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문 응급처치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적재하는 공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감염병 환자는 물론 중증환자, 임산부 이송에 활용할 수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중형 구급차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보급되는 중형 구급차는 심전도 측정 등 확대된 전문 응급처치를 수행하는 특별구급대의 기본 구급차로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소방에 구급차를 공급하는 업체는 (주)오텍과 (주)성우모터스 두 곳이다. 최근 분야 내에서 구급차 제조를 준비하고 있다는 특장업체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실체가 나오진 않았다.

 

지난 2000년 특장차 사업에 뛰어든 오텍은 이듬해인 2001년 파라메딕앰블런스를 출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창궐 이후 감염병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구급차의 필요성이 국내에서 대두됐고 가장 먼저 음압시스템이 탑재된 구급차를 개발해 내기도 했다.

 

성우모터스는 2002년 설립된 특수구급차ㆍ캠핑카 전문 제조사다. 2003년 경북소방에 리베로 구급차를 공급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주력 제품은 스타리아급 소형 구급차지만 2017년 중형 구급차 개발에 성공했다. 이 중형 구급차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구급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텍, 국내 유일 자체 생산 ‘감염병(음압) 구급차’ 

 

구급차 시장에선 오텍의 행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 기업은 이미 2016년 음압시스템이 탑재된 15인승 쏠라티급의 중형 구급차 개발을 완료했고 최근엔 임산부 전용 구급차까지 출시한 상태다.

 

오텍의 감염병 구급차는 공조시스템 전문기업 오텍캐리어와 기술협업으로 탄생한 신개념 음압구급차다.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이 차는 넓은 환자실과 주행 안전성, 기동성을 자랑한다.

 

 

내부에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각종 구급 장비와 음압 덮개 등 전문 의료장비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감염병의 2차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유럽 등 선진국 음압 시설의 환자실 내부압 기준은 –100㎩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음압구급차에 적용하고 있다는 게 오텍 설명이다. 

 

 

특히 문제 발생 시에도 환자실 내부압이 -100㎩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음압시스템을 이중으로 설계했고 실내 압력도 1~7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급제동과 급출발, 급선회 등 다양한 운행 악조건에서도 음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며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음압 관련 각종 조명과 알람 장치, 다용도 약장함 등이 설치돼 있다. 환자실의 모든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상부 집중식 조작패널도 오텍 중형 구급차만의 특징이다.

 

공간 활용도와 사용자 편의에 초점, 성우모터스

 

구급차는 응급처치에 필요한 다양한 구급 장비를 탑재해야 한다. 환자실 내부 공간의 규모가 중요한 이유다. 소방청이 중형 구급차를 도입하는 목적도 이 때문이다.

 

성우모터스는 구급차 외에도 캠핑카를 제작한다. 캠핑을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기업이다. 캠핑카는 구급차처럼 다양한 용품을 차량 내부에 적재해야 하기에 내부 공간의 활용도가 소비자 선택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성우모터스의 중형 구급차에는 캠핑카 제작 기술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있다. 넓고 다양한 수납 공간이 환자실 내부 곳곳에 적절히 배치돼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와 물청소가 가능한 일체 성형 폴리우레아 바닥 판을 적용했다.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스티어링 휠 컨트롤러도 성우모터스의 중형 구급차에만 적용된 기술이다. 경광등은 물론 작업등과 실내등, 인터폰, 사이렌 등의 장치를 운전석에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성우모터스에 따르면 중형 구급차는 장시간 운행하는 버스의 특성을 고려한 기술을 반영하면서 운전석은 물론 환자실(탑승객 좌석 등)의 승차감이 우수하다. 

 

 

음압시스템은 소방청이 요구하는 제작기준에 맞춰 환자실 내부에 설치했다. 산소농도와 음압상태, 필터사용 등 음압시스템의 가동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8inch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의 제어부를 독자 개발하기도 했다.

 

제어부는 환자실 내부의 산소농도가 18%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내부 공기를 강제로 환기해주도록 프로그램 돼있다. 환자 유형에 따라 음압시스템 조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됐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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