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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활안전장비, 그 시작과 현재- Ⅰ

대한민국 최초의 말벌 제거 장비 개발 배경

(주)애니테크 김진우 | 기사입력 2022/02/21 [10:00]

대한민국 생활안전장비, 그 시작과 현재- Ⅰ

대한민국 최초의 말벌 제거 장비 개발 배경

(주)애니테크 김진우 | 입력 : 2022/02/21 [10:00]

생활안전장비 개발의 시작

 

말벌에 대한 궁금증과 연구를 시작하다

2007년 8월, 벌써 15년 전이다. 당시 필자는 소방산업 분야에 입문한 지 6개월여밖에 안 된 완전 초짜였다. 기존업체는 이미 오랜 시간 닦아온 영업력과 주요 장비를 선점하고 있어 필자와 같은 신생업체가 경쟁에서 버티긴 어렵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름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 게 바로 동물 포획 장비다(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언급하겠다). 이에 더해 새로운 장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막연해서 시간만 보내던 중 인터넷에서 기사 하나를 읽게 됐다. 부산에서 발생한 말벌 사고 기사다. 

 

너무 오래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여름방학 중인 아이들 몇 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공을 높이 차올리다가 나무 위에 있던 말벌집을 건드려 말벌이 아이들을 공격했다. 울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손주들을 발견한 할머니께서 뛰어들어 아이들을 끌어안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는데 말벌의 공격으로 결국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기사였다.

 

필자에겐 꽤 큰 충격이었다. 왜 끌어안고 주저앉아 있었을까? 멀리 도망가거나 어떤 도구를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니었을까? 이런 작은 벌레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고(여기서 벌레라고 한 건 당시 필자의 지식수준이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벌은 곤충이 아닌 동물로 분류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유는 꿀을 생산하기 때문)? 

 

이즈음에 TV에서는 말벌을 조심해야 한다는 뉴스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더불어 사고 소식도 간간이 소개됐다.  

 

관심이 생겼다. 처음부터 준비하던 동물 포획은 TV 방송(SBS 동물농장 같은)에 자주 소개돼 소방에서 어느 정도 해결한다는 것과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말벌(집) 제거를 위해 소방관이 출동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는데 동물 포획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가 전혀 전문적이지 않다는 게 필자의 눈에 띄었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천안소방서(당시에는 천안에 소방서는 한 곳뿐이었다)에서 자체 제작한 장비를 갖고 벌집을 제거했다는 영상이 소개됐다. 지금 필자의 회사에서 판매 중인 벌집 제거용 그물망이다(영상을 보고 몇 차례 수정한 끝에 지금의 장비가 됐다).

 

▲ 방충복(출처 매트백화점)

잘못된 말벌 상식들…

2008년부터 회사를 알리기 위해 소방서들을 방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몇몇 서에서 소모품을 구매하기 위한 의뢰가 들어왔다.

 

품목 리스트를 보니 벌집 제거를 위한 물품이 다수 보였다.

 

주로 구매한 건 여름철 모기나 벌레에 물리지 말라고 입는 방충복, 가스토치, 모기살충제와 같이 실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이런 물건으로 말벌(집)을 제거하면 효과가 있나? 궁금증을 안고 비교적 가까운 이천소방서 구조대와 함께 말벌 제거 현장에 동행해 어떻게 작업하는지 직접 봤다.

 

▲ 에프킬라(출처 크린리빙)

전국 여러 소방서 119구조대에도 방문했다.

 

구조대원들의 의견을 들으며 장비 개발을 위한 자료를 수집해 나갔다. 이들과 대화하던 중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말벌에 대한 지식은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게 대부분이었다.

 

그 경험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닐 텐데 당시엔 필자도 아는 게 없어 일단 대원들의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구조대원들의 의견을 듣고 본격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가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무리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지만 말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는 데는 부족했다.

 

그 와중에 필자의 눈에 들어온 내용이 있었다. 바로 ‘색상’이었다.

 

▲ 가스토치(출처 코베아샵)

벌은 색맹이라 색상 구분을 못 하고 검은색의 움직이는 물체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였다.

 

이는 벌의 천적인 곰과 오소리 털 색깔과도 관련이 있었다. 흑과 백으로만 구분할 수 있다는 이 내용은 전문 말벌 장비를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말벌 방호복을 개발하다

▲ 2009년도 출시된 말벌 방호복과 말벌 제거 스프레이(출처 애니테크 블로그)

 

그렇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 국내 최초의 전문가용 말벌 방호복을 개발ㆍ출시했다. 

 

기존에 판매되던 망사에 문제가 많아 단단한 흰색의 특수망사를 활용해 이중으로 겹쳤다. 또 벌이 옷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없애기 위해 상의와 하의를 지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등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름이라는 계절 특성상 망사를 선택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용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출시된 만큼 소방에서도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다. 바람대로 수요가 제법 많았기에 당연히 성공도 확신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게 되면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 번째 문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망사였다. 기존 방충복의 망사보다는 튼튼했지만 망사는 망사였다. 말벌은 보통 침을 놓을 때 놓고자 하는 곳에 앉아서 침을 놓는데 망사는 최적의 재질이었다.

 

단단한 망사여서 쏘이는 상황이 전보단 줄었지만 망사의 특징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사용자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개선사항으로 스펀지와 가죽 등을 덧대며 해결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방호복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조잡해졌다. 

 

두 번째 문제는 안면창과 헬멧 부분이었다. 보관 시 부피를 줄이고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안면부 창을 부드러운 PVC 우레탄을 사용해 접어서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생각은 좋았으나 시야엔 엄청나게 불편했다. 창에 굴곡이 생겨 사용자가 걷는 데 불편했고 눈이 아파 장시간 사용하기도 어려웠다.

 

도심의 경우 벌집이 땅속보다는 처마 밑 등 사람의 머리 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주변의 지형ㆍ지물을 이용하는 데 안면창의 굴곡 때문에 사고가 날 여지가 있었다. 헬멧은 양봉 작업용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내구성이 약해 쉽게 깨지고 사이즈 조절이 불편했다.

 

이 외에도 튼튼한 망사가 재봉 부위 사이로 삐져나와 피부를 찔러 따가워하는 등의 문제가 계속 발견돼 아쉽게도 1년 만에 제품을 단종시켜야만 했다(그런데 최근까지도 간혹 이 제품을 찾는 분들이 있었다. 시원해서 좋다나 뭐라나).

 

(주)애니테크_ 김진우 : anytech119@daum.net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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